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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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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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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6
남북전쟁 배경 영화(VI)-"슬픔은 그대 가슴에"(2)

 

(지난 호에 이어)

 '얼 그랜트'는 '썰물(Ebb Tide)' 등의 팝송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흑인가수이자 해먼드 오르간 및 피아노 연주가였으나, 뉴 멕시코에서 교통사고로 39세에 아깝게 요절했다.

 

 또 "마할리아 잭슨 '험한 세상'을 노래하다"는 친절한 안내가 있다. 잭슨은 세계적인 '가스펠의 여왕'으로 알려진 가수 및 흑인 인권 운동가로 유명했다. 그녀는 가스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하느님의 노래를 부를 때는 '자유와 희망'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신판 '삶의 모방'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때는 1947년. 유명한 브로드웨이 배우를 지망하는 백인 미망인 로라 메러디스(라나 터너)가 코니 아일랜드 해변가에서 6살 난 딸 수지(아역배우 테리 번햄)를 잃어버려 찾다가 8살 난 사라 제인(아역배우 캐린 디커)과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사라의 어머니인 흑인 미망인 애니 존슨(주아니타 무어)과 애들의 장난치는 모습을 찍고있던 사진작가 스티브 아처(존 가빈)를 만난다.

 

 로라는 애니와 사라 제인 모녀가 갈 곳이 없음을 알고 비록 작은 아파트에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하룻밤을 같이 묵도록 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애니 모녀는 로라의 집에 함께 살면서 로라가 배우 및 모델 일에 열중할 수 있도록 집안의 허드렛일과 수지 돌보는 일을 애니가 맡게 된다.

 

 어느 날 저녁, 스티브가 사진을 갖고 찾아온다. 그는 분명 로라에게 홀딱 반해서 다음날 그녀에게 점심을 사려고 하지만 로라는 거짓말로 앨런 루미스(로버트 알다) 사무실에 가야한다고 둘러댄다. 한데 정작 로라가 유명한 에이전트인 루미스를 만났을 때, 그는 배우로서 성공하려면 먼저 몸부터 바쳐야 한다고 강요하자 그녀는 화를 내고 뛰쳐나온다. 집으로 돌아와 모욕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혀 울자 애니가 위로하고 격려한다.

 

 몹시 춥고 눈 내리는 어느 날, 애니가 사라의 눈신발을 갖다주려고 학교 교실로 찾아가는 바람에 그동안 사라가 흑인임을 감추고 백인 행세를 하며 친구들을 속인 것이 탄로난다.

 

 이 일로 해서 사라는 흑인 어머니는 자기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저주스런 생각으로 가득차게 되고,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래. 난 백인이야. 그래서 백인 친구와 사귀고 결혼도 백인과 할 거야!"라고 굳게 다짐한다. 마음이 상한 애니가 로라에게 묻는다. "이런 일이 당신 아이한테 일어났다면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한편 스티브는 맥주회사에 취직해 광고를 맡게 됐다며 로라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그녀는 설령 사랑한다 하더라도 결혼은 스타로 가는 길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며 뿌리친다.

 

 로라는 매번 오디션에서 탈락하다가 그녀의 에이전트인 앨런 루미스와 극작가인 데이비드 에드워즈(댄 오헐리히)에 의해 코미디 무대에 출연할 기회를 잡게 된다. 그러나 스티브가 루미스를 만나지 말라고 만류한다. 하지만 로라는 모처럼 온 기회를 놓치기 싫어 오디션을 받는다.

 

 데이비드는 그녀가 중간에 극본의 수정을 제의하자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 곧 그녀의 지적이 옳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해서 로라가 주연한 연극은 대성공을 거두고 신문들은 일제히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스타 탄생"이라고 대서특필 한다.

 

 11년이 지난 1958년, 로라는 대스타가 되면서 뉴욕의 호화저택으로 이사한다. 애니는 여전히 가사일을 돌보면서 로라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어느 날 극작가 데이비드의 프로포즈를 받게 된 로라는 애니와 상의한 결과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고 거절함으로써 둘은 결별하고, 다른 극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여 또 대성공을 거둔다.

 

 연극이 끝난 파티에 10여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스티브가 놀라움과 기쁨에 넘쳐 찾아오고, 로라는 아직도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둘은 다시 가까워진다.

 

 한편 17세가 된 수지는 어머니가 베푸는 물질적인 풍요는 누리지만 바쁜 일정 등으로 함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늘 엄마의 사랑에 굶주려 있다. 그래서 어머니랑 스티브랑 같이 여행 가길 원하지만, 스타가 된 로라가 마침 이탈리아 영화의 주역으로 캐스팅되어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된다.

 

 한편 19세가 된 사라는 수지에게 백인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고 비밀스럽게 털어놓으며, 흑인으로 차별 대우 받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얘기한다. 사라는 어머니와는 달리 피부색이 흰 혼혈아로 당시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을 우려해 그녀는 백인 아버지처럼 유럽 혈통과 용모를 가진 백인 행세를 한다.

 

 그러나 흑인의 딸이란 걸 알게 된 백인 남자친구 프랭키(트로이 도나휴)는 어느날 사라를 만나서 "네 엄마가 검둥이라고 쑥덕대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며 다그치자 "남의 눈을 피해 함께 도망가서 살자!"고 애걸하는 사라를 개 패듯 반죽음에 이르게 하고는 떠나버린다.

 

 로라가 이탈리아로 떠나고 없는 동안 스티브가 수지를 돌보는데… 그 사이, 엄마의 연인 스티브를 좋아한다고 애니에게 털어놓더니 드디어 그에게 직접 사랑 고백까지 하는 수지.

 

 한편 흑인 딸이란 이유만으로 비참하게 버림받은 사라는 한동안 홀로 지내며 몰래 춤과 노래를 익힌 후, 어머니에겐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 근무한다는 거짓 편지를 보내고는 유흥업소에서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며 춤추고 노래하는 밤무대의 여인으로 변신한다. [註: 이 영화에서 수전 코너가 부르는 노래는 실제 재즈·팝 가수인 조 앤 그리어(Jo Ann Greer, 1927~2001)가 더빙한 것이다.]

 

 애니가 이 사실을 알고 나이트클럽으로 찾아가 딸을 찾으러 왔다고 얘기하자 사라는 즉각 해고돼 버린다. 그리고 사라는 다시 어디론가 도망치듯 사라진다.

 

 어머니를 부정하는 딸에게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애니. 꼭 선생이 되길 바라던 하나밖에 없는 딸 사라가 아니었던가…. (다음 호에 계속)

 

▲ 로라(라나 터너)는 매번 오디션에서 탈락하다가 그녀의 에이전트 및 극작가에 의해 코미디 무대에 출연할 기회를 잡게 된다.
 


▲ 어머니보다 애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 수지(샌드라 디)는 늘 엄마의 사랑에 굶주려 있다.
 


▲ 애니(주아니타 무어)는 로라(라나 터너)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조언자가 된다.
 


▲ 10여 년 만에 찾아온 스티브(존 가빈)가 로라가 주연한 연극에 대해 대서특필한 신문을 보여준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youngho2017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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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남북전쟁 배경 영화 (VI)-'슬픔은 그대 가슴에'(1)

 

<필자 註: 남북전쟁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노예제도는 사라졌지만 종전(終戰) 후부터 오늘날까지 사회문제가 되는 흑백갈등을 다룬 작품 한 편을 소개하고 전체적인 남북전쟁 배경영화 시리즈를 마무리할까 한다.>

 

 미국사회에서는 한 방울의 흑인 피가 섞여도 태어난 아이는 흑인으로 규정되는 이른바 '한방울의 법칙(One Drop Rule)'이라는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인정되어 온 인종 분류 방법이 20세기까지 존재했다. 이로 인해 외모적으로 백인에 가까운 흑인들은 차별을 우려해 백인처럼 행세하는 '패싱(passing)' 사례가 많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15년 6월에 백인이면서 흑인 행세를 한 레이첼 돌레잘 사건으로 '인종전환(transracial)' 논쟁이 일었다. 성전환(transgender)처럼 스스로 인종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돌레잘은 그때 방송에 출연해 진행자의 "당신은 백인인가, 흑인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나는 흑인이라고 규정한다(I identify as black)"며 "나는 결코 백인이 아니다. 나를 백인이라고 규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백인 패싱'을 주장하여 새삼스런 흑백인종 문제에 불을 지폈다.

 

 또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다시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는 가장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되는 노예제도에 그 연원(淵源)을 두고 있다. 흑인작가 알렉스 헤일리(1921~1992)가 자기 조상의 뿌리를 200년이나 거슬러 올라가서 7대에 걸친 발자취와 행적을 더듬어 내려오며 노예제의 실상을 밝힌 '뿌리(Roots)'가 1977년 1월에 ABC TV 대하드라마로 방영됐다. 이는 미국 역사의 고해성사였으며 피부빛을 초월한 인류적 교감과 감명을 준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노예제도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월 1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하고, 2년 뒤인 1865년 수정헌법을 통해 법적으로 폐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땅에서 인종분리와 차별은 '조직적' 또는 '법적인 흑백 분리'라는 교묘한 명분으로 1960년대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남북 전쟁 후 남북 통합기(1865)에 여전히 ‘노예제 유지’를 원하던 남부 11개 주는 선수를 쳐 흑인 준노예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듯한 '흑인 단속법(Black Code)'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이 1866년 '투표권법'에 의해 폐지되자 그들은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을 제정한다.

 

 '짐 크로우'라는 이름은 백인이 얼굴을 검게 칠하여 흑인으로 분장하고 뮤직코미디를 한 블랙페이스 민스트럴 쇼(Blackface Minstrel Show)의 1828년 히트곡 ‘Jump Jim Crow'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후 '짐 크로우'는 '니그로(깜둥이)'를 뜻하는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됐던 '짐 크로우 법'은 미국의 흑인들이 "분리되지만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는 교묘한 사회적 지위를 갖게 했다. 예를 들면 공립학교, 공공장소, 대중교통에서의 인종 분리는 물론, 화장실, 식당, 식수대, 심지어 군대, 감옥, 교회, 묘지에서도 흑인과 백인은 분리됐다. "개와 흑인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버젓이 나붙었다.

 

 최근에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2013)', 피터 파렐리 감독의 '그린북(2018)' 등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부분의 짐크로우법들은 1964년 '시민권법(Civil Rights Act)'과 1965년 '투표권법'에 의해 폐지되기에 이른다. 냉전이 극에 치닫던 1960년대의 미국은 격동기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 운동과 여성 해방운동, 그리고 '젊은이의 반란'으로 일컫는 히피 운동, 동성애 운동 등이 진행된 시기였다.

 

 또한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1917~1963)가 암살되었고, 이어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이슬람 운동가인 맬컴 X(1925~1965)와 흑인 해방 및 인권 운동가인 침례교 목사 마틴 루터 킹 2세(1929~1968), 그리고 로버트 F. 케네디(1925~1968)가 줄줄이 암살 당하던 시기였다.

 

 짐 크로우법에 의해 엄청 피해를 본 사람 중에는 스웨덴 출신인 청순한 미모의 여배우 메이 브리트가 있다. 그녀는 흑백간 결혼이 금지돼 있던 1960년 11월 13일 흑인 가수이자 배우인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1925~1990)와 결혼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듬해에 딸까지 낳았으나 이로 인해 브리트는 촉망 받던 은막계를 떠나야 했고, 데이비스도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활동을 금지 당했다. [註: 메이 브리트(May Britt·88)에 관해서는 '추격기(The Hunters)' (378회 2020.7.10) 참조. 그런데 딸 트레이시 데이비스(1961~2020)는 2020년 11월에 59세로 사망했다.]

 

 이러한 배경아래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많은 혼혈인들이 자신의 인종적인 정체성 때문에 갈등과 방황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삶의 갈등을 은근하면서도 심도있게 다룬 멜로 드라마 영화가 대한민국에서는 '슬픔은 그대 가슴에'라는 감상적인 타이틀로 개봉한 '삶의 모방(Imitation of Life)'이다.

 

 원작은 미국의 여류 소설가 패니 허스트의 동명소설. 1934년 동명으로 영화화한 것을 1959년에 더글라스 셔크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유니버설 인터내셔널사 배급. 출연 라나 터너, 존 가빈, 주아니타 무어, 샌드라 디, 수전 코너. 러닝타임 125분.

 

 얘기 시작에 앞서 잠깐 영화 포스터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사진이 아닌 그림임을 알 수 있는데, 당시 영화포스터 전문 아티스트인 레이놀드 브라운(1917~1991)이 그린 것이다. 그는 '세계를 그대 품 안에(1952)'를 시작으로 '벤허(1959)', '스파르타쿠스(1960)', '알라모(1960)', '왕중왕(1961)', '셰난도(1965)' 등 알 만한 명화의 포스터를 제작한 사실주의 화가로 유명했다.

 

 그런데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책 그림에는 원작자와 타이틀이 보이고, 그 아래를 보면 "얼 그랜트가 부른 '삶의 모방' 주제곡을 들어보라"는 글귀가 있다. 이 노래는 구수하고 달콤하여 마치 '냇 킹 콜'의 목소리로 착각할 만큼 닮았다. (다음 호에 계속)

 


▲ 레이놀드 브라운(1917~1991)이 그린 '삶의 모방(Imitation of Life)' 영화포스터.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 해변가에서 백인 미망인 로라 메러디스(라나 터너)가 잃어버린 딸 수지를 찾다가 흑인 미망인 애니 존슨(주아니타 무어)의 딸 사라 제인과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그들은 로라의 집에서 기거하게 된다.
 


▲ 딸을 찾다가 애들의 장난치는 모습을 찍고있던 사진작가 스티브 아처(존 가빈)를 만나는 로라(라나 터너).
 


▲ 애니(주아니타 무어) 모녀는 로라(라나 터너)의 집에 함께 살면서 로라가 배우 일에 열중할 수 있도록 집안의 허드렛일과 수지 돌보는 일을 애니가 맡게 된다.
 


▲ 애니가 딸 사라의 눈신발을 갖다주려고 학교 교실로 찾아간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사라가 흑인임을 감추고 백인 행세를 하며 친구들을 속인 것이 들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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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남북전쟁 배경 영화(V)-'셰난도'(Shenandoah)(하)

 

 (지난 호에 이어)

아버지 찰리가 그 보초병을 교살하려다가 너무 어려보여 나이를 묻는다. "16살입니다." 찰리는 같은 나이인 보이를 생각하고 그를 살려주면서 격앙되어 말한다. "네가 늙어지고 많은 아들을 두게 되면 자식을 잃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 지를 알게 될 거야!"

 

 집으로 돌아온 찰리 가족. 가정의인 톰 위더스푼(폴 픽스)이 제임스와 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손녀 마샤는 살아있으며 흑인 보모가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된 찰리는 어린 손녀를 품에 안아보고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글썽인다. 그때 농장을 몰수하려고 들이닥친 북군을 앤더슨 가족이 합심하여 물리친다.

 

 다음 날, 아침식사 테이블에서 늘 하던 기도를 시작하는 찰리. 그러나 목이 메어 끝을 맺지 못한다. 그는 가족묘지를 찾아가서 죽은 아내에게 슬프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그리고 그녀 옆에 묻혀있는 앤과 제임스, 제이콥의 묘소도 들러보는데….

 

 그때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린다. 찰리 앤더슨이 "왜 아무도 오늘이 일요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면서 앤더슨 가족은 모두 옷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총총 교회로 간다. 가까스로 찬송가 한 곡이 시작될 즈음에 도착하였는데, 노래가 끝나자 비욜링 목사(덴버 파일)가 다음 찬송가를 주문하는데… 그때 '보이'가 목발을 짚고 비틀거리며 교회 뒷문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회중들이 일제히 쳐다보자 찰리도 무슨 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앤더슨 가족은 막내 보이와 교회 안에서 극적인 상봉을 하고, 마을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 찰리 앤더슨이 난생 처음으로 찬송가를 우렁차게 부르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한마디로 가족을 지키려는 한 아버지의 아픔과 슬픔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전통민요 '셰난도'와 함께 서정적이고 밝고 평온한 홈드라마의 느낌으로 시작하여 전쟁에 의해 한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을 통해 부성애, 형제애, 가족애, 그리고 평화와 화해라는 반전의 희망적 메세지를 담고있는 훌륭한 영화이다.

 

 막내아들 '보이' 역의 필립 알포드(Philip Alford·74)는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1962)'에서 변호사 아티커스 핀치(그레고리 펙)의 아들 젬 핀치 역으로 잘 알려진 미국 배우이다. 당시 3명의 마지막 후보자들과 오디션 경쟁을 하여 최종 낙점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제임스 앤더슨 역의 패트릭 웨인(Patrick Wayane·83)은 서부영화의 지존(至尊)인 존 웨인(1907~1979)과 그의 첫 번째 부인 조세핀 알리샤 자엔츠 사이에서 난 2남2녀 중 셋째이다. 약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그 중 11편은 아버지와 함께 출연했다.

 

 제임스의 아내 앤 역의 캐서린 로스(Katharine Ross·82)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그후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코미디 드라마 '졸업(The Graduate·1967)'에서 더스틴 호프만의 상대역인 일레인 로빈슨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골든글로브 신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9년 서부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에타 플레이스 역으로 BAFTA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노름꾼 톰 역으로 나온 단역의 샘 엘리어트(Sam Elliot·78)와 1984년 결혼하여 그녀의 다섯 번째 남편이 되었고 현재 딸 클레오 로즈 엘리어트를 두고 있다.

 

 이 영화 전체를 통해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처연하게 흐르는 음악이 미국 전통민요인 '오 셰난도(Oh Shenandoah)' 또는 "Across the Wide Missouri"라고 불리는 곡이다. 이 곡의 원곡은 불확실하나 그 내력(來歷)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주리 강 서쪽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비버 등 모피 무역을 하던 보부상(褓負商)들이나 털가죽 또는 사람을 운송하던 뱃사공들 ― 이들을 보와저(voyageurs)라고 부른다 ― 이 미주리 강을 따라 걸어서 또는 카누를 타고 여행하면서 불렀던 노래가 여러 가사로 발전되어 온 것이라고 한다.

 

 이 보와저들은 주로 미국인 및 (프랑스계) 캐나다인들로 대단한 가수들이었다고 전해지며 무역의 대상 영역이 확장되면서 이 곡도 점차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註: 모피 무역을 둘러싼 전쟁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와 이로쿼이족 전쟁, 이른바 '비버 전쟁(Beaver War)'이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열강과 알곤킨, 휴론, 모호크, 모히칸 족 등 오대호 지방 원주민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북미 역사 속에서 가장 피 튀기는 잔인한 전투 중 하나였다.]

 

 또 1860년 이전에 지어진 가사에는 뉴욕 북부의 오네이다 이로쿼이족(Oneida Iroquois, '세워진 돌의 사람들'이란 뜻) 추장 셰난도(1710~1816)의 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한 보와저가 '오네이다 마을'에 살았는데, 그는 오네이다 학교를 처음 설립하였다고 한다. 그곳이 현 뉴욕 주 클린턴 시에 있는 해밀턴 대학으로 그는 이 캠퍼스에 묻혔다고 전한다. [註: '오네이다 마을'은 영어로 Oneida Castle로 표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캐슬'은 성(城)이 아니고 '요새화된 인디언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다. 1951년에 윌리엄 A. 웰먼 감독의 'Across the Wide Missouri'에서 모피 무역상 클라크 게이블이 인디언 추장 검은발(Blackfoot)의 딸과 결혼하는 것으로 나오며, 동명의 주제곡이 흐른다.]

 

 아무튼 19세기 후반에 '샤나도어(Shanadore)' 또는 '뱃사공의 노래(Sailor Songs)' 등으로 불리다가 20세기로 들어오면서 '셰난도어(Shenandoah)'로 정착됐으나 정작 가사는 정해진 것은 없고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 버지니아 주는 수년간의 논쟁 끝에 결국 2015년 가사를 뺀 '셰난도'의 멜로디를 따서 'Our Great Virginia'라는 주가(州歌)를 탄생시켰다. (끝)

 

▲ 우물물을 긷는 제임스(패트릭 웨인)를 칼로 찔러 죽인 다음 앤을 폭행한 뒤 그녀도 죽이는 은혜를 피로 갚는 남군 불한당.
 


▲ 북부군 포로수용소. 남군 포로인 카터의 배려로 '보이'는 성공적으로 탈출하여 남쪽으로 향하는데….
 


▲ 가브리엘(유진 잭슨)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다리 부상을 입은 친구 '보이'를 숲속에 숨겨놓는다.
 


▲ 앤더슨 가족수색대는 식량까지 다 떨어져 결국 보이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농장으로 돌아오지만, 장남 제이콥을 잃고 사랑하는 며느리 앤과 제임스마저도 남군에게 살해 당하는 처절한 비극에 직면한다.
 


▲ 제임스와 앤은 살해 당했지만 흑인 보모가 키우고 있는 손녀 마샤를 품에 안고 기쁨과 슬픔의 눈물이 교차되는 찰리(제임스 스튜어트).
 


▲ 교회엔 서둘러 갔지만 막내 '보이' 생각에 시름에 젖어있는 찰리. 오른쪽 딸 제인(로즈마리 포사이쓰)도 시무룩한 표정이다.
 


▲ 막내 보이(필립 앨포드)가 살아 돌아오자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 찰리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이 난생 처음으로 찬송가를 우렁차게 부르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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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남북전쟁 배경 영화 (V)-'셰난도'(Shenandoah)(상)

 

이제 남북전쟁 배경 영화의 다섯 번째로 '셰난도(Shenandoah)'를 소개한다.

1965년 유니버설 픽처스 제작 및 배급, 주연 제임스 스튜어트, 러닝타임 105분. 감독은 앤드류 V. 맥클라글렌(Andrew Victor McLaglen, 1920~2014)인데, 그는 리처드 버튼, 로저 무어, 리처드 해리스 주연의 '지옥의 특전대(The Wild Geese, 1978)', 그레고리 펙, 로저 무어, 데이비드 니븐 주연의 '바다의 늑대들(The Sea Wolves, 1980)', 브룩 쉴즈 주연의 '사하라(1983)', '콰이강의 다리 2(Return from the River Kwai, 1989)'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태생 미국 감독이다.

 

 '셰난도'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동명의 전통민요가 전편에 걸쳐 흐르며, 강한 반전 및 인본주의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당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를 바꾸게 한 영화이다.

 

 남북전쟁이 한창인 1864년 버지니아 주의 부유한 농장주 찰리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과 그의 여섯 아들, 제이콥, 존, 제임스, 네이선, 헨리와 16세인 막내 '보이' 그리고 '고명딸' 제니와 제임스의 아내이자 며느리인 앤이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한다. 이 가족은 흑인 노예 없이 그들 가족 스스로 그 큰 농장 및 가사일을 꾸려나간다.

 

 찰리는 주일마다 교회에 참석하지만 자신은 '하느님이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어떤 것에도 하느님을 믿질 않으나 다만 식사 기도할 때만 믿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 한 켠에는 그의 아내를 일찍 데리고 간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항상 교회에 늦어 대가족이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느라 목사와 회중들에게 불편을 끼치기 일쑤였다.

 

 찰리는 독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면서도 남북전쟁 중 그 어느 편도 들기를 거부한다. 비록 지역은 남부연맹 소속이지만 철저한 반전주의자인 그로서는 '버지니아의 의무'를 강조하며 장남 제이콥(글렌 콜베트)의 참전의사를 묵살하고 6명의 아들들의 참전 또한 금지시킨다. 착한 자식들은 내심 참전하고 싶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고 농장에 남는다.

 

 그런 와중에 외동딸인 제인(로즈마리 포사이쓰)을 남군의 현역 장교인 샘(덕 맥클루어)에게 시집 보내는 경사를 치른다. 그러나 교회식장에서 결혼 서약이 끝나자마자 전쟁터로 오라는 호출을 받는 샘. 첫날밤도 못 치르고 신부에게 슬픔만 남기고 떠나는 신랑!

 

 그리고 샘이 떠난 다음 삼남 제임스(패트릭 웨인)와 며느리 앤(캐서린 로스) 사이에서 첫 손녀가 태어나 16년 전에 사별한 부인의 이름인 마샤(Martha)를 아기에게 지어주며 다시 그 이름을 불러보는 기쁨을 맛보는 찰리!

 

 그러던 중에 찰리 앤더슨의 막내아들 보이(필립 앨포드)가 흑인친구 가브리엘(유진 잭슨)과 함께 너구리 사냥을 나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남부군의 매복지로 들어가게 되는데, 급기야 도망치다가 냇물을 마시러 잠깐 멈춘다. 거기서 우연히 낡은 케피 캡(남부군의 군모)을 주워 멋모르고 자랑스럽게 쓰고 다니는 보이.

 

 어느 날 북군 정찰대가 이들을 발견하고 '보이'는 이 모자로 인해 남부동맹군으로 오인되어 포로로 잡혀간다. 가브리엘이 이 사실을 앤더슨 가족에게 알리자, 불과 10마일 밖에 북군들이 들이닥쳤는데도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전쟁이라고 태연하던 앤더슨의 집안에도 전쟁의 소용돌이의 여파가 미치기 시작한다.

 

 찰리는 제임스와 출산 조리 중인 며느리 앤을 집에 남겨두고 나머지 네 명의 아들과 딸 제니를 데리고 '보이'를 찾아나선다. 자신의 신념과 상관없이 자신도 처음부터 전쟁에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 찰리.

 

 먼저 찾아간 곳이 북군 캠프. 그러나 그 곳엔 포로들이 없다. 하지만 역시 같은 16살의 아들을 둔 페어차일드 대령(조지 케네디)은 친절하게도 가능성이 있을진 모르지만, 열차로 남군 포로들을 북쪽으로 수송하는 비밀장소를 가르쳐준다.

 

 열차수송 책임자인 대위가 스케쥴 때문에 지체할 수 없다며 거절하자 찰리는 철로에 바리케이드를 친 다음 북군들을 무장해제시킨 후 열차칸을 수색하였지만 '보이'는 거기에 없다. 할 수 없이 말을 타고 떠나려는 순간 뜻밖에 포로들 중에 샘이 있는 게 아닌가. 제니는 남편을 만나 기뻐하고, 샘은 앤더슨 수색대와 함께 떠난다. 떠나기 전에 포로들을 모두 풀어준 다음, 샘의 권고에 따라 기차를 불태운다.

 

 한편 다른 포로수용소에 있던 보이는 남부군 포로인 카터(제임스 베스트)의 배려로 탈출계획에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수용소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향한다. 드디어 남부군 캠프에 도착하였으나 북군의 공격으로 카터는 사살되고 '보이'는 다리에 총상을 입는다.

 

 이때 보이를 발견한 북군이 다가와 죽이려고 하는 순간, 그 북군은 다름 아닌 절친한 친구 가브리엘이었다. 가브리엘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보이를 숲속에 숨겨놓는다. [註: 이 영화의 배경이 남북전쟁 종료 1년 전인 1864년이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매사추세츠 제54 및 제55 등 보병연대가 1862년 후반 무렵에 창설된 점을 감안하면 이미 이때에는 흑백 구분 없이 통합돼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장면이 앤더슨 농장으로 바뀐다. 남부군의 부랑배(浮浪輩) 두 명이 물을 얻어먹으러 제임스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들은 우물물을 긷는 제임스를 칼로 찔러 죽인 다음 앤을 폭행한 뒤 그녀도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은혜를 피로 갚는 남부 불한당이다!

 

 한편 앤더슨 가족수색대는 식량까지 다 떨어져 결국 보이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농장으로 돌아온다. 오는 길에 남군이 점거하고 있는 캠프로 접어드는 순간, 그때 꼬박 졸고있던 보초가 말발굽 소리에 놀라 깨어나 엉겁결에 총을 쏘는 바람에 장남 제이콥이 어이없게 죽는다. [註: 그런데 남부연합의 노예주였던 버지니아 주에서 오히려 남부군에 의해 세 명의 귀한 생명을 잃는 것은 전쟁의 아이러니이며 한 가족의 진하고 처절한 슬픔을 자아낸다. 당시 남부군은 연방군의 전략에 의한 식량 및 보급품의 차단으로, 살기 위해 민간인 마을에 대한 약탈과 살인, 방화 등을 공공연히 저질렀다고 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셰난도(Shenandoah·1965)' 영화포스터
 


▲ (왼쪽) 남군의 현역 장교인 샘(덕 맥클루어)이 앤더슨가의 고명딸 제인(로즈마리 포사이쓰)에게 구혼한다. 맨우측은 며느리 앤 역의 캐서린 로스. (오른쪽)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만 샘은 호출을 받아 첫날밤도 못 치르고 전쟁터로 떠난다.
 


▲ 찰스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가운데) 대가족의 식사 광경. 맨 왼쪽에 막내 '보이'(필립 앨포드)가 남군 군모를 쓰고 있다.
 


▲ (왼쪽) 남군의 군모를 쓰고 있던 막내 '보이'(필립 앨포드)가 남군으로 오인되어 북군 포로로 잡혀간다. (오른쪽) 가브리엘(유진 잭슨)이 보이가 잡혀간 사실을 알리자 태연하던 찰리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의 집안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데…
 


▲ 같은 16살의 아들을 둔 페어차일드 대령(조지 케네디)은 찰스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에게 친절하게도 열차로 남군 포로들을 수송하는 장소를 가르쳐준다.
 

▲ 남군 포로 수송 열차에서 막내 보이는 못 찾았지만 뜻밖에 제인의 남편 샘을 만나는 일행. 그들은 샘의 권고에 따라 기차를 불태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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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남북전쟁 배경 영화(IV)-‘작은 아씨들’(Little Women)(하)

 

(지난 호에 이어)

 이 곡은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가 1869년 작곡한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6개의 로망스' 중 여섯 번째 곡으로 가장 즐겨 듣는 유명한 곡이다. 이 곡은 차이콥스키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출신 소프라노 가수이며 성악 교사였던 알리나 크보스토바에게 헌정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사를 우리말로 잘 번역한 것이 있어 소개한다. [註: 번역에 따라 '그리움(longing, yearning)' 또는 '외로움(lonely)' 등으로 해석되는데 궁극적으로는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홀로 이 세상의 모든 기쁨을 등지고

 머언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알아주던 사람은

 지금 먼 곳에 있습니다.

 눈은 어지럽고

 가슴은 불타는 듯 합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이 영화에서 조 역의 멋진 연기를 펼친 준 앨리슨(June Allyson, 1917~2006)은 세 번 결혼했는데, 첫 번째 남편이 유명 감독인 딕 파웰(Dick Powell, 1904~1963)이었다. 파웰은 1945년 3번째로 앨리슨과 결혼하여 1963년 그가 임파선암, 폐암으로 죽을 때까지 해로했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다. [註: 딕 파웰의 사망원인에 대해 아마도 '징기스칸(The Conqueror·1956)'을 촬영했던 유타주 세인트 조지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촬영 당시 배우·스탭 220명 중 절반 이상 그리고 엑스트라 출연 현지 원주민 300여 명 대부분이 1950년대 중반부터 1980년까지 모두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953년 촬영장에서 220km 떨어진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11번의 지상핵폭탄 실험을 했었는데 이때 누출된 방사능 낙진(落塵)이 바람에 실려 세인트 조지를 비롯한 유타주 남부에 쌓여 오염된 것으로 진단했다. 그 후 지하핵실험으로 바뀌었지만.]

 

 맏딸 메그 역의 자넷 리(Janet Leigh, 1927~2004)는 특히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Psycho, 1960)'에서 매리언 크레인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한 미국 배우. 네 번 결혼했는데 그 중 3번째 남편이 토니 커티스(Tony Curtis, 1925~2010)로 1951~1962년 사이에 슬하에 딸 둘을 두었다.

 

 베스 역의 마가렛 오브라이언(Margaret O'Brien·85)은 네 살 때 '브로드웨이의 연인들(1941)'에 아역으로 데뷔하여 다음 해인 1942년에 '마가렛을 위한 여행'에서 전쟁고아 역으로 나와 주목을 받았다. 이어서 7살 때 '백만인의 음악(1944)'에서 주연을 맡아 준 앨리슨과 공연하고 같은 해에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에서 주디 갈랜드와 공연했다. 그러나 오브라이언은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성장하지는 못했으며 '작은 아씨들' 출연배우 중 현재 유일하게 생존하는 배우다.

 

 베어 교수 역의 로사노 브라치(Rossano Brazzi, 1916~1994)는 이탈리아 배우로 이 영화가 미국 영화계 데뷔작이다. 그 후 '애천(愛泉·1954)'과 '맨발의 백작부인(1954)', 데이비드 린 감독의 캐서린 헵번과 공연한 '여정(Summertime, 1955)' 그리고 뮤지컬 '남태평양(1958)' 등으로 잘 알려졌다.

 

 이웃 부자 노인의 손자 로리 역의 피터 로포드(Peter Lawford, 1923~1984)는 1954년 당시 매사츄세츠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존 F. 케네디의 여동생 패트리샤 케네디와 결혼하여 케네디 가와 인척관계였기 때문에 1940~60년대에 배우로서의 활동보다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되는 명사로 군림하였다. 1남3녀를 두고 1966년 2월에 이혼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1932~2011)는 1942년 10세 때 배우로 데뷔하여 12세 때 '녹원의 천사(National Velvet, 1944)'에 출연하면서부터 인기를 끌었다. '작은 아씨들(1949)'은 그녀의 아역으로는 마지막 배역이었다. [註: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그녀는 미모에서는 자넷 리에게 밀렸고, 메이크업이 진해서인지 얼핏 알아보기가 힘들고 네 자매 중 가장 밉게 보이기까지 하다.]

 

 이후 2001년까지 50편의 영화 및 TV 드라마, 미니시리즈 등 총 80여 편에 출연하며 명성과 인기를 한몸에 받은 세기의 미녀로 평가받는 전설적인 톱스타였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젊은이의 양지(1951)', '자이언트(1956)',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1958)'에 이어 캐서린 헵번,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공연한 '지난 여름 갑자기(1959)'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당시 남편이었던 에디 피셔와 공연한 '버터필드 8(1960)' 및 리처드 버튼과 공연한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1966)'에서 아카데미 및 BAFTA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1967)'로 이탈리아 최고의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랩소디(1954)' '내가 마지막 본 파리(1954)' '클레오파트라(1963)' '샌드파이퍼(1965)' 등으로 1950~60년대의 최고의 배우로 군림했다.

 

 리즈 테일러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결혼과 이혼인데, 힐튼 호텔의 후계자 콘래드 힐튼 주니어와 결혼한 것을 시작으로 자그마치 8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이 덕분(?)에 승용차의 황제 롤스로이스 팬텀 자동차 구매를 거부당했다. 2011년 3월 23일 울혈성 심부전증 투병 중 향년 7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뉴욕 타임스는 "마릴린 먼로는 섹시함의 여신이었고, 그레이스 켈리는 얼음 여왕이었으며, 오드리 헵번이 영원한 말괄량이였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미의 화신(化身)이었다."고 그녀를 극찬했다. 리처드 버튼과 이혼하면서 남긴 유명한 말이 귓가를 맴돈다.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이제 '작은 아씨들' 소설과 영화를 보고 자란 이들은 모두 노인들이 되었다. 허나 그것을 접하고 산 세대들은 고향이 도시이든 시골이든 아주 따뜻하고 정겨운 향수와 추억을 가슴에 아련히 담고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턱없이 어렵고 가난한 살림살이였지만 난로 가에 둘러 앉아 도란대던 정경들의 아름다운 정서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껴주던 따뜻한 인간애에 공명하며 살던 그 때가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으리라.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끝)

 

▲ 조는 뉴욕 하숙집 아이들의 독일어 선생인 가난한 베어 교수(로사노 브라치)를 만난다. 조를 위해 피아노를 치며 "외로움을 아는 사람만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베어 교수.
 


▲ 대견하게도 한마디 불평없이 고통을 참던 베스(마가렛 오브라이언)는 지극정성의 보살핌도 소용없이 하늘나라로 간다.
 


▲ 로리(피터 로포드)와 에이미(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부부가 되어 친정집으로 찾아온다. 이 영화에서 리즈 테일러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네 자매 중 연기력도 최하위로 보인다.
 


▲ 로리(피터 로포드)가 베어 교수가 전해준 책을 갖고 들어온다.
 


▲ 비가 내리는 길에서 만난 둘은 포옹하고 베어 교수(로사로 브라치)의 청혼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조(준 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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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남북전쟁 배경 영화(IV)-"작은 아씨들"(Little Women)(중)

 

(지난 호에 이어)

 이 무도회에서 장녀 메그(자넷 리)는 로리의 가정교사인 존 브룩(리처드 와일러)과, 조는 로리와 춤을 춘다. 어린 에이미와 베스는 이층계단 화초 뒤에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데….

 

 로렌스 씨는 이들을 보자 자신의 죽은 딸이 생각난 듯 다정한 태도로 큰 관심을 보인다. 에이미가 베스는 피아노를 잘 치지만 워낙 수줍음이 많아 혼자서만 연주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베스는 남자용 슬리퍼를 정성스레 만들어 이를 로렌스 할아버지에게 선물한다. 그 후 할아버지는 베스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죽은 딸이 쓰던 고급 피아노를 선물로 보내준다. 훈훈한 장면이다.

 

 이즈음 마음씨 고운 언니 메그가 존 브룩과 가까워지자 조는 언니를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그것이 못마땅하여 뾰로통한데….

 

 막역한 친구로 사귄 옆집 로리는 조에게 구혼을 한다. 하지만 조는 그의 사랑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좋은 남자이긴 하지만 자신의 글과 문학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다.

 

 봄이 오자 아버지로부터 마미 앞으로 편지가 온다. 부상을 당해 워싱턴 D.C. 육군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조는 부유한 마치 숙모에게 마미의 기차표 살 돈을 꿔달라고 요청하지만 이를 거절하는 숙모를 예의에 벗어난 언행으로 대한다. 그러나 항상 그랬듯이 숙모는 조카의 집으로 찾아와 돈을 주지만 조가 보이지 않자 의아해 한다.

 

 그런데 가까스로 도착한 조가 마미에게 선뜻 기차표 살 돈을 건네는데… 조는 아름다운 머리칼을 팔아 돈을 마련했던 것이다.

 

 어느 날 마미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이에 베스가 성홍열에 걸린다.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큰 지를 깨닫는 자매들. 마미가 돌아오자 다행히 베스의 열이 내린다. 그리고 로리의 선처로 아버지가 놀랍게도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몇 달이 흐른 후, 메그가 존 브룩과 결혼한다. 조는 부잣집 손자 로리와 결혼하면 자신의 집의 살림도 필 것을 잘 알면서도 그를 거절하고는 언니와 로리를 잃은 슬픔을 안고 뉴욕으로 떠난다. 한편 로리는 실연을 안고 유럽으로 떠나는데….

 

 뉴욕에서 커크 집에 하숙을 하던 조는 거기서 그 집 아이들의 독일어 교습 알바를 하는 가난한 베어 교수(로사노 브라치)를 만난다. 그는 조를 미술관, 오페라 공연 등에 데리고 다니면서, 무엇보다 그녀의 글을 알아줄 뿐만 아니라 그 글을 함께 공감해준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조의 글을 혹독하게 비판하자 크게 실망하는 조! 그녀는 로리의 구애도 마다하고, 게다가 숙모가 오래 전부터 유럽여행을 시켜주겠다던 약속을 깨고 대신 에이미를 데리고 가자 이래저래 몹시 큰 마음의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이때 조는 막내 베스가 또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사실 조에게 진정한 연정을 느끼고 있는 베어 교수는 떠나는 그녀에게 마음으로 우러나는 글을 쓰라고 조언하는데….

 

 세월이 흘러 찾아온 고향은 옛날에 네 자매가 뛰놀던 집이 아닌 썰렁하고 허전한 분위기였고 그나마 사랑하는 베스는 죽어가고 있다. 몇 주 동안 대견하게도 한마디 불평없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용기있는 베스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조!

 

 결국 베스가 하늘나라로 간다. 조는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온 소설을 써서 타이틀을 '나의 베스(My Beth)'라고 붙이고 베어 교수에게 그의 감수를 받기 위해 원고를 송부한다.

 

 얼마 후 이제 쌍둥이 엄마가 된 메그가 친정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조에게 로리와 에이미가 유럽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곧 결혼한다고 알린다. 그 사실에 행복을 빌어주지만 여자로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끼고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는 조!

 

 그리고 몇 주 후에 정말 로리와 에이미가 남편과 아내가 되어 찾아온다. 두 쌍의 자매들과 만난 마치가는 가족의 상봉을 자축하는데….

 

 그런데 축하연 중간에 베어 교수가 조의 출간된 소설을 갖고 찾아온다. 그러나 로리가 문을 열어주자 베어 교수는 그를 조와 결혼한 남자로 오해하고 책만 전해주고 로리의 정중한 초대도 마다하고 그냥 총총 떠나버린다.

 

 한편 뒤늦게 책을 전달 받은 조는 베어 교수가 왔음을 직감하고 부리나케 그를 찾아 나선다. 비가 내리는 길에서 만난 둘은 포옹하고 베어의 청혼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조! 그리고 미래의 남편을 데리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훈훈하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필자가 이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음악이다. 음악감독 아돌프 도이치(Adolph Deutch, 1897~1980)와 작곡가인 맥스 스타이너가 협업을 했다.

 

 도이치는 뮤지컬 '오클라호마(Oklahoma!)'와 '7인의 신부(Seven Brides for Seven Brothers, 1954)'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말타의 매(The Maltese Falcon, 1941)' '아무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Nobody Lives Forever, 1946)' 그리고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59)' 및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The Apartment, 1960)'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작곡, 지휘, 연주는 했지만 노래작곡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작은 아씨들'에서도 노래는 맥스 스타이너가 작곡하고 노랫말을 썼다.

 

 이 영화 속 사운드트랙에는 네 자매가 아카펠라로 부른 두 곡의 크리스마스 캐롤 외에 교실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Flow Gently, Sweet Afton'이라는 유명한 곡이 나온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는 '불어라 봄바람' 또는 찬송가 '그 어리신 예수'로 잘 알려진 곡으로 로버트 번즈가 작사하고 조나선 E. 스필만이 작곡한 아름다운 스코틀랜드 노래다.

 

 그리고 무도회에서 나오는 곡이 카를 마리아 폰 베버 작곡의 '무도회의 권유, 작품 65'. 또 조가 베어 교수와 함께 오페라를 감상할 때 나오는 곡이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의 오페라 '마르타(Martha)' 3막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꿈과 같이(M'appari tutt' amor)'이다.

 

 끝으로 베어 교수 역의 로사노 브라치가 조를 위해 직접 피아노를 치며 독일어와 영어로 부르는 "외로움을 아는 사람만이(Nur Wer die Sehnsucht Kennt, None But the Lonely Heart)"는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다. (다음 호에 계속)

 

▲ 이층계단 화초 뒤에 숨어서 무도회를 지켜보는 에이미와 베스를 본 로렌스 씨(C. 오브리 스미스)는 자신의 죽은 딸이 생각난 듯 다정한 태도로 큰 관심을 보인다.
 


▲ 이웃집 로렌스 할아버지는 베스에게 그의 죽은 딸이 쓰던 고급 피아노를 선물한다. 훈훈한 장면이다.
 


▲ 로렌스 할아버지(C. 오브리 스미스)를 찾아간 베스(마가렛 오브라이언)는 피아노 선물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 로리(피터 로포드)는 조(준 앨리슨)에게 구혼을 하지만 조는 그의 사랑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쳇말로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다.
 


▲ 아버지가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하는 마미를 딸들이 위로하고 있다.
 


▲ 장녀 메그(자넷 리)는 결국 로리의 가정교사인 존 브룩(리처드 와일러)과 결혼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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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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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남북전쟁 배경 영화 (IV)-‘작은 아씨들’(Little Women)(상)

 

 남북전쟁(1861~1865) 배경 영화의 네 번째로 '작은 아씨들'을 꼽아보았다.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 1832~1888) 원작의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은 19세기 매사추세츠 콩코드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청교도적 '마치(March)' 가문의 네 자매의 이야기로, 우리 어렸을 때 책장에도 꽂혀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탔던 자전적 소설이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타입의 포용력 있고 따뜻한 맏딸 마거렛 '메그(Meg)', 독립심이 강하고 글을 사랑하며 씩씩하고 쾌활한 둘째 조세핀 '조(Jo)', 예쁘고 화사하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셋째 '에이미(Amy)', 그리고 수줍음 많고 피아노를 잘 치는 막내 엘리자베스 '베스(Beth)'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무성영화 시절부터 현재까지 동명으로 일곱 번이나 영화화 되었고, 그때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1917년, 1918년 판은 무성영화였고, 1933년판은 헐리우드 황금기에 제작된 최초의 유성영화로 캐서린 헵번이 둘째 '조' 역을 맡았다.

 

 1949년에 '애수(1940)' '마음의 행로(1942)' 등으로 유명한 머빈 르로이 감독이 각색하여 처음으로 테크니컬러판으로 리메이크 했고, 거의 반세기가 지난 뒤인 1994년에 위노나 라이더, 커스틴 던스트, 크리스천 베일 주연판이 나왔다. 그리고 2018년에 이어 2019년에 일곱 번째 작품이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메릴 스트립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어쩌면 별로 특징이 없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네 자매들의 개성은 시대적 배경이 달라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델케이스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마다 성공한 원인이 되었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19세기 당시 여자를 '별볼일 없는' 존재로 보고 남성의 전유물(專有物)처럼 생각했던 사회 통념 속에서 남녀 평등과 독립적 자아를 가진 훌륭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통해, 자유 평등 박애의 선구자적인 민주 사상을 따뜻한 동화 같은 유머와 위트의 문체 속에 펼쳐낸 원작의 힘 때문이었지 싶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 '푸른 화원(花園)'으로 개봉된 1949년판을 소개하려 한다. 왜냐하면 호화 캐스팅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 네 자매를 가장 아름답게 잘 묘사한 작품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MGM사 배급, 출연 자넷 리, 준 앨리슨,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가렛 오브라이언 그리고 로사노 브라치, 피터 로포드 등. 러닝타임 121분.

 

 원제인 ‘작은 아씨들'이란 타이틀은 단순히 어린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마음 아픈 문제를 껴안을 수밖에 없는 여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선 '푸른 화원'이라고 타이틀을 붙인 것도 무난하지 싶다.

 

 그런데 '작은 아씨들'은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온 고전이라 큰 줄거리만 짚어보고, 이 영화에 삽입된 OST와 당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출연 배우들을 소개하는 데에 지면을 할애할 생각임을 미리 밝혀둔다.

 

 남북전쟁 중 크리스마스를 앞둔 매사추세츠 콩코드의 작은 마을, 마치 가(家)의 네 자매들은 수년 전 아버지가 사기꾼에게 속아 재산을 탕진한 이래 새 이웃에 정착하여 어머니(메리 애스터)와 함께 어렵지만 화목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

 

 미국 내전 중 아버지(레온 에이미스)가 북군에 군목(軍牧)으로 참전하게 되어 아버지 없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네 자매는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항상 베풀고 사는 가르침을 주는 어머니를 '마미(Marmee)'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에이미(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못난 애들도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우리같은 공주들에겐 없다고 투덜대자 막내 베스(마가렛 오브라이언)가 겨울에 고생하는 아빠를 비롯한 군인들과 고아들에 비하면 우린 그래도 행복하다고 어른스레 말한다.

 

 쾌활하고 씩씩한 성격의 둘째 딸 조(준 앨리슨)는 작가 지망생답게 그가 만든 얘기를 연극으로 꾸며, 맛이 간 고물이지만 수줍음 많고 감성이 예민한 막내 베스가 치는 피아노에 맞춰 모두 참여시켜 분위기를 북돋우는데….

 

 차를 가져온 가정부 한나 뮬렛(엘리자베스 패터슨, 출연 당시 75세로 1966년 92세로 타계)이 창너머 이층집에서 여기를 쳐다보고 있는 젊은이가 이웃집 부자 영감 제임스 로렌스(C. 오브리 스미스 경, 이 영화가 그의 마지막 출연이었다)의 손자 시어도어 '로리' 로렌스(피터 로포드)라고 말하며 커튼을 닫는다. 그러나 조가 커튼을 열고 손을 흔들며 로리와 멀리서나마 안면을 트는데….

 

 마미가 집으로 오자 엄마를 보살피는 네 자매의 모습이 여간 정답고 곰살스러운 게 아니다. 마미가 아버지의 편지를 꺼내 읽는 순간, 부유한 마치 고모(루실 왓슨, 1879~1962, 캐나다 퀘벡 출신)가 찾아와서 네 조카에게 각각 1달러(현재가치 약 30~40달러)가 든 돈봉투를 전해주고는 퉁명스럽게 마차를 타고 떠난다. 항상 말은 험하지만 속정 깊은 숙모다.

 

 네 자매는 마미의 허락 하에 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사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읍내 가게로 간다. 주인 그레이스(윌 라이트, 1894~1962, 20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가 아씨들에게 자상하고 참 친절하다. 떠날 때 캔디 케인도 하나씩 나눠준다. 눈길을 걸어 또 캐롤을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네 자매. [註: 네 자매가 가게로 갈 때 아카펠라로 부른 캐롤은 작곡가 미상의 'Christmas Time Is Here', 올 때는 '그 맑고 환한 밤중에(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이다. 이 곡은 매사추세츠 보스턴 출신의 찬송가 작곡가인 리처드 윌리스(Richard Storrs Willis, 1819~1900)가 1850년에 작곡한 것이다.]

 

 마미가 밤중에 가정부 한나의 전갈을 받고 허멜 부인의 출산을 돕기 위해 급히 집을 떠난다. 이에 네 자매는 아까 샀던 선물들을 반납하고 마미를 위한 장갑, 덧버선, 구두 등을 마련하고는 정성껏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아둔다. 늦게 돌아온 마미는 딸들의 선물에 감동 먹는다.

 

 다음 날 아침 식사에 머핀과 커피가 나온다. 전쟁 중이라 밀가루 구하기도 어렵고 커피는 브라질에서 수입하질 못해 금값이다. 한나가 간밤에 허멜 부인이 출산하여 이제 여섯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내야 한다고 말하자, 베스가 먹던 아침식사를 마다하고 허멜 부인집에 전달하기 위해 음식을 싸자 언니들도 서둘러 따라서 한다.

 

 한편 조는 로리와 알고 지내게 되면서, 제임스 로렌스 영감은 조의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태도로 인해 우울해 하는 손자 로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자 마치가의 자매들을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초대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작은 아씨들(Little Women·1949)' 영화포스터
 


▲ 가정부 한나 뮬렛(엘리자베스 패터슨)이 창너머 젊은이가 이웃집 부자 영감 제임스 로렌스의 손자 '로리'라고 말하며 커튼을 닫는데, 가운데 서 있는 조(준 앨리슨)가 관심을 갖는다.
 


▲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를 읽는 마미(메리 애스터)를 둘러싸고 있는 네 자매의 모습이 여간 정겹고 곰살스러운 게 아니다.
 


▲ 숙모가 네 자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1달러씩 든 돈 봉투를 전해주곤 퉁명스럽게 곧 마차를 타고 돌아간다.
 


▲ 숙모가 선물로 준 돈으로 각자 필요한 것을 사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네 자매.
 


▲ 마미가 이웃집 허멜 부인 출산을 도우러 간 사이에 몰래 장갑, 구두, 덧버선 등 엄마선물을 준비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딸들.
 


▲ 아침식사 중 허멜 가족의 딱한 사정을 들은 베스(마가렛 오브라이언·오른쪽)가 식사를 마다하고 음식을 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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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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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남북전쟁 배경 영화(III)-"바람과 함께 사라지다"(5·끝)

 

(지난 호에 이어)

• 1939년 12월 15일 애틀랜타에서 첫 시사회가 열렸을 때, 주지사가 주공휴일로 지정했다. 티켓 가격은 보통 가격의 40배가 넘었다. 마틴 루터 킹 시니어도 초대받아 참석했으며 이때 유명한 주니어도 함께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 시사회에 스칼렛의 유모 역을 맡아 열연했던 흑인 여배우 해티 맥대니얼(Hattie McDaniel, 1895~1952)은 참석할 수 없었다. 같이 연기했던 클라크 게이블이 만약 그녀를 오지 못하게 한다면 자신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일까지 있었지만, 맥대니얼의 시사회 출연은 끝내 무산되었다. 이때 애틀랜타의 흑인들은 영화관 밖에서 이 영화의 인종차별성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 1940년 2월, LA의 엠버서더 호텔에서 개최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해티 맥대니얼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그녀는 최초의 흑인 오스카 수상자였다. 엠버서더 호텔은 흑인 출입금지를 내세우고 있었지만, 해티 맥대니얼은 특별히 허가된 흑인 손님으로 입장하였다.

 

 맥대니얼은 수상 연설에서 자신의 수상은 자신의 인종과 아울러 영화산업의 자랑거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맥대니얼의 소망과는 반대로, 80년대에 접어들 때까지 흑인 아카데미 수상자는 단 한 명이 더 나왔을 뿐이었다. 우피 골드버그가 '사랑과 영혼(The Ghost·1990)'의 '오다 메이 브라운' 역으로 두 번째로 아카데미 흑인여우조연상을 받기까지 51년이 걸렸다

 

• 남북전쟁이 선포되기 전 바베큐 장면에서 해시계에 쓰여있는 글 ― "그대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시간이야말로 인생을 형성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Do not squander time, for that's the stuff life is made of.)" - 벤자민 프랭클린

 

• 미국영화연구소(AFI)가 2007년 선정한 '100대 영화'에서 GWTW가 6위 차지.

 

• 2015년 4월 19일 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에서 진행된 헤리티지 옥션에서 주연배우 비비안 리가 입었던 회색과 검은색으로 된 드레스가 13만7천 달러에 팔렸다. 또 그녀가 썼던 밀짚모자가 5만2,500달러, 레트 버틀러 역의 클라크 게이블이 입었던 정장 바지와 재킷이 5만5천 달러에 팔렸다. 그리고 비비안 리와 멜라니 윌크스 역의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모두 썼던 검은색 보넷은 3만 달러에 팔렸다. 이날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분장 책임자였던 제임스 텀블린(James Tumblin)의 개인 소장품이었다.

 

 그런데 비비안 리가 걸쳤던 콜세트가 18인치(46cm)로 유명한데, 그후 니콜 키드먼이 '물랑루즈(2001)'에서 입었던 것 외엔 대부분 배우들이 실패했으며, 예컨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심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Olivia de Havilland, 1916~2020)는 클라크 게이블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8년 뒤인 1947년 'To Each His Own'으로, 또 1950년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ess)'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드 하빌랜드보다 한 살 아래인 여동생 조운 폰테인(Joan Fontaine, 1917~2013)도 오스카상을 탄 스타다. 그런데 둘은 어려서부터 성장해서까지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보인 앙숙지간이었다. 라이벌인 둘은 지난 1942년 공교롭게도 헐리우드 사상 전무후무하게 자매가 나란히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드 해빌랜드는 드라마 ‘Hold Back the Dawn(1941)’으로, 폰테인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심리 스릴러 ‘의혹(Suspicion·1941)’으로 각기 후보에 올라 동생이 언니를 누르고 상을 받았다.

 

 둘의 라이벌 의식은 폰테인이 2013년 12월 15일 사망할 때까지 지속됐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2020년 7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104세로 타계했다. 그녀의 시신은 화장되었다.

 

• 비비안 리(Vivien Leigh, 1913~1967)는 GWTW에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1951년 일리어 카잔 감독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가족을 잃고 빈궁에 빠진 남부의 여인 블랑슈 뒤부아(Blanche DuBois) 역을 연기해 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비비안 리는 세계적인 미인이었지만 진작 자신은 아름다움이 진정한 배우의 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는 1940년 유명한 영국배우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 1907~1989)와 재혼하여 1960년 이혼할 때까지 황금기를 누렸지만 극심한 조울증과 정서 불안 때문에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평판을 얻으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만성결핵으로 향년 53세로 타계한 비운의 영국 배우였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GWTW'의 제작자인 데이빗 O. 셀즈닉은 비비안 리를 전격적으로 캐스팅하였지만 그 후 악연(?)이 이어진다. 비비안은 '애수(Waterloo Bridge·1940)'에서 로이 역에 올리비에를 원했지만 그는 로버트 테일러로 교체했는가 하면, 올리비에 출연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1940)'에 비비안과 공연하기를 원했으나 역시 셀즈닉에 의해 그리어 가슨으로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 출연배우 중 애슐리 윌크스와 멜라니 해밀턴 사이의 외아들인 보 윌크스 역을 맡은, 당시 6세의 아역배우였던 미키 쿤(Mickey Kuhn, 1932~2022)은 1957년 은퇴한 이후, GWTW 및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출연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는데 지난 11월 20일 90세로 타계했다.

 

 크레디트를 받진 못했지만 윌크스 집 바베큐 행사 때 그리고 레트 버틀러와 스칼렛 오하라가 춤을 추었던 바자회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캐런 마쉬 돌(Caren Marsh Doll·103)과 갓난 애기 보 윌크스 역의 패트릭 커티스(Patrick Curtis·83)가 아직 생존해 있다. 커티스는 그의 삼촌인 유명 감독 빌리 와일더에 의해 캐스팅됐다.

 

 숱한 일화를 남긴 추억의 명화 GWTW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또다른 예술적 검열로 인해 바람과 함께 사라졌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영원한 오늘로 살아있으리라. (끝)

 

▲ 목재소에서 애슐리와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본 미드 부인(레오나 로버츠)과 동생 수엘렌의 오해를 풀기 위해 버틀러의 등에 밀려 마지못해 애슐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스칼렛(비비안 리).
 


▲ 술에 취한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머리 속에 든 애슐리의 생각을 지우겠다며 스칼렛의 머리를 조인다.
 


▲ "우린 신사도 아니고 지킬 명예도 없어. 당신은 날 내쫓고 애슐리를 쫓아다녔어. 하지만 오늘밤엔 안 될 거야!"라며 스칼렛을 덥썩 안고 침실로 올라가는 레트 버틀러.
 


▲ 레트 버틀러와 잠자리를 같이 한 다음날 아침 스칼렛은 행복에 겨워 노래까지 부른다. 유모가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중얼거린다.
 


▲ 스칼렛은 레트가 곁을 떠나자 "타라에서 내일 그를 되찾을 어떤 방안을 생각해야지. 결국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니까."라는 마지막 낙관론의 명대사를 남긴다. 그리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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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ho2017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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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남북전쟁 배경 영화(III)-"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4)

 

(지난 호에 이어)

 북군이 떠나자마자 그들은 그동안 출혈이 심한 애슐리를 응급치료한다. 그 와중에 멜라니는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준 버틀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반면 스칼렛은 남편 케네디의 생사 여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애슐리만 보살피는데….

 

 어느날 밤, 멜라니의 감사 편지를 받은 매춘부 벨 와틀링이 남몰래 찾아와 남의 시선을 피해 마차 안에서 대화한다. 멜라니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남편을 도와준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와틀링이 "케네디 부인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며 "케네디 씨는 그 부인이 직접 쏴 죽인 거나 다름없어요"라고 얘기하자 멜라니는 "내 시누이를 욕하지 마세요"라고 타이른다.

 

 와틀링이 "부인과는 질이 다르다"며 "윌크스 부인은 저를 길에서 만나더라도 제게 말을 걸지 마세요"라고 하자 오히려 "당신에게 신세진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다정하게 말하는 멜라니. 참 심성이 곱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 뒤 드디어 스칼렛이 레트 버틀러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한다. 레트 버틀러는 스칼렛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반해 있었고, 스칼렛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그녀는 살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한 것이지 그때까지도 애슐리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레트 버틀러에게 안길 때도 스칼렛은 그것이 애슐리였으면 하고 생각하는 지경이었으니 결혼 생활은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들의 첫딸인 보니 블루 버틀러(캐미 킹 콘론)가 다섯 살의 나이에 낙마해 죽는 사건이 결정적으로 파국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다. [註: 멜라니는 보니의 눈빛이 당시 남부 국기인 '보니 블루 국기(Bonnie Blue Flag)'처럼 푸르다고 언급했다. 당시 남부 국기는 1861년 미합중국으로부터 탈퇴한 조지아 주에서 파란 바탕에 하나의 하얀 별(single white star)을 그린 것이었는데 나중에 미합중국기를 모방한 7개의 별이 있는 'Stars And Bars'로 대체되었고 X 자 모양의 전투깃발(Battle Flag)이 남부연합군의 깃발이 되었다.]

 

 곧 뒤이어 애슐리의 부인 멜라니가 사망하는데, 스칼렛은 멜라니의 죽음으로 비로소 그녀가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은 사랑을 갈구해 왔다는 것을 깨닫고 애슐리에 대한 환상을 버린다. 동시에 자신이 레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참사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애슐리에게 집착하는 스칼렛에게 이미 정이 떨어져버린 레트 버틀러. 스칼렛은 남편을 향해 처음에는 “난 어떻게 살란 말이에요?”라며 징징 울어댄다. 이에 버틀러는 영화사에 길이 남는 한 마디 ― "솔직히 말해 이 사람아, 난 당신 일에 전혀 관심 없어(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라는 말을 남기고 타라 농장의 그녀 곁을 떠나 찰스턴으로 가버린다. [註: 그런데 당시에는 영화에 ‘damn’이라는 말을 쓸 수 없어 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은 검열기관에 5천 달러의 벌금을 내고 이 단어를 썼고 가톨릭으로부터 금지딱지를 받았다. 이 대사는 미영화협회(AFI) 명대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스칼렛은 레트 버틀러가 떠나자 실의에 빠지지만, 항상 절망적인 일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그랬듯이 "전부 다 타라에서 내일 생각할 거야. 그땐 견딜 수 있을 거야. 내일 그를 되찾을 어떤 방안을 생각해야지. 결국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니까."라고 앙칼지게 다짐하는 명대사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註: 이 말은 가공스럽기까지 한 억척스런 낙관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는 번역으로 더욱 유명해진 대사로 AFI 명대사 부문에서 31위를 차지했다. 이 열린 대사 때문에 속편들이 등장했지만 모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스칼렛이야말로 시대를 앞서 가는 여성으로 철딱서니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생존의 교본과도 같은 여자다. 고집불통에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불같은 정열적인 성질을 지닌 여자로 어떤 난관과 패배에도 다시 발딱 일어서는 오뚝이와도 같다." (LA한국일보 박흥진 영화칼럼니스트의 멘트.)

 

 그러나 그녀는 살기 위해 돈만을 밝히며 질투심과 오기로 결혼하는 등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레트 버틀러의 헌신적인 도움과 사랑을 여자라는 무기로 위장하여 무례하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그런 여인이 결코 낭만적이거나 감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멍청하기까지 하여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관점도 있다.

 

 이제 GWTW에 얽힌 여담(餘談·Trivia)을 언급하고 끝을 맺을까 한다.

• GWTW는 컬러 작품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첫 케이스.

•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는 영화 속에서 총 2시간 23분 32초에 달하는 가장 긴 출연의 기록을 남겼다.

• 비비안 리는 125일간 일하고 2만5천 달러를 받은 반면, 클라크 게이블은 71일 일하고 12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 GWTW는 원래 88시간 분량의 길이를 6,100미터(2만 피트)로 줄였으며, 한마디라도 말하는 역이 50명인 반면 말 한마디 없는 엑스트라 2,400명이 동원됐다.

• GWTW의 인터미션의 막간음악(Entr'acte)에서 헐리우드 영화사상 처음으로 일렉트릭 신세사이저 노바코드(Novachord)로 연주한 음악이 사용되었다.

• 데이비드 O. 셀즈닉은 같은 해 "이별(Intermezzo: A Love Story)"에서 잉그리드 버그만과 함께 주연했던 레슬리 하워드를 GWTW의 애슐리 역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개런티 외에 공동제작권의 뇌물까지 주었다. (다음 호에 계속)

 

▲ 레트 버틀러가 막대한 재산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서 돈을 구해올 생각으로 애틀랜타로 향하기 전에 자신의 얼굴을 깨진 거울에 비춰보고 야윈 모습에 실망하는 스칼렛.
 


▲ KKK단에 관계하고 있던 프랭크 케네디는 스칼렛의 성추행 보복을 하러 갔다가 살해당하고, 목재소에서 함께 일하던 애슐리(레슬리 하워드)는 총상을 입고 레트 버틀러와 닥터 미드에 의해 구출돼 집으로 돌아온다.
 


▲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무릎을 꿇고 스칼렛(비비안 리)에게 정식 청혼을 한다. 드디어 결혼을 하지만…
 


▲ 첫딸 보니 블루를 애지중지 하는 레트 버틀러. 그러나 보니 블루(캐미 킹 콘론)가 다섯 살 때 낙마해 죽음으로써 둘의 관계는 결정적으로 파국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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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남북전쟁 배경 영화(III)-"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3)

 

 (지난 호에 이어)

집이 불타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집에는 옥수수 한 톨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어머니 엘렌은 장티푸스로 죽었으며, 아버지 제럴드 오하라는 그 충격으로 정신이상을 일으킨다.

 

 스칼렛은 여동생 둘과 의지가 되지 못하는 아버지, 거기에 멜라니와 그녀의 아들뿐만 아니라 주인집에 대한 의리로 끝까지 남아있던 유모(해티 맥대니얼), 포크(오스카 포크), 프리시(버터플라이 맥퀸) 등 흑인 하인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련한 처지가 된다.

 

 그러나 "하느님이 증인이야! 나는 결코 지지 않는다. 나도 내 가족도 절대 배고프지 않을 거야! 거짓말, 도둑질, 사기, 살인을 해서라도 다신 굶주리지 않을 거야!"라고 맹세하는 스칼렛!

 여기까지가 1시간 44분. 약 5분여의 중간휴게시간이 있다.

 

 '타라'는 기아와 패배의 지옥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이 부분에서 스칼렛은 단독으로 빈집털이를 하러 가택침입한 북군 탈영병을 직접 쏴죽이기도 하고, 북군이 두 번째로 타라를 덮쳤을 때 불타는 저택을 스칼렛과 멜라니가 가까스로 구해내기도 하는 등 갖은 시련을 겪는다.

 

 결국 전쟁은 남부의 패배로 끝나고 전쟁터에 나갔던 인물들도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한다. 만신창이가 된 군인들이 돌아온 고향. 한때는 풍요롭고 평온했던 그 곳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온 또 다른 침입자는 전쟁터의 상대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하였으니 그들이 바로 북부 뜨내기들이었다.

 

 어느 날 북군에 포로로 붙잡혔던 애슐리가 살아 돌아온다. 멜라니가 달려간다. 이를 본 스칼렛이 덩달아 뛰쳐나가려고 하자 유모가 멜라니의 남편임을 상기시키며 극구 말린다.

 

 스칼렛은 전쟁이 끝나고 애슐리도 왔으니 모든 고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이른바 '재건 시대(Reconstruction Era)'로 불리는 북군에 의한 군정시기가 도래했던 것이다. 노예제가 폐지되고 남부의 농장주들은 과거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완전히 잃고 만다.

 

 타라 농장도 과중한 세금으로 인해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하층민 에미 슬래터리(이사벨 주얼)와 결혼한 조나스 윌커슨(빅터 조리) 부부가 찾아와 오만한 태도로 타라 농장을 넘보자 분개하여 말을 타고 그들을 쫓아가던 아버지 제럴드 오하라가 그만 낙마하여 사망한다. 64세였다.

 

 스칼렛은 레트 버틀러가 막대한 재산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몸을 팔아서라도 돈을 구해올 요량으로 애틀랜타로 향한다.

 

 그러나 레트 버틀러는 공교롭게도 북군에 의해 수감되어 있는 상태여서 돈을 줄 수가 없었다. 실망하고 나오던 스칼렛은 마침 여동생 수엘렌(에벌린 키이스)의 애인이자 지난 크리스마스파티 때 타라에서 같이 보냈던 프랭크 케네디(캐롤 나이)와 마주치곤 대신 그를 꼬여낼 결심을 한다.

 

 스칼렛은 수엘렌이 새 애인을 사귀고 있다는 거짓말로 프랭크 케네디를 속이고 결혼한 뒤 그의 재산으로 타라를 지켜낸다. 스칼렛은 남편 프랭크가 잡화점을 경영하는 방식이 영 못마땅하자 그가 인수할 예정이던 목재소를 자신이 가로채서 인수한 뒤 직접 경영에 나서고, 찰스가 유산으로 남긴 땅에 술집을 지어 임대하는 등 상당한 사업 수완을 발휘한다. 그리고 취직된 뉴욕 은행으로 떠나려던 애슐리를 꼬드겨 목재소 경영에 참여시키는데….

 

 그러나 경영일에 바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몸으로 나다니던 스칼렛은 흑인 슬럼가에서 성추행을 당한다. 마침 과거에 타라 농장에서 일하던 빅 샘(에버렛 브라운)이 도와줘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스칼렛. 그러나 KKK단에 관계하고 있던 프랭크 케네디는 스칼렛이 성추행 당한 것을 보복하러 갔다가 오히려 살해당하고 만다. [註: 미국 남북전쟁 이후 테네시주 펄래스키(Pulaski)에서 6명의 퇴역군인에 의해 탄생한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은 백인우월주의, 반유대주의, 인종주의, 개신교 근본주의, 반가톨릭주의, 반동성애 성향의 사이비 종교 및 테러리스트 집단이다. 줄여서 KKK단이라고 불린다. 이름의 의미는 원(circle)을 뜻하는 그리스어 'kyklos'와 집단을 뜻하는 영어 단어 'clan'을 합성하여 총소리 의성어와 비슷한 어감이 나는 명칭으로 만든 것. 이름대로 흑인 척살이 주된 활동이었다.

 

모임의 대표는 대마법사(Grand Wizard)라고 하고 신비주의적 경향이 있으며 전사한 남부연합군 병사들의 혼령임을 자처하여 상징적으로 흰옷을 입고 하얀 고깔두건을 쓰는 등의 차림새를 했다. 그후 이 이미지가 KKK단의 상징으로 굳어진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앨라바마, 미시시피 주에는 KKK단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으며 다음 타깃은 아시아계와 무슬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영화에서도 스칼렛이 그녀의 남편 프랭크가 비밀리에 KKK 활동을 하던 중 머리에 총을 맞고 죽게 되자 그 용기에 진심으로 슬퍼하는 등 '간악한 북부 양키와 그 수하인 흑인들에게 핍박받는 남부를 지키는 용감한 사나이들의 집단'이란 식으로 미화되었다.]

 

 한편 프랭크 케네디와 함께 목재소에서 일하던 애슐리도 복수전에 참여했다가 어깨에 총상을 입는다. 그러나 레트 버틀러와 닥터 미드(해리 데이븐포트)의 기지(機智)로 알리바이를 위해 애틀랜타 유곽에 있는 매춘부 벨 와틀링(오나 먼손)의 도움을 받아 술에 만취한 양 집으로 돌아와 이미 체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북군을 교묘히 따돌리고 위기를 모면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스칼렛과 갓 출산한 멜라니와 아이를 위해 애틀랜타를 탈출하여 타라 근교까지 데려다 주는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 감사의 말은커녕 타라 집까지 데려다 주지 않는다고 앙탈을 부리는 스칼렛 오하라에게 레트 버틀러는 작별의 키스를 남기고는 남부 연합군에 입대하러 떠난다.
 


▲ 흑인노예 프리시(버터플라이 맥퀸)와 함께 마차를 몰아 멜라니와 갓난 아이를 싣고 타라로 향하는 스칼렛.
 


▲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한 어머니 엘렌 오하라(바버라 오닐)의 모습을 보고 놀란 스칼렛(비비안 리)이 비명을 지른다.
 


▲ 스칼렛은 멜라니와 그의 아들뿐만 아니라 남아있던 몇 명의 흑인 노예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련한 처지가 된다.
 


▲ "하느님이 증인이야! 나는 결코 지지 않는다. 난 절대 배고프지 않을 거야!"라고 맹세하는 스칼렛(비비안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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