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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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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의 추억-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그날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 천지(天池)를 산책하던 중 천지 호수의 물을 병에 담는 모습.

 

 

 

‘해 뜬다/이 삼천리 강산 모든 풀잎들 꽃잎 이슬들/아침 햇발 한 살 한 살에 눈 뜬다/물싸리꽃 곰치꽃 우정금꽃/기뻐라/1백년 전 하나였던 것/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 /아니 3백년 전/어느 먹밤 터무니에도/오로지 하나였던 것…’ (고은 시 ‘다시 백두산에서’) 


 지금부터 20여년 전, 취재차 중국의 동북3성(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연변 조선족 자치주 수도인 연길을 거슬러 백두산 등정에 나섰다. 백두산 가는 길 도중엔 가곡 ‘선구자’에서 듣기만 했던 해란강과 용문교, 일송정 등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노래를 통해 많이 들어서인지 매우 친숙했고, 독립투사들의 영혼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 숙연해졌다.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오른 기분은 직접 체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 감격과 환희, 가슴 벅찬 감동은 위대한 시인도 마땅한 시어가 선뜻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차라리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것은 장엄한 풍경도 그렇거니와, 백두산이 간직한 한민족의 저 신비스런 태곳적 전설과 남과 북이 분단된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뒤얽혀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북받쳐 오른 때문이었다. 신이 빚어 놓은 듯한 이 장관(壯觀)을 왜 우리땅이 아닌 중국땅으로만 갈 수 있는가.       


0…내가 백두산을 만난 것은 한여름인 8월 중순이었는데, 천운(天運)이 따라주었는지 하늘이 구름 한점 없이 맑았고, 그 파란 하늘이 천지(天池)호수에 투영돼 온천지가 하늘인지 호수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장엄한 광경을 연출했다. 함께 간 동료기자들은 카메라에 풍경을 담기 바빴으나 나는 하나라도 더 머릿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어 눈으로 사진을 찍었다.    


 백두산 방문 2년 후 나는 이민을 떠나왔고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때 모습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백두산은 이곳 타국에서도 사진으로 가끔 만나며 그때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나는 과연 백두산을 다시 볼 수 있을까.     


0…백두산(白頭山)은 함경남북도와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걸쳐있는 화산으로 중국에서는 장백산(長白山)이라 부른다. 높이가 2,744 m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은 한국인들에게는 민족의 영산으로 숭앙되어 왔다.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이곳에 무리 3천 명을 이끌고 신시(神市)를 열었으며, 여기서 단군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1년 중 8개월이 눈으로 덮여 있고 흰색의 부석(浮石)들이 얹혀져 있어 '흰머리산'이라는 뜻으로 백두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최고봉은 장군봉이며 정상에는 화산 분출에 의해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인 천지가 있다. 천지는 둘레가 14km, 평균 깊이 213m, 최대 수심 384m에 이르며,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보통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이르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의 기본 산줄기로 모든 산이 여기서 뻗어 내렸다. 


 백두산은 역사적으로 숙종 38년(1712년)에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을 정하기 위해 정계비(定界碑)가 세워졌고, 현재는 천지를 경계로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이루고 있다. 두 나라는 1962년에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을 체결했는데, 이에 따라 백두산 북서부는 중국에, 남동부는 북한에 속하며, 천지의 54.5%는 북한에, 45.5%는 중국에 속한다. 그러나 북한쪽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관광객은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오른다. 


0…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조국분단 이래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최고 지도자가 방문했다. 그것도 북한땅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와 함께. 갈라진 조국으로 인해 지금은 비록 ‘북한땅’이라 부르지만 그것은 결국 한민족의 영역이다. 두 정상이 함께 백두산에서 손을 높이 치켜든 감격스런 장면은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여기에 달리 부연할 말이 있을까. 똑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가 남과 북 말고 어디에 또 있는가. 섬세한 감정표현이 그대로 전달되고 정상의 마주 잡은 두 손이 서로 따스한 온기를 느끼는 순간, 남과 북의 거리는 이미 숨결 하나 차이로 좁혀 들었다. 지금은 비록 두 나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노선을 걷고 있지만 머지 않은 날에 결국 하나로 통일되고 말 것이란 확신을 전 국민이 갖게 됐다.     


 무릇 모든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은 상호신뢰와 진정성일진대, 이번 두 정상의 얼굴 표정에서는 그것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젊은 북한 지도자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도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거센 물결 앞에서 결국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0…특히 이번 방북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진지함은 인간적으로 더욱 깊은 신뢰를 갖게 했다. 등산광(狂)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마침내 그 소원을 이룬 셈이 됐다. 


 어찌 문 대통령 뿐일까. 그토록 멋진 산 백두산을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날을 간절히 그려본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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