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비토리아의 비밀" (중)

WWII 배경 영화 (VII)

 

이탈리아산 포도주 한 잔을 음미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

(The Secret of Santa Vittoria)

 

 

그날 밤늦게 투파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카테리나가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둘은 어느새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되어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한 병에 리본을 매달아 성화 릴레이 봉송하듯 환호 속에 운반하여 고이 감추고는 이중벽으로 발라 마치 빈 동굴인 양 감쪽같이 위장을 한 후, 이제 마을 광장으로 나가 독일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봄볼리니 시장.

나치의 손과 입술에 자기들이 생산한 와인이 묻게 하지 않으려는 그 비밀에 어느새 관객들도 같은 편이 된다. 이때 투파에게 시장 직을 맡기려는 봄볼리니. 하지만 투파는 봄볼리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시장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사양한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1832)’으로 정신무장이 철저히 된 독일군 엘리트 장교 폰 프룸 대위와 '군주론'을 달달 외우는 봄볼리니의 대결. 48시간 내 그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가져오라고 시장에게 요구하고 로사의 가게에 들러 와인을 마시는 폰 프룸.

 

 

서슬 퍼른 독일 장교 앞에서 거침없이 할 소리는 다 하고 술값까지 다 챙기는 여장부 로사의 모습에 관객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는데, 폰 프룸은 "아무리 강한 여자라도 자기 이익 앞에선 약해지는 법"이라고 쏘아붙인다.

남겨둔 31만여 병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봄볼리니와 독일 장교. 어수룩한 말투에 뭔가 모자라는 사람인 양 행동하다가 뜬금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으로, 그 중 절반 이상을 가져가면 마치 돈 받고 자기 마누라랑 자게 하는 것과 같다며 절대로 안 된다면서 지병이 도진 듯 심장을 감싸 안고 쓰러져 간질병자처럼 연기하여 드디어 공급물량 50% 이하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봄볼리니! [註: 앤서니 퀸의 원맨쇼라고 할 수 있는 이 기똥찬 연기는 '나바론 요새(1961)'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그 대신 카테리나를 소개해 달라는 폰 프룸. 그는 그녀를 월요일 저녁 8시 식사에 초대한다.

한편 독일장교 앞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리는 봄볼리니 시장의 태도를 여러 시의원들이 비난한다. 그때 봄볼리니는 "나라고 자존심도 없는 줄 아는가? 군주론에도 있지만, 나는 시민들에게 이익만 돌아간다면 어떤 권모술수나 또 어떤 비굴한 짓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대꾸한다.

장면은 바뀌어 봄볼리니의 못 말리는 어린 딸 안젤라와 파비오가 결혼식을 올린다. 며칠 후, 와인을 운반하는 주민들이 오히려 기뻐하는 표정에서 자기가 속은 것을 눈치 챈 폰 프룸 대위가 카테리나와 즐거운 만찬을 함께 하고 있는 그때, 독일 친위대가 도착하여 대위에게 이 마을에 와인이 백만 병은 더 있다는 정보를 알린다.

그는 36시간 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산타 비토리아를 4개 지역으로 나누어, 기술적, 산술적, 논리적으로 백만 병을 숨겼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도 묘지, 교회는 물론 카테리나의 집을 비롯한 가택까지 샅샅이 수색해 보지만 헛수고다. 시청 간부 두 명을 고문하고 족쳐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오리발들이다.

봄볼리니와 폰 프룸, 두 사람은 머리싸움의 전쟁을 치르지만 끝내 시간만 허비하는데, 마침 대위가 내일 아침 7시에 새로운 전출지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는 와인이 더 있다는 확신을 갖고 투파를 체포하여 마을광장 분수대 앞에 묶어두고, 숨긴 와인을 내놓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총살시키겠다고 온 마을에 확성기로 공표한다. 이에 봄볼리니가 투파에게 찾아와서 차라리 독일군에게 다 불어버릴까 하고 말하는데, 그의 인간적인 고뇌(苦惱)가 엿보인다.

한편 카테리나를 찾은 폰 프룸 대위는 마지막 밤을 카테리나와 함께 보낸다. 다음날 아침 꽃을 꺾어 들고 흡족한 모습으로 광장에 나타난 그는 대뜸 부하 상사에게 투파를 풀어주라고 명령하는 게 아닌가.

곧장 카테리나에게 달려간 투파는 그녀가 "독일 장교와 잤다"고 고백하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자, 강요에 못 이겨 한 짓이며 자기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었음을 이해하고 위로한다. 이윽고 카테리나가 "사랑한다"고 말하자 둘은 격렬히 포옹한다.

이제 마을에서 철수해야 할 마지막 날 아침. 절망한 폰 프룸은 최후의 카드로 봄볼리니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10초 간 여유를 주며 시청 앞 분수 광장에 모여있는 주민들에게 와인의 소재를 대라고 위협한다. 그러나 아내, 신부, 친구 등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대위가 "시장이 죽건 말건 주민들의 반응이 참 대단하군! 그러나 마지막으로 진실을 얘기해 봐. 와인은 어디에 있어?" "와인은 더 이상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봄볼리니. 그러자 폰 프룸 대위는 역정을 내며 "도대체 어떻게 돼 먹은 인간들이야, 당신들은?(What kind of people are you?)"하고 고함을 지른다.

결국 폰 프룸은 총을 거두고 떠날 채비를 한다. 이때 봄볼리니가 마을 주민이 드리는 선물이라며 포도주 한 병을 건넨다. 장교가 "나눠줄 포도주가 남았다는 거요?"하고 묻자 "자, 저희가 준비한 이 와인 선물을 갖고 즐겁게 떠나시죠. 대단하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죠. 100만 병 중의 한 병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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