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의 영웅들" (Kelly's Heroes) (하)

WWII 배경 영화 (VI) 

부자 되려는 목표 때문에 목숨 걸고 더 열심히 싸워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는 시장은 방금 도착한 콜트 장군을 샤를 드 골 장군으로 오인하여 부둥켜 안는 바람에 장군은 원래의 방문 목적을 망각한 채 그들과 어울려 '미국 만세! 미군이 이겼다'를 부르짖으며 은근히 뻐기며 장광설을 늘어놓는데…. [註:콜트 소장은 "군기와 투혼이 있으면 보급이 부족해도 이긴다!"라는 소리나 하고, 통신장교가 "오전에는 전리층 때문에 지금처럼 무선이 잘 안 들립니다"라고 하자 "그럼 전리층을 치우라고 해!"라고 명령하는 이른바 ‘똥별’이다.] 
 

 한편 마을광장 한켠에는 모두 금괴를 트럭에 싣느라 여념이 없다. 이윽고 독일 전차장이 자기 몫을 다 실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로 나치식 경례를 하려다가 켈리의 표정을 읽고 슬며시 미국식 경례로 바꾸자 켈리가 'Auf Wiedersehen'이라고 화답하는 장면도 코믹하고 재밌다. 또 오드볼이 연료가 줄줄 새는 고철 덩어리인 티거 전차를 사서 돌아가는 장면도 웃기지만 나중에 분명 큰돈 벌었을 터! 
 

 각자 농장, 팬시 카, 여자 등 꿈을 실현할 목표를 얘기하며 열심히 트럭에 옮겨 싣는 미군 12명의 1인당 몫은 87만5천 달러다. [註: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1인당 1,330만 달러. 그런데 87만5,000 달러의 계산은 영화 속 크랩게임(돈 리클스)과 피셔(딕 발두치) 사이의 대사에 근거했는데, 실제 계산을 해보면 어디선가 자릿수 '0'이 하나 빠졌다. 상자 수(125개) 아니면 상자당 단가($8,400)가 잘못됐지 싶다. 이 영화의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콜트 장군, 메이틀랜드 대위와 함께 뒤늦게 도착한 벨라미 상사가 파괴된 은행으로 가서 텅 빈 홀을 망연자실(茫然自失) 쳐다본다.
 한편 노을 지는 해를 배경으로 각자 자기 몫을 챙기고 뿔뿔이 흩어져 전선으로 돌아가면서 '불타는 다리' 배경음악과 함께 배역 명과 배우 이름이 적힌 얼굴 사진이 엔딩 크레디트로 나오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무릇 전쟁은 죽음과 환상만 있을 뿐 영광은 없고 무의미한 살상만 있는 모험이다. 그런데 금괴, 즉 부자가 되려는 동기부여가 있을 때 얘기는 달라진다. 
‘켈리의 영웅들’은 애국심이나 영웅심에서 우러난 승리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금괴를 탈취하여 부자가 되려는 목표 때문에 무모한 여정에 참여했고, 모두가 오히려 목숨 걸고 더 용감히 싸워서 (막판에 허망한 결말로 끝나는 여느 영화와는 달리) 대승을 거두고 금괴를 차지하는 '무법자' 스토리이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70년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무법자 3부작'이 세계를 강타한 이후 숱한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브라이언 G. 허튼 감독이 이를 놓칠 리 없다. 2년 전 '독수리 요새'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캐스팅했던 인연으로 이 작품에 또 그를 기용하여 '무법자스러운' 통쾌한 성공을 거두는 내용으로 만들었지 싶다.
 

 

 클린트 이스트우드(93)는 이 영화 이후 출연한 '더티 해리(1971)'가 대박이 터지면서 미국 최고의 흥행배우로 자리를 잡았고,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1971)'로 감독으로도 성공적 데뷔를 하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그리고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현역 배우 겸 감독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텔리 사발라스(Telly Savalas, 1922~1994)의 본명은 아리스토텔리스 사발라스이다. 이름에서 알다시피 그는 그리스계 혈통으로, 미국의 그리스인 커뮤니티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머리로 1960년대 인기 있는 배우였는데, 1973~1978년 CBS TV 범죄드라마 '형사 코작'에서 형사반장 테오 코작(Lt. Theo Kojak) 역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출연 작품은 '알카트라즈의 조류가(1962)' '벌지 전투(1965)' '위대한 생애(1965)' '특공대작전(The Dirty Dozen•1967)' 그리고 '007 여왕 폐하 대작전(1969)'에서 악당 스타브로 블로펠트 역으로 유명했다. 
 

 

 사발라스는 1975년에 보컬그룹 The Bread가 부른 "If"(1974)의 가사를 읊조리고 끝소절만 노래하는 싱글앨범을 발매하여 영국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멀리건 상사 역으로 나온 조지 사발라스(George Savalas, 1924~1985)는 사발라스 4형제 중 막내로 텔리가 둘째였다.
 

 

 도널드 서덜랜드(Donald McNichol Sutherland•88)는 캐나다 뉴브런스윅 세인트존 출생으로 고등학교는 노바스코시아 주 브릿지워터에서, 그리고 토론토대학 빅토리아 칼리지를 졸업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특공대작전(1967)' 'M*A*S*H(1970)' '바늘 눈(Eye of the Needle•1981)' 'Cold Mountain(2003)' '오만과 편견(2005)' 등으로 주연과 조연에 상관없이 주어진 역을 훌륭히 소화하는 명배우이다.
 

 

 55년의 경력을 가진 서덜랜드는 우수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카데미상 후보에 한 번도 못 올랐는데 2017년에 아카데미 공로상을 수상했다. 2010년 밴쿠버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올림픽 깃발을 든 8멤버 중 한 명이었다. 
 

서덜랜드는 세 번 결혼했는데, 특히 두 번째 아내 셜리 더글라스(Shirley Douglas, 1934~2020)와의 결혼은 1966~1970년 지속됐다. 장인이 캐나다 사스케츄원 주 7대 수상, 신민당 초대 당수 등을 역임하고 캐나다 헬스케어 시스템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미 더글라스(Thomas Clement Douglas, 1904~1986)이다. 

 

  셜리와의 사이에 첫 딸과 쌍둥이 아들 키퍼와 딸 레이첼 등 셋을 두었다.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57)는 '멜랑콜리아(2011)' '폼페이(2014)'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이자 제작자, 감독 및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도널드 서덜랜드의 현재 부인은 캐나다 퀘벡주 출신 배우인 프란신 라세트(Francine Racette•76)로 1972년에 결혼하여 아들 셋을 두고 있다. 
 

 

 이 영화에는 단역 비중의 여배우들이 아예 없다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 그런데 국가를 위해 죽는 것보다는 살아남는 것이 더 훌륭한 일이며 '생존이 곧 승리'를 의미한다면 여기서 죽은 3명의 병사의 몫은 어찌 되었을까?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궁금하기만 하다. 
(끝)

 

                           ▲ 멜라니 상사의 공병지원대를 따돌리고 셔먼 전차를 이용해 금괴가 있는

클레몽 마을로 진입하는 켈리 부대.

 

                           ▲ 켈리가 오드볼의 셔먼 전차에 타고 빅조 소대원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소란한 틈을 타 독일 티거 전차의 뒤로 접근하여 기관총을 발사하지만 헛수고다.

 

                      ▲ (왼쪽부터) 오드볼, 켈리, 빅 조 세 사람이 독일 티거 전차에 천천히 걸어서

접근한다. 티거 전차의 포신이 이들의 움직임을 따라 아래로 이동하며 정조준 하는데…

 

                       ▲ 밖으로 나온 독일 티거 전차장(카를 오토 알버티)이 '은행에 1,600만 달러,

즉 6,500만 마르크 가치의 금이 있다'는 말에 실눈이 갑자기 퉁방울처럼 휘둥그레지는데…

 

                         ▲ 클레몽 시장이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며 방금 도착한 콜트 장군(캐럴 오코너)을

샤를 드 골 장군으로 오인하여 부둥켜 안는다.

 

                       ▲ 클레몽 시민들이 나치로부터의 해방에 축제분위기로 떠들썩한 광장 뒷편에

탈취한 금괴상자를 트럭으로 옮겨싣기에 바쁜 켈리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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