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비토리아의 비밀" (상) (The Secret of Santa Vittoria)

WWII 배경 영화 (VII)

 

이탈리아산 포도주 한 잔을 음미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 

 

앤서니 퀸(Anthony Quinn, 1915~2001)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길(1954)', '그리스인 조르바(1964)', 그리고 '25시(1967)' 등이다. 그 밖에 그레고리 펙과 공연한 '세계를 그대 품안에(1952)', 커크 더글라스와 공연하여 '혁명아 자파타!(1952)'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열정의 랩소디(1956)', 지나 롤로브리지다와 공연한 '노틀담의 꼽추(1956)', 성서 영화 '바라바(1961)'를 비롯하여 '나바론 요새(1961)',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로스트 코맨드(1966)', '사막의 라이온(1981)' 등 수많은 역을 소화하며 선 굵은 연기와 중후함으로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앞의 작품들과는 사뭇 달리 그의 원맨 쇼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가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The Secret of Santa Vittoria)'이었지 싶다. 1969년 유나이티드 아티스츠사 배급. 감독 스탠리 크레이머. 출연 앤서니 퀸, 안나 마냐니, 비르나 리시, 하디 크뤼거, 세르지오 프란키 등. 러닝타임 139분. 
음악감독은 '영광의 탈출(Exodus•1960)'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곡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골드(1921~1999). 참고로 실제 촬영 로케이션은 로마에서 북동쪽 약 40㎞ 떨어진 인구 약 1,000명 정도의 아름답고 작은 산골 마을 안티콜리 코라도(Anticoli Corrado).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인 1943년 여름,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의 파시스트 정부가 실각하자 정치적 공백 기간을 이용하여 독일군이 이탈리아 반도의 대부분 지역을 점령했던 시기이다. 
 1945년 무솔리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자기가 써놓은 'Mussolini is always right.'라는 파시스트 슬로건을 페인트로 지우려고 높이 세운 물탱크 위에 올라갔으나 술에 취해 주저앉은 이탈로 봄볼리니(앤서니 퀸). 딸 안젤라(파트리치아 발투리)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맨발로 밧줄을 매고 올라가 대신 글씨를 지우고 그를 부축해 내려오는 파비오(지안카를로 지안니니). 
 이 행동 때문에 와인 판매상으로 허구한 날 술에 절어 별명이 '어릿광대'로 불리던 봄볼리니는 일약 영웅이 되고 엉겁결에 산타 비토리아의 시장으로 추대된다. 
 길거리의 벽에 나붙은 무솔리니의 슬로건이 이채롭다. "양으로 백 년을 사느니 사자로 하루를 살겠다"라는 슬로건 옆에 "차라리 백 년을 살고 말지 - 봄볼리니"라고 써 놓았다. 
 이즈음 마차를 타고 남편이 두 달 전에 사망하여 과부가 된 미인 카테리나 말라테스타(비르나 리시)가 마을에 도착한다. 

 

 

비록 배운 것은 없으나, 나중에 사위가 될 지식인 파비오에게서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의 '군주론(1513)'을 읽어보라는 충고를 받고 열심히 공부를 한 이후, 책에 나온 대로 시(市)의 간부들을 임명하는 봄볼리니.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하지만 호랑이 같은 아내 로사(안나 마냐니)가 머리 위로 던지는 냄비, 프라이팬 등을 맞아가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오 나의 태양이여(O Sole Mio)!'를 흥얼대고 공짜 포도주 제공으로 주민들의 인심을 얻는 낙천적인 봄볼리니…. 

 

 그런데 어느 날 이 평화로운 마을에 예기치 않았던 위기가 찾아온다. 파비오가 독일군이 이 마을의 포도주를 모두 빼앗아 가려고 이곳으로 쳐들어온다는 정보를 갖고 온 것이다. 
 포도주 생산은 산타 비토리아의 생명줄이자 부(富)의 원천이다. 나치 장교 제프 폰 프룸 대위(하디 크뤼거)가 도착하기 전 131만7천 병의 와인 중 백만 병을 마을 외곽에 있는 고대 로마시대의 동굴 속에 감추기 위해 약 1천 명의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줄로 늘어서서 인간 벨트를 만들어, 네 줄을 구성하여 한 병씩 며칠 밤낮으로 옮긴다. 

 

 산술적으로는 일 초에 한 병씩, 네 줄로 쉬지 않고 옮겨도 29일이나 걸리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아무튼 이 와인 운반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이 아이디어를 준 사람은 보병부대 대위로 부상을 입고 카테리나의 간호를 받고 회복한 투파(세르지오 프란키)였다. 행진곡 풍의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투파가 4줄로 지속하긴 힘들다며 점차 3줄, 2줄로 줄이고 노약자와 어린이는 떨어진 병조각을 줍게 하고, 1시간에 나팔 한 번 불고 5분 쉬고 다시 시작할 때는 두 번 불게 한다. 

 

 

 비를 맞으며 와인을 옮기는 주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또 기청제(祈淸祭)를 위하여 봄볼리니 시장이 요청한 '오 솔레 미오'를 마을의 브라스 밴드가 신나게 연주하는 장면은 자칫 지루하고 심각해질 수 있는 장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기청제가 주효했는지 드디어 날이 맑자 로사 옆에 있는 할머니를 쉬게 하고 봄볼리니가 대신 와인병을 옮기는데, 아내 로사가 야위었다는 말에 오히려 흐뭇한 웃음을 짓는 봄볼리니. 카테리나도 거들자 옆 아줌마가 "일을 할 때도 부자는 땀도 안 흘린다"고 하자 그녀는 한술 더 떠 "냄새도 안 난다"고 대꾸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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