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II 배경 영화(V)-'독수리 요새'(Where Eagles Dare)(하)

 

(지난 호에 이어)

 드디어 스미스, 셰이퍼, 메리 및 존스는 지상에서 하이디와 재회하고 그녀가 예비해 둔 버스로 탈출한다. 마지막 클라이맥스 씬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드디어 오버하우젠 공항에 비상착륙한 Ju-52 수송기에 극적으로 탑승한다. 그러나 배배 꼬이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와이어트 터너 대령에게 스미스 소령은 테드 버클리, 리 토머스, 올라프 크리스천슨 대위 등 세 명의 대원들이 자필로 쓴 명단 수첩을 건넨다. 이를 본 터너 대령은 "기가 막히다"고 말하는데 스미스는 이 목록에 빠진 이름을 보면 더 기가 막힐 거라고 대꾸한다.

 

 그리곤 그 이름을 친위대장 폴 크레이머 대령에게 보여줬더니 영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군 최고 첩자라는 사실에 동의하더라며 호주머니에서 또 다른 노트를 끄집어내 보여주는데….

 

 거기엔 '터너 대령'이라고 적혀있다. 이에 기관단총을 겨누는 터너. 그러나 눈깜짝 하지 않고 "총을 겨누는 걸 보면 증거는 충분한 것 같다."며 "이제 재판을 받게하겠다."고 말하는 스미스. 이에 터너가 방아쇠를 당겨보지만 격발이 안 되는 게 아닌가. 스미스 소령은 롤랜드 제독이 대령의 비행기까지 배웅나올 때 총을 가진 걸 보고 미리 발사핀(firing pin)을 빼뒀다고 폭로한다.

 

 '비밀의 진짜 반역자'는 바로 터너 대령이었다. 모든 걸 포기한 터너 대령은 비행기에서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려 자살한다. 미국 첩보원으로 MI6를 위해 일한 꼴이 된 셰이퍼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미스에게 말한다. "다음 작전 때는 미국인은 빼 주십시오."

 

 메리가 스미스의 다친 손에 맨 붕대를 푸는 새에 둘은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스네어 드럼의 행진곡이 크게 울리며 영화는 막을 내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이 작품은 영국 및 북미지역에서 대단히 인기를 끌어 제작비 약 700만 달러에 총수익은 2,100만 달러에 달했고 지금도 훌륭한 전쟁영화 중 하나로 평가된다.

 

 여기서 액션 연기는 셰이퍼 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거의 다 한다. 사실 이 영화 전에 '무법자 3부작'에 출연하여 국제적 인지도를 드높인 이스트우드는 어찌보면 우습지만 이 작품에서 시가를 물고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면 영락없는 서부영화라고 할 만 하다.

 

 이 영화에서 리처드 버튼이 무전을 칠 때마다 언급하는 "여기는 브로드소드, 대니 보이 나와라(Broadsword calling Danny Boy)"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여기서 '브로드 소드'는 날이 넓은 양면칼을 의미한다.

 

 영화 속 '아들러 성'은 오스트리아 베르펜에 있는 호헨베르펜 성(Festung Hohenwerfen)이다. 높이 623m로 잘츠부르크에서 약 40km 거리에 있다. 이 성은 합스부르크가(家)가 소유했으나 지금은 잘츠부르크 주가 매입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 성은 '사운드 오브 뮤직(1965)'에서 '도레미 송'을 부르는 피크닉 촬영 때 베르펜 마을을 보여주는 언덕의 배경으로 나왔다.

 

 그런데 케이블카는 오스트리아 에벤제(Ebensee)에 있는 포이에르코겔 국철(Feuerkogel Seilbahn)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 영화에 크게 공헌한 스턴트맨이 둘 있다. 한 사람은 헐리우드 유명 스턴트맨인 야키마 카누트(Yakima Canutt, 1895~1986)이다. 그는 제2 유니트 감독으로 액션 장면 대부분을 촬영했다. 또 한 사람은 영국 스턴트맨인 알프 조인트(Alf Joint, 1927~2005)로 리처드 버튼이 내려가는 케이블카에서 올라오는 케이블카로 공중 점프하는 고난도 장면 등을 연기했다.

 

 음악감독 론 굿윈(Ron Alfred Goodwin, 1925~2003)은 영국 작곡가 및 지휘자로 70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는데 '독수리 요새'가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브라이언 G. 허튼(Brian Geoffrey Hutton, 1935~2014) 감독은 배우로도 활동했는데 예컨대 'O.K. 목장의 결투(1957)'에서 릭 역으로, '건힐의 결투(1959)'에서 리 스마이더 역으로 나왔다. 두 작품은 모두 존 스터지스 감독이 연출했다.

 

 하이디 역의 잉그리드 피트(Ingrid Pitt, 1937~2010)는 폴란드 출신 영국배우이자 작가이다. 1965년에 '닥터 지바고'에 단역으로 데뷔하여 '뱀파이어 연인들(1970)'에서 카르밀라 역, '드라큘라 백작부인(1971)' 등으로 잘 알려졌다. '독수리 요새'에서도 그렇지만 풍만한 젖가슴과 가슴골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잉그리드 피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 단치히(현 그단스크)에 있던 나치 유대인 수용소인 스튜트호프 집단수용소(Stutthof Concentration Camp)에 가족들과 함께 3년 동안 구금되어 있다가 모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수용소는 지금 기념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메리 역의 메리 유어(Eileen Mary Ure, 1933~1975)는 스코틀랜드 출신 연극 및 영화 배우. 그녀는 '아들과 연인(1960)'에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데보라 커에 이어 두 번째 스코틀랜드 여배우가 되었다.

 

 그러나 1975년 4월2일, 그녀는 '엑소시즘(The Exorcism)' 텔레플레이를 축하하기 위해 다른 배우들과 함께 런던 무대에 출연했었는데, 그날 밤 대망의 오프닝 몇 시간 전에 돌연 사망했다. 실수로 알콜과 바르비투르산염의 과다복용이 원인이었다. 시신은 남편인 로버트 쇼가 런던 자택에서 발견했다.

 

 로버트 쇼(Robert Shaw, 1927~1978)는 007영화 제2탄인 'From Russia with Love(1963)'에서 제임스 본드의 상대역인 러시아 첩보원 레드 그랜트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보였으며, '벌지 전투(1965)' '스팅(1973)' '죠스(1975)' 등으로 우리와 안면을 튼 영국배우이다. 특히 '4계절의 사나이(A Man for All Seasons·1966)'에서 영국 국왕 헨리 8세 역으로 아카데미 및 골든 글로브 최우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부인이 42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데 이어 로버트 쇼도 3년 뒤인 1978년 8월28일 심장마비로 51세에 세상을 떠났다. (끝)

▲ 뒤쫓는 독일군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는 셰이퍼 중위. 액션 장면은 '무법자'처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다 한다.

▲ 케이블카 지붕 위에서 벌어진 아슬아슬한 격투 끝에 버클리는 떨어져 죽고 크리스천슨은 스미스 소령이 설치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여 죽는다.

▲ 공항으로 가는 길에 독일군과 총격전을 벌이는 특공대원들.

▲ 특공대를 태우고 갈 Ju-52 수송기가 오버하우젠 공항에 비상착륙하고 있다.

▲ 마지막 살아남은 5인과 비행기에 탑승한 와이어트 터너 대령(패트릭 와이마크·맨우측). 터너 대령이 '비밀의 진짜 반역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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