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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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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시온산 위 '마가의 다락방'

 


새해 첫 새벽 예배 때 부르는 찬송,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은 언제나 새로운 희망에 부풀게 해서 늘 좋다. 시온산은 주님을 의지하는 사람이 흔들리지 않고 영원히 서있는 모습(시 125)이며, 하늘의 예루살렘(히 12:22) 즉 거룩한 도성의 상징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1948년의 이스라엘 독립전쟁 때 총탄자국이 아직도 선명한 시온성문을 들어서자, 시온이 예루살렘을 감싸고 있는 듯, 예루살렘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는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예수께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신 곳, 부활하신 후 첫번 오순절에 성령이 불같이 강림한 마가의 다락방(The Upper Room)이 있는 이곳은 현대 시온의 상징이었다.


 


오순절에 이 다락방에 모인 초대교회 신도들 위에 성령의 불길이 내리면서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충만해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각각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 시작하였다”(행2:1~4)는 것이다.
나는 요즘 이와 비슷한 꿈을 보았다. 그 꿈이 실현되는 일 마저 일어나서, 2천년 전의 일들이 오늘도 일어나는 상징의 원형에 놀라고 있다.
우리가 성경공부 교재로 쓰는 'Four Dimensional Jesus'같은 4차원의 꿈이었다. 꿈에 네 나라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 서로 자기 나라말로 성경공부와 토론을 하고 있는데, 그 외국어들이 내 귀에는 모두 한국어로 들리는 것이었다. 
신기한 것은 우리가 출석하는 샌자일스 킹스웨이 캐나다 장로교회에서 나에게 오순절 주일 예배시간에 사도행전 2장1절에서 4절까지 한국어로 성경낭독을 하라는 것이었다. 오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 사도행전을 언어가 다른 여섯명이 나와서 각기 자기나라 말로 읽는 현대식 성령강림을 체험한 것이다. 마가의 다락방에서 못다한 성령의 은사를 뜨겁게 체험한 듯한 설레임이 일었다.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그라치아교회 안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보았을 때도 감명 깊었지만 ‘최후의 만찬’ 현장인 예루살렘 시온성, 마가의 다락방 안에 지금 내가 서있다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다빈치의 그림에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상징적인 신화를 안고 있다. 성격의 유형과 생애가 고난, 죽음의 수용, 부활 등으로 이어지는 고대 영웅들의 신화와 비슷하다. 
 이 ‘최후의 만찬’에서 비롯한 ‘성만찬 예식’에 대한 해석이 가톨릭교회와 기독교회(개신교회)를 갈라놓는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의식의 영성체가 예수의 몸과 피라는 화체설(化體設)을, 기독교회에서는 기념설(記念設)을 주장하고 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살과 피의 상징의 참 의미’를 우리 인간의 구원을 이루는 내적 통합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화체설이나 기념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가톨릭교회와 기독교회가 함께 쓰기로 한 ‘성찬식 리마예식서’가 나왔고 우리가 다니던 서울 안동장로교회에서는 별 무리없이 그 예식서를 쓴다.
 나는 가톨릭교회에 가면 영성체를 꼭 받는다. 예수께서 내게 주시는 ‘살과 피’로 생각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주님과 다시 만나는 신비한 체험과 평안(Shalom)을 맛본다. 내가 참석했던 밀라노 교회의 한 신부님은 우리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마침 ‘리마예식서’로 성찬례를 갖게 되자 함께 떡과 포도주를 나누었다.
 


2천년 전 예수님의 성찬의식에 참여한 듯 기쁜 마음으로 ‘다락방’을 나와 시온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온산 건너편에 마리아의 영면을 기념한 둥근 원형의 ‘돌미시온 교회’가 눈부시게 다가왔다. 터키의 에페소에 갔을 때 방문한 성모 마리아의 집과 대조적이었다. 
 시온산 남동쪽 언덕에는 베드로 회개기념성전(The Church of St. Peter in Galicantu) 돔 위에 금빛으로 조각한 장닭의 모습이 보인다. 예수가 빌라도에게 잡히신 후 닭이 두번 울기 전에 예수를 세번 모른다고 할 것이라는 예수의 예언이 맞자 통곡을 터뜨리던 베드로를 기념한 성전이다. 
이 근방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아름다운 꽃들이 성전 담 위로 가득 피어 길 밖으로 넘치며 향기를 뿜고 있다. 존경하는 임에게 단 한 번 바친다는 피스타쇼(Pistachio) 같이 생긴 붉은 꽃들이 단 한 번의 목숨을 그리스도를 위해 정열을 내뿜으며 몸을 바친 베드로의 모습같이 처연해 보였다. 
여전히 꿈 속 같은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햇빛’을 받으며 불꽃같은 정열에 싸여있는 시온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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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css137
    99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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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22

    안녕하세요! 연재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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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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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22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채수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석사논문으로 윤치호 선생의 사상을 다루었고 앞으로 박사과정에서도 다룰 예정입니다. 혹시 관련해서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고자하는데 메일주소 같은 거를 받을 수 있을까요? 무례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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