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2,300여 km의 자전거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손영호씨의 부인 이양배씨의 쾌거

 


 2017년 10월28일에 한국 자전거 여행기인 ‘강물 따라 역사는 흐르고’라는 책을 출간하였던 손영호씨(부동산중개인•본보 칼럼니스트)의 부인 이양배씨가 마지막 남은 '동해안 자전거길'과 '오천 자전거길'을 완주함으로써 2,300여 km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였습니다. 이에 손영호씨가 보내온 글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주 

 

 

 '동해안자전거길'은 원래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낙동강 하굿둑까지 720여km 구간을 완성할 계획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통일전망대 ― 삼척 임원 구간(242km) 및 경상북도 울진 ― 영덕 구간(76km)만 개통하고, 이를 종주하면 완주로 인정한다는 발표가 있자 작년 3월에 우리 부부는 한국으로 가서 도전에 응했다. 


 그러나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한 마지막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팔당대여점에서 빌린 자전거를 테스트하다가 어쭙잖게 넘어진 집사람이 무릎 뼈에 타박상을 입고 깁스를 했던 것이다. 다행히 3주 후 정상으로 회복되자 4월17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진버스터미널에서 두 바퀴에 의지하여 약 3km 떨어진 통일전망대로 가서 첫 인증샷을 했으나 늦은 시간이라 통일전망대는 가보지 못하고 화진포 해변까지 두어 시간을 달려 첫 여장을 풀었다. 


 다음 날 화진포 이승만 대통령 및 김일성 별장을 둘러보고, 내친 김에 고성군의 왕곡마을, 송지호, 천학정, 청간정 등 동해안의 유려한 명승지를 답사하면서 백도 해변, 봉포 해변, 영금정을 거쳐 속초시 대포항에서 두 번째 밤을 보냈다. 동해안의 아름다운 경관에 탐닉하느라 궤도를 벗어나기도 하고, 해안철조망 때문에 걸어서 우회하는 구간도 많았던 탓에 약 60km밖에 못달렸지만 무엇보다 싱싱한 회를 맛보기 위해 멈춘 것이다.


 다음 날 양양군의 낙산사, 동호 해변, 하조대를 지나 역사의 현장인 38선 휴게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지경 공원과 강릉시 주문진을 거쳐 경포대 해변에 다다르자 자전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수리점이 없어 응급조치를 한 후 선교장 부근에서 할머니집 민박을 하고 다음날 일찍 출발하여 정동진과 동해시 망상 해변까지는 낭만을 즐기며 그럭저럭 잘 왔으나 결국 추암 촛대바위 고갯길에서 체인이 끊어지면서 폭삭 주저앉아 버렸다. 


 십여리를 걸어서 유일한 자전거수리점이 있다는 동해항까지 끌고 되돌아가는 바람에 반나절을 완전히 허비해 버렸고, 수리비용이 만만찮게 들었다. 게다가 오후 6시가 지나면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모른 우리는 저녁도 굶고 편의점에서 빵과 라면으로 때워야 했다.

 

 

 

 


 동해안자전거길은 길이로 보면 약 400km의 낙동강 자전거길보다 조금 짧지만 그 난이도는 비교가 안 되게 험난하고 힘들었다. 자전거길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 많은 곳을 차도와 같이 달려야 했으며 높은 산들의 오름과 내림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피로가 엄청 쌓였고 '끌바'(자전거를 끌고 감)의 연속이었다. 

 

 

 

 


 특히 삼척 한재공원에서 임원에 이르는 33km의 강원도 마지막 12번째 구간은 길기도 하지만 계속 산을 굽이굽이 돌며 산 정상에 있는 인증센터까지 올라가야 하는, '낙동강길 박진고개'는 비할 바 아닌 지옥 구간이었다.


 강원도 삼척 임원과 경북 울진 은어다리 인증센터를 잇는 약 40km 구간은 아예 자전거길이 조성되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용달차를 대절하여 이동했다. 한 쌍의 은어를 다리 좌우에 조형해 놓은 은어다리는 바다풍경과 어우러진 훌륭한 예술품이다. 거기서 망양휴게소를 지나 월송정 내부를 휙 둘러본 다음 고래불 해변에 다다르니 해가 꼴깍 넘어가 버린다. 

 

 

 

 


 울진 고래불 해변에서 22km 떨어진 영덕 구간 중 마지막 인증센터인 해맞이공원까지는 또 한 번 힘든 고갯길 구간이었다. 드디어 영덕 해맞이공원 인증센터에서 종주완료 스탬프를 찍고 만세를 부름으로써 모두 350여 km의 여정을 5박6일에 끝냈다. 정말 힘든 종주였고 말썽자전거 때문에 일정이 지연된 점이 아쉽다. 

 

 


 

 


 세차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날씨에 또 10여 km를 달려 강구버스터미널에서 포항으로 가서 고속버스로 서울에 올라왔다. 다음날 팔당 자전거대여점으로 가서 수리과정을 찍은 사진과 수리비 영수증을 근거로 보상을 요구했지만 다짜고짜 사용자 과실이라며 우기는 갑질은 정말 대단했다.


 그 후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 딱 하나 남은 100km 구간의 '오천 자전거길(충북 괴산 ― 충남 세종시)'은 내가 토론토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동행을 못하고 아내 혼자 도전해야 했다. 


 드디어 5월21일에 친구와 함께 여정에 올랐다. 1박을 하며 순조롭게 쌍천, 달천, 성황천, 보강천, 미호천 등 다섯 천을 지나 세종시에 있는 마지막 코스인 합강 인증센터에서, 친구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온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축하 플래카드를 들어보이며 자축했다. 

 

 


 

 


 최근에 행정자치부 및 국토교통부가 발급한 인증서를 받았다.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 종주', 섬진강길, 제주환상길, 그리고 동해안길, 오천길 등 2,300여 km의 자전거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달성은 열정과 도전의 상징이며 낭만과 성취감을 만끽하게 해준 값진 결실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토론토 2019. 4. 26)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 강의가 내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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