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독립전쟁 배경영화-'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

 

 [註: 로버트 드와이어 조이스(Robert Dwyer Joyce, 1836~1883)는 아일랜드 의사이자 영문학 교수를 지낸 시인, 역사학자로 전통적인 아일랜드 음악을 채보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1798년 5월27일~6월21일 동안 일어났던 이른바 '웩스포드 반란 사건(Wexford rebellion)'에서 죽은 젊은이들을 추모하는 전통 발라드로 여기서 '보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반란에 참여할 때 호주머니에 보리 또는 귀리를 넣고 행군하는 관습에서 유래했는데, 영국의 탄압에 저항하는 아일랜드는 매년 봄에 피어나는 보리처럼 시들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상징한다고 한다. 참고로 이 발라드는 여러 가수들이 불렀는데 특히 캐나다 뉴펀들랜드 출신 로리나 맥케니트가 켈틱스타일로 부른 노래가 좋다.]

 

 데미언은 이 일을 겪고도 "영어로 말하지 않아서 죽은 것이 순국이냐?"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IRA에 들어와서 독립운동을 함께 하자는 친구들의 권유를 거절하고 영국행 기차에 오른다. '중화기로 무장하고 압도적인 수를 가진 영국군에게 IRA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이 데미언의 주장이었다.


 그랬던 데미언이었으나, 기차역에서 "군인(영국군)은 태울 수 없다"며 아일랜드를 식민 통치하고 있는 영국에 협조하려 하지 않는 아일랜드인 철도기관사(리암 커닝엄)와 역무원(노엘 오도노반)을 영국군이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을 바꾸어 IRA에 투신한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에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의무를 가진 게릴라 전사가 된 것이다.


 IRA를 돕는 시네이드 니 설리반(올라 피츠제럴드)은 연인 데미언에게 죽은 오빠 미하일 오 설리반이 지녔던 성 크리스토퍼 수호성인 메달을 건넨다. 왜냐 하면 미하일이 데미언을 존경했기 때문이란다. [註: 크리스토퍼(Christopher)의 정식 명칭은 아요스 크리스토포로스이며 '그리스도를 어깨에 짊어지고 간다'라는 뜻. AD 251년 경의 인물로 실제 이름은 '레프로보스'였다고 하며 소아시아에서 순교하였다고 전해진다. 아기 예수를 모시고 강을 건넜으므로 여행자들과 운전자들의 수호성인으로 그의 메달 또는 팬던트를 목에 걸고다니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IRA가 영국군을 습격하면 영국군은 그 몇 배로 보복하며 탄압하는, 피로 피를 씻는 투쟁이 계속된다. 그 와중에 영국계 아일랜드인 지주 존 해밀튼 경(로저 앨럼)은 하인인 크리스 레일리(존 크린)가 IRA 단원이라는 냄새를 맡고 그를 협박, 영국군에게 IRA의 거점을 밀고하도록 만든다. 결국 테디와 데미언을 비롯한 IRA 단원 11명이 모두 체포된다.


 감옥에서 데미언은 뜻밖에 기차역에서 영국군인을 못태우겠다며 구타를 당했던 철도기관사 댄(리암 커닝엄)을 만난다. 댄은 "조서에 의하면 내가 '불온한 사상을 가진 자'라고 하더군.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도…"라고 잡혀온 이유를 말한다.


 이때 영국군이 테디 오도노반을 찾는데 데미언이 자기가 오도노반이라며 일어서자 테디가 나서며 아일랜드 게일어로 자기 이름을 말한다. '빌어먹을 페니언 새끼'라며 끌어가는 영국군. [註: 페니언(Fenian)은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비밀결사로 아일랜드 공화국(1919~1922)을 건국하기 위해서 결성된 페니언 형제단과 아일랜드 공화주의 형제단(Irish Republican Brotherhood)을 포괄적으로 불렀던 용어이다. 페니언 형제단은 미국으로 이민한 아일랜드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해외조직이었다.]


 끌려간 테디는 영국 육군, 즉 블랙&탠즈에게 열 손가락의 손톱을 모두 뽑히는 잔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다른 IRA 동지들의 거점과 이름을 알려주는 것을 거부한다. 한편 비명소리를 듣고있던 감방 동료들이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일제히 발을 구르며 노래를 부른다. [註: 이 곡이 "군인의 노래(The Soldier's Song)'로 아일랜드 공화국의 국가(國歌)이다. 1912년에 IRA에 의해 행진곡으로 불려지다가 1926년에 정식 국가로 채택되었다.]


 이어서 한사람씩 취조를 당한다. 데미언은 지난 선거(1918년 11월 총선)에서 신페인(Sinn Fein)당이 105석 중 73석을 차지했다며 대영제국에서 분리, 독립돼야 한다는 아일랜드 공화국의 요구는 민주적 결정이므로 우리를 정치범으로 다뤄달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러나 영국 장교는 그건 내 소관이 아니며 난 정부의 명을 받은 군인일 뿐이라며 일축한다. "당신네 정부는 우리의 의회를 억압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당신네 군인들은 여기를 무단 점령하여 범죄를 저지를 뿐이다. 다시 700년을 통치하라고 내 다른 빰을 내밀까? 당장 내 나라에서 꺼져라!"고 강변하는 데미언!


 영국 장교가 데미언의 손을 보여달라고 하자 그는 손톱을 뽑히기 싫다며 완강히 저항한다. 영국 장교는 (블랙&탠즈) 군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 '솜 전투' 때 구토가 목까지 올라오는 더러운 참호속에서 그들의 눈앞에서 전우들이 포격으로 죽는 걸 보면서 전투를 했다며 성깔을 부린다. [註: 솜 전투(Battle of the Somme)는 1916년 7월1일 프랑스 북부 솜 강 30km에 걸친 서부 전선에서 벌어진 전투로, 전투 참여 인원 약 3백만 중 3분의 1이 전사하는 역사상 초유의 전투였다. 이 전투는 베르됭 전투와 마찬가지로 독일군의 철조망과 기관총, 참호 제거를 목적으로 시작되었고 11월13일 영국군은 마지막 공세를 취해 독일군의 보몽 하멜 요새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11월18일 폭설로 중단되었으나 42만 명의 영국군과 20만 명의 프랑스군이 다치거나 전사하고 독일군도 50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기록한 1차 대전의 최대 격전지였다.]


 감시병인 이병(윌리엄 루안)에게 그를 끌고 나가 사원에서 총살하라고 호령하지만 부하가 할 수 없다고 말하자 장교는 내일 군사법정에서 무기소지죄로 처형하겠다며 씩씩대면서 나간다.
 

 다시 감방으로 돌아온 데미언은 벽에 쓰인 낙서를 발견하고 읽는다. "난 사랑의 정원으로 향했다. 검은 가운을 입은 사제들이 걷고 있었고 …" 글씨가 희미해 더 이상 읽지 못하자 댄이 그 시의 뒷부분을 암송한다. "들장미를 묶노라, 나의 기쁨과 갈망을. 윌리엄 블레이크." [註: 이 시는 영국의 시인, 화가이자 인쇄업자였던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57)가 쓴 '사랑의 정원(The Garden of Love)'이란 시의 일부이다. 이 시는 자연에 대한 비의(譬意)와 상징을 나타내는데, 그는 "조직적 종교는 우리를 통제하고 구속하고, 우리의 행복을 죽이고 자연적인 욕망과 소망을 억제한다. 제도화된 종교는 사랑에 대한 저주이며 종교적 믿음에서 오는 즐거움은커녕 세상의 정원(삶과 성숙)을 무덤(죽음과 부패)으로 바꿔버렸다"고 비판했다.] (다음 호에 계속)


▲ 기차역에서 아일랜드인 철도기관사 댄(리암 커닝엄·오른쪽)과 역무원(노엘 오도노반)이 영국군은 태울 수 없다며 저항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데미언은 IRA에 투신하게 된다.


▲ 시네이드(올라 피츠제럴드)가 죽은 오빠 미하일의 성 크리스토퍼 수호성인 메달을 데미언(킬리언 머피)에게 건넨다.


▲ IRA가 영국군을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한다. 서로간에 피로 피를 씻는 투쟁이 계속된다.


▲ 블랙&탠즈는 IRA의 습격보다 그 몇 배로 보복하며 탄압한다.


▲ 감옥에서 데미언은 뜻밖에 기차역에서 영국군에게 반항했던 철도기관사 댄(리암 커닝엄)을 만난다. 댄은 그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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