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배경영화(II)-'지옥의 묵시록'과 '발퀴레의 기행' (하)

 

(지난 호에 이어)

 이 오페라 초연의 지휘자이며 바그너의 후원자 중 한 사람이었던 한스 폰 뷜로(Hans von Bulow, 1830~1894)의 아내가 코지마(Francesca Gaetana Cosima Liszt, 1837~1930)였다. 코지마는 유명한 헝가리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와 유명 백작 부인 마리 다구(Marie d'Agoult, 1805~1876) 사이의 3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마리 다구는 콩트 다구 백작과 정략 결혼하여 딸 둘을 낳았으나 8년 후인 1835년 이혼하고, 그 해부터 1839년까지 6살 연하인 리스트와 동거하면서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녀는 당시 리스트의 친구였던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으로부터 '12개의 연습곡, 작품25'를 헌정 받기도 했으며 필명 다니엘 스턴으로 많은 소설을 발표하기도 한 재인(才人)이요 미인이었다.

 

 리스트는 바그너와 친분은 있었지만, 그의 딸이 바그너를 보러 다니는 것은 금했다. 바그너보다 24살 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865년 뮌헨 공연 2개월 전인 4월에 그녀는 바그너의 딸을 낳았고, 오페라 이름을 따서 '이졸데'라고 지었다.

 

 바그너는 코지마와 1870년 8월25일에 결혼했으나 그의 새 장인 리스트에게 몇 년간 보러 오라는 말도 안 했다고 한다. 코지마와의 결혼은 바그너가 1883년 2월13일 베니스에서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으며, 그들 사이에서 또 한 명의 딸인 에바와 아들 지크프리트가 태어났다.

 

 바그너는 시적인 시각효과와 음악 및 드라마를 합성시키는 이른바 '총체예술'(total work of arts)을 통해 예술적 표현을 극대화시키려 했고, 오케스트라와 극의 흐름을 강하게 연결시키기 위해 '유도 동기(誘導動機·Leitmotif)'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그는 '오페라'라는 이름 대신에 '악극(Musicdrama)'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그의 걸작으로 꼽히는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는 스위스 망명 중이었던 48년부터 74년까지 26년에 걸쳐 혼자서 대본을 쓰고 작곡한 대작이다. 나흘 동안 18시간짜리 공연이다 보니 마땅한 공연장소가 없어 루트비히 2세의 제안으로 바이로이트(Bayreuth)에 아예 새 극장을 짓고 1876년 8월에 초연과 함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왕 짓는 김에 바그너 식구가 편안히 거주할 반프리트 빌라(Villa Wahnfried)도 같이 지었다.

 

 그때부터 140여 년 동안 매년 7~8월에 독일 중부지방 동쪽에 위치한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의 곡들로만 채워진 음악축제를 열고 있는데, 바그너 탄생 200주년인 2013년에는 니벨룽의 반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änder), 탄호이저(Tannhauser), 로엔그린 등의 프로그램이 공연되었다.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1. 전야제 -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2. 첫째날 밤 - 발퀴레(Die Walkure), 3. 둘째날 밤 - 지크프리트(Siegfried), 4. 셋째날 밤 - 신들의 황혼(Gotterdammerung)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대한 규모에 걸맞게 관현악과 성악은 장엄하고 웅장하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북유럽의 신화를 바탕으로 '반지'를 둘러싼 영웅들의 모험담이다.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의 원작자인 영국의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 교수도 이 북유럽의 신화에 영향을 받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하늘과 땅, 지하세계를 지배하던 신, 거인, 난쟁이, 인간들이 서로 반지를 빼앗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분출하는 욕망, 사랑, 배신, 음모, 저주가 4부작에 걸쳐 펼쳐지는데,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러하다.

 

 라인 강 바닥에는 라인 강의 황금을 지키는 세 명의 요정이 있었다. 라인강의 황금으로 반지를 만들어 낀 자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얻게 되지만 대신 사랑을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는 니벨룽 족의 난쟁이 알베리히(Alberich)가 세 요정에게 다가와 구애를 하자 그들은 도망친다. 이 때 알베리히는 황금에 대해 알게 되자 황금을 훔쳐 도망가서 반지와 투구를 만들고 니벨룽 족들을 지배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이 소식을 들은 신들의 왕인 보탄(Wotan)은 청개구리로 변한 알베리히를 잡아 반지를 빼앗고 거인 파졸트(Fasolt)에게 반지를 주었다. 하지만 보탄은 황금반지가 아까워 다시 빼앗아 오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지크문트(Siegmund)와 지클린데(Sieglinde)라는 쌍둥이 남과 여를 만들었다. 이들은 첫눈에 서로 반하지만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발퀴레 중 브륀힐데(Brunnhilde) 여신이 이들을 도와준다. 그 결과 브륀힐데는 보탄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바위산에 잠들고 누구도 접근할 수 없도록 그 주변은 불길로 휩싸인다.

 

 그 후 지크문트는 다른 종족인 훈딩크(Hunding)의 창에 찔리고, 지클린데는 지크문트의 사내아이 지크프리트(Siegfried)를 낳고 죽는다. 지크프리트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저주와 복수에 맞서는 최고 영웅이 되어 브륀힐데를 구하고 황금반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황금반지는 라인 강의 요정들에게 되돌려준다.

 

 4부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 중 주인공 지크프리트를 중심으로 보자면 4부작은 3대에 걸친 가문의 이야기이다. 지크프리트의 할아버지 세대 이야기가 '라인의 황금', 부모 세대 이야기가 '발퀴레', 지크프리트 성장 과정 이야기가 '지크프리트', 지크프리트의 죽음과 결말이 '신들의 황혼'이다.

 

 2009년에 1944년 7월20일 아돌프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 실화를 다룬 '발키리(The Valkyrie)'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작전명이 공교롭게도 '발퀴레'였다.

 '지옥의 묵시록'은 클래식한 곡이 주는 의미와 함께 또 다시 봐도 새롭고 재미있다. 이것이 명화의 힘이다. (끝)
 

▲ 캄보디아 산지인(山地人)들이 축제의 제물로 물소를 도살하는 순간과 동시에 커츠 대령을 정글검으로 살육하는 윌라드 대위!

▲ 커츠 대령(말론 브랜도)은 "공포… 공포…(The horror… the horror)"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는다.

▲ 커츠 대령을 살육하고 그의 기록을 챙긴 뒤 지옥의 사자(死者)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윌라드 대위(마틴 쉰).

▲ 캄보디아 산지인들은 윌라드에게 길을 비켜주고 갖고 있던 무기를 모두 내려놓는다. 그가 보트로 향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 독일 바이로이트 반프리트 빌라의 정원에 있는 리하르트 바그너와 아내 코지마의 묘지. <자료: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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