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비토리아의 비밀" (하)

WWII 배경 영화 (VII)
 

이탈리아산 포도주 한 잔을 음미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

(The Secret of Santa Vittoria)

 


 독일군들을 태운 차들이 마을 광장을 벗어나자마자, 봄볼리니 시장은 손가락으로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장교의 말인 "What Kind of People Are You?"를 흉내내면서 너털웃음을 웃고 주민들과 흥겹게 돌아가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註: 앤서니 퀸의 이 춤추는 장면은 '그리스인 조르바(1964)'를 연상시킨다.]
 

 비록 배운 것이 적고, 또 술주정뱅이로 허송세월을 하던 그였지만, 그 똑똑한 엘리트 독일장교 폰 프룸 대위를 상대하면서 그는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영웅이 된다.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모두 춤을 추고, 드디어 봄볼리니의 아내 로사가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원산의 포도주 한 잔을 옆에 놓고 음미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다. 그러고 보니 앤서니 퀸이 포도주와 관련된 영화에 나온 작품이 또 있다. 바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구름 속의 산책(A Walk in the Clouds•1995)'에서 포도농장을 경영하는 아라곤 집안의 가장인 돈 페드로 아라곤으로 나왔다. 
 

스탠리 크레이머(Stanley Kramer, 1913~2001) 감독은 핵전쟁의 비극을 그린 '해변에서(1959)', 나치 전범 재판을 다룬 영화로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뉘른베르크 재판(1961)', 스펜서 트레이시, 캐서린 헵번, 시드니 포이티에 공연의 인종 문제를 다룬 '초대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1967)' 등 화제의 문제작을 쏟아낸 거장 감독이다. 또 잘 알려진 서부극 명화 '하이 눈(1952)'의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그의 예외적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마키아벨리 '군주론'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건드리긴 하지만, 그는 이를 뛰어넘어 경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관객을 이끌어간다. 

 

 

 하디 크뤼거(Hardy Kruger, 1928~2022)는 블론디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전형적인 북유럽 독일인의 모습 때문에 독일군인 역으로 많이 나왔다. 존 웨인 주연의 '하타리!(1962)', '시벨의 일요일(Sundays And Cybele•1962)', 로렌스 올리비에와 공연한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1977)', 리처드 버튼, 로저 무어, 스튜어트 그랜저 등과 공연한 '지옥의 특전대(The Wild Geese•1978)' 등으로 우리와 일찍이 안면을 튼 배우이다. 

 

 투파 역으로 나온 세르지오 프란키(Sergio Franchi, 1926~1990)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으로 1972년 미국시민권자가 되었으며, 1960~70년대 브로드웨이와 라스베이거스의 나이트클럽을 주름잡던 오페라 테너 가수이자 배우이다.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의 주제곡인 "The Song of Santa Vittoria (Stay)"를 불러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파비오 역으로 나온 지안카를로 지안니니(Giancarlo Giannini•81)는 '7인의 미녀(Seven Beauties•1976)'로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탈리아 배우로, '구름 속의 산책'에서 알베르토 아라곤 역으로 앤서니 퀸과 다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지안니니는 뭐니해도 007영화 제21탄 '카지노 로얄(2006)'과 22탄 '퀀텀 오브 솔러스(2008)'에서 프랑스 에이전트 르네 마티스 역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다. 

 

 

 안나 마냐니(Anna Magnani, 1908~1973)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쓴 드라마 '장미 문신(The Rose Tattoo•1955)'에서 버트 랭카스터와 공연한 시칠리아의 과부 세라피나 델레 로제 역으로 아카데미, BAFTA, 골든글로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이탈리아의 첫 수상자이자 비영어권 첫 수상자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1969)'에서 앤서니 퀸의 사나운 부인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다. 
 그녀는 가난하지만 두려움이 없고 활화산 같은 열정을 품어내는 억척같은 여성상의 연기로 로베르토 로셀리니(1906~1977)의 '무방비 도시(1945)'를 통해 전후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된다. 이 작품으로 이탈리아 나스트로 디 아르젠토(은빛 리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무방비 도시'를 통해 당시 37세였던 그녀는 로셀리니 감독을 이상적인 배우자로 생각하고 연인 사이가 되어 사재를 털어 제작비를 대기도 했지만, 1950년 스웨덴 출신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과 전격적인 결혼을 해 버리는 바람에 실연에 의한 불면증, 거식증 등으로 시달리다 췌장암으로 6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여인이다. 

 

 

 아무튼 40대 후반 이후가 마냐니의 절정기였다. 여성의 심리묘사에 발군인 조지 쿠커 감독의 '바람은 거칠고(Wild Is the Wind•1957)'에 출연하여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쥔다. 곧이어 테네시 윌리엄스와 손을 잡고 시드니 루멧 감독의 '도망자(The Fugitive Kind•1959)'에서 젊은 말론 브랜도의 나이 든 연인으로 나왔다. 
 훌륭한 배우는 타인의 고통을, 연기를 통해 공감케 한다. 그런데 마냐니의 연기에는 고통의 상처가 생생하게 새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기라기보다는 현실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마냐니가 울 때 관객은 더욱 위로를 받는다. '삶 자체가 연기가 되는 타고난 배우'란 마냐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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