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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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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자유의 여신상이 훼리에서 배웅해주다

 

  
                                                                페리호에 자유의 여신상을 모시고 가다
 

 

 맨해튼의 가장 높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 일곱 식구를 태운 밴은 허드슨 강을 건너 맨해튼 남쪽에 있는 옛날 뉴저지 철도역(지금은 박물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훼리를 타고 자유의 섬(Liberty Island)에 닿았다. 

 

 이 섬엔 오직 자유의 여신상만이 군림한다. 왼손에 미합중국 독립기념일이 적힌 독립선언서를 들고 오른손엔 햇빛에 불을 붙인 듯 황금빛 나는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대서양을 향해 한 발을 내밀고 서 있다.

 

 나는 이 아름다운 여신상이 뿜어내는 자유와 평화에의 갈망, 그리고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몸짓 속에 숨은 비밀들을 찾아보았다. 
제일 눈에 띄는 상징은 역시 평화를 외치는 횃불과 여신상의 머리에 두른 일곱 개의 뿔이 달린 왕관이다. 일곱 개의 뿔은 왕관에 붙어 있는 25개의 창문을 통해 7대양, 7대륙을 향해 민주주의와 자유의 빛줄기를 투사하며 선포한다는 뜻이란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길고 헐거운 푸른 토가와 긴 숄은, 자유를 얻은 종들이 경배한 로마의 ‘리버타 여신’의 옷에서 연유한 것. 맨발에 샌들을 걸치고 내민 그의 오른발은 식민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세계에 이룩한 귀한 민주주의를 향한 첫 발이리라. 그 발치에 밀어낸 굵은 쇠사슬은 종의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상징한다. 

 

 자유의 여신상 내부는, 지상에서 횃불을 든 93.5m 꼭대기까지 밖에선 보이지 않는 복합적인 공간을 꾸며놓았다. 여신상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 내부의 2층과 3층은 박물관이다. 
그곳에서 정상까지 엘리베이터로 10층에 올라가면, 왕관에 달린 창 밖으로 허드슨 강은 물론 7대양과 지구상의 온 대륙을 내다보게 해놓았다. 

 

 우리는 손주들을 데리고 올라가 그 넓은 세상을 내다보게 하려고 했으나, 수리 중이어서 사진만 찍었다.
  프랑스 제3공화국은 1886년에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미국민에게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어 기증했다. 프랑스의 조각가 오귀스트 바르놀리가 설계했는데, 그는 프랑스에서 누리지 못한 자유를 찬양하며 그의 조국과 온 세계에도 자유가 찾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시공까지 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여신상 내부의 설계와 시공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지어올린 구스타브 에펠이었다는 것. 
 그는 정교한 보강 철제를 사용하여 정교한 구리금속으로 틀을 짜서 내장 버팀목을 조각그림 퍼즐모양, 쇠로 만든 주름치마인양 여신상 꼭대기까지 쌓아 올린 것이다. 그 에펠탑의 첨탑과 비슷한 내부의 탑을 들여다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공원에 설치한 동판에 적힌 설치내용을 읽고 아쉬움을 달래며 자유의 여신상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유의 여신상을 받치고 있는 갈색 화강암 받침대는 미국국민의 모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받침대 사면 벽에 둥그런 방패 13개를 돌로 조각해 넣었는데, 미국 독립 당시 통합한 13주를 상징한다. 

 

 이 방패 때문에 9.11.테러 때 맨해튼의 쌍둥이 건물, 워싱턴의 펜타곤에 이어 자유의 여신상이 제4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막아 준 게 아닐까?
 우리는 푸른 하늘아래 하늘하늘한 푸른 빛 토가를 입은 자유의 여신상 옆을 비껴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훼리를 타려고 선착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우리 손녀 세희와 에스더는 자유의 여신상 발치의 잔디 위에 서서 하늘을 향해 팔을 뻗치고, “우리도 세계에 자유의 빛을!” 외치며 여신상을 흉내내고 즐거워했다.
 1892~1954년까지도 미국에 들어가려는 이민자들의 입국 심사로 법석이던 엘리스 섬을 지나며 리버티섬을 다시 뒤돌아보았다.

 

  자유의 여신상은 우리와 이별이 아쉬운 듯 멀어지다가 어느 사이 우리가 탄 배 위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우리를 안아줄 듯 우리가 탄 훼리보트 위에 한참이나 머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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