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독립전쟁 배경영화-‘보리밭을 흔드는 바람’(1)

 

 이번에는 아일랜드 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200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감독 켄 로치. 출연 킬리언 머피, 페드레익 딜레이니. 러닝타임 126분. 아일랜드·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벨지움·스위스 공동제작.
 

 배경은 1920년, 아일랜드의 코르크 카운티(County Cork). 이 시대와 지명은 아일랜드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시작 전에 이 영화의 축을 이루고 있는 아일랜드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고 가는 게 좋겠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이던 1916년 4월 부활절 기간 동안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났으나 곧 영국에 진압 당했다. 이를 계기로 아일랜드 국민의 지지를 얻은 공화파인 신페인(Sinn Fein, '우리 자신'이란 뜻)당은 1918년 11월 총선에서 105석 중 73석의 다수의 의석을 얻어 아일랜드 의회를 설립, 1919년 1월21일 아일랜드가 독립국임을 세계에 선언하고 아일랜드 공화군(Irish Republican Army·IRA)을 공식 아일랜드 군대로 선포한다.


 그러나 세계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고, 영국은 그들을 더욱 가혹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영국에 대항하는 '아일랜드 독립전쟁(Irish War of Independence, 1919~1921)'이 시작된다. [註: 미리 얘기지만 아일랜드의 독립전쟁 및 내전 등 일련의 과정이 마치 우리나라의 1919년 3·1운동의 독립선언문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본제국의 탄압과 우리 독립군의 활약 그리고 동족 상잔(相殘)의 한국전쟁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이에 1920년, 아일랜드 남부 지역인 코르크 카운티에서 게릴라 투쟁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註: 코르크(Cork) 시는 수세기에 걸쳐 반란으로 점철된 역사 때문에 시의 별명이 '반란의 도시(rebel city)'인데, 1601년 킨세일(Kinsale) 전투에서 영국에 패해 반란의 시기는 종식되었고 코르크 시는 1606년에 구 데스몬드 카운티로 소속되면서 아일랜드는 거의 멸망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다시 코르크 카운티는 아일랜드 독립 운동의 중추가 되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때, 1822년부터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살벌한 종교대립을 수습하는 일에 골몰하던 아일랜드 경찰청, 즉 RIC(Royal Irish Constabulary)를 지원하기 위해 영국은 임시군대를 파견하는데 그들이 이른바 '블랙&탠즈(Black and Tans)'이다. 너무 긴박한 상황에서 임시로 영국군의 카키복에다 검은색 줄을 넣어 입힌 군복 색깔에서 그런 이름이 생겨났다.
 

 그들은 1차 대전 종전 후 퇴역한 영국 및 아일랜드 육군 장병들 중 지원자를 받아 구성돼 3개월의 단기 훈련을 받고 아일랜드로 급파되었으나 치안 목적이라는 미명 아래 민간인을 폭행하고 죽이고 그들의 재산도 몰수하는 등 잔혹한 만행을 저질렀다.


 아일랜드의 거센 항쟁에 드디어 1921년 12월 영국은 아일랜드와 협정(Anglo-Irish Treaty)을 맺고, 그들의 자치를 허용한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인 얼스터(Ulster) 6개주 지역을 제외한다는 내용에 IRA는 반발하고, 결국 조약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로 분열하고 만다.


 이 결과 1922년 12월 찬성파에 의해 아일랜드 자유국(Irish Free State)이 탄생하면서 Black and Tans와 RIC는 사라졌지만 '아일랜드 내전(Irish Civil War, 1922~1923)'이란 집안싸움으로 양상이 바뀐다.


 결국 영국의 지원을 받은 자유국파가 승리하고, 1923년 4월 말에 내전이 공식 종료되었지만, IRA는 지금까지 1921년의 영국·아일랜드 협정을 무효화 하고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통치를 종식시키기 위해 투쟁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큰 흐름 속에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된다. 아일랜드의 촉망 받는 젊은 의사 데미언 오도노반(킬리언 머피)은 런던으로 가서 병원을 개업하려고 한다. 데미언의 친형 테디 오도노반(페드레익 딜레이니)은 영국으로부터 700년간 지배받고 있는 아일랜드의 자주 독립을 추구하는 IRA의 한 지역구 지휘관을 맡고 있다.


 데미언은 영국으로 가기 전 동네 친구들과 아일랜드의 전통 경기인 헐링(hurling)을 즐긴다. [註: 여기에 케빈 역으로 등장하는 셰인 케이시(Shane Casey·33)는 실제 2009년에 전(全)아일랜드 헐링 챔피언십 준결승에 진출한 경력이 있는 헐링선수이다.]

 그런데 경기 후 영국 육군들(블랙&탠즈)이 '공중 집회를 금한다'는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습한다. 이 과정에서 이름, 주소, 직업을 말하라는 영국군의 지시에 데미언의 친구인 미하일 오 설리반(로렌스 배리)은 영어가 아닌 아일랜드 고유어인 게일어(Gaelic)로 대답한다.
 

 이에 화난 영국군이 폭행하자 미하일은 곧바로 맨주먹으로 대응해서 영국군 장교를 녹아웃 시킨다. 이 일이 발단이 되어 미하일은 영국군 병사들에게 끌려가 몰매를 맞고 꽃다운 17살에 목숨을 잃는다.


 미하일 오 설리반의 어머니 페기(메리 오리올던)가 그의 시신 옆에서 노래를 부른다.

 

 (오래된 사랑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오래된 사랑은 그녀를 위해

 새로운 사랑은 내가 열렬히 생각하는

 사랑스러운 아일랜드를 위해

 그동안 산골짜기로 미풍이 불어와 황금색

 보리밭을 흔들었네.

 우리를 묶고 있는 (인연의) 사슬을 끊어도

 틀에 넣기엔 너무 비통한 말이었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이방의 사슬(침략의

 족쇄)은 더 괴로운 수치심을 가지게 하네

 그래서 난 산골짜기에게 말했네

 이른 아침에 찾겠노라고

 그리고 난 용감한 의용군과 함께 할 것이라고

 산골짜기로 미풍이 불어와

 황금색 보리밭을 흔드는 동안에."

 

 이 노래는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으로 로버트 드와이어 조이스의 시에서 일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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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2006)' 영화포스터

 

▲ 데미언은 영국으로 가기 전 동네 친구들과 아일랜드의 전통 경기인 헐링(hurling)을 즐긴다.

 

▲ 공중집회 금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설리반의 집을 급습하는 블랙&탠즈. 왼쪽부터 버나데트(메리 머피), 설리반의 어머니 페기(메리 오리올던), 손을 들고 나오는 데미언(킬리언 머피)

 

▲ 미하일 오 설리반(로렌스 배리)은 블랙&탠즈가 폭행하자 맨주먹으로 영국군 장교를 두들겨 팬 일 때문에 꽃다운 17살의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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