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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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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톨스토이의 무위사상(無爲思想) Let it Be!

 

 러시아 작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가 터득하고 그의 작품에 반영한 무위사상無爲思想은 노자의 도덕경, 예수의 산상수훈, 캐나다 장로교회 찬송가 474장에, 그리고 Beatle & Beatles의 노래에도 들어있다.
 톨스토이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아주 인색하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는, 나폴레옹이 위대한 영웅이 아니고 다만 운좋은 사나이로 만 묘사했다.”고, 파리의 나폴레옹 영묘원을 둘러 본 소감을 윤치호는 그의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불가능이란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고 큰소리 치던 나폴레옹을 러시아 벌판에서 몰아낸 쿠투조프 장군은 아뭏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친다.
 모스크바 강 근처 보로디노에서의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쿠투조프는, 나폴레옹처럼 매번 선봉장으로 지휘를 하지 않았다. 야전 사령관으로서의 자신의 한계를 아는 인물이었다, 밥 먹는 시간과 기도하는 때 외에는 야전 막사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쿠투조프는 톨스토이의 역사관과 인생 후반기에 심취했던 노자 탐구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노자가 주장 하는 ‘무위無爲’의 경지를 즐길줄 알았던 쿠투조프는, 아마도 자각몽 Lucid dreaming 속에서 뛰어난 전략을 구상했는지도 모른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예술과 농민을 위해 쉬지않고 움직이며 살았던 톨스토이는, 그의 말년의 작품인 民話의 주인공 ‘바보 이반’처럼, 우직한 바보들이 모인 나라가 건강한 나라이므로 폭력과 돈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무위개념(無爲槪念)은, 톨스토이가 인본주의와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노자사상>에 빠져들어 <노자>를 번역하기도 한다.
 그의 無爲槪念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친 산상수훈을 생각나게 한다. 갈릴리 호수 북쪽 언덕위엔 아름다운 팔복기념교회가 서 있다. 예수님이 높은 바위산에 앉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복을 누리게 되는가 이야기 해주신 곳.(마태복음, 누가복음) 
 마음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의를 위해 핍박을 받는자에게 여덟가지 천상의 행복이 온다는 교훈을 들려주신 곳이다.
 이 수훈 중에 첫째 행복은 ‘마음이 가난한 자’, 즉 마음을 비우고 무위의 경지에 이르는자의 행복이다. Let it be! 
 다정한 내 친구가 환갑선물로 비단 풍뎅이가 달린 열쇄고리를 내 가방에 달아주면서, 환갑還甲은 갑충甲蟲인 풍뎅이가 신선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란다. 그래, 이제부턴 좀 철이 들어 신선같이 조용하게 살아볼께, 하며 지금까지 달고다닌다. 푸른 잔등에 오로라 빛을 내며 풍뎅이(Beetle)는 이따금 노래를 들려준다. Let it be! ‘나를 그냥 놔두세요! 나좀 가만 내비둬요!’하고.
경주시 황남대총의 마구장식馬具裝飾은 비단벌레 풍뎅이(metallic green beetle)로 장식되어 있다. 
얼마 전에 제임스가든 무궁화동산에 핀 분홍 꽃잎에, 오색영롱한 날개를 접고 행복 하게 無爲를 꿈꾸는 산 비단 풍뎅이를 만났다. 재빨리 내 카메라에 담아두고 나의 명상의 길라잡이로 삼았다. Let it be!
 이 풍뎅이의 영어말은 비틀Beetle이다. 세계 가요계를 휩쓸었던, 비틀즈 (Beatles)의 상징이다. 그들도 나의 행복한 무위의 풍뎅이가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 ‘Let it Be!’

<구름 덮인 밤일지라도
 내일 날이 밝을 때까지 나를 밝혀줄 등불은 있답니다.
‘나를 그냥 놔두세요’ Let it be!
 음악소리에 잠을 깨니
 성모님이 내게 다가와
 지혜로운 말씀 해주시네.
 "그냥 순리에 맡기어라." Let it be!. >

 우연히도 지난 주일 예배 시간에 우리도 ‘주님 안에 무위한 삶’의 노래를 불렀다. 
<내 생명 붙드사 그 안에 살게 하소서. Let it be!
내 사랑 받으사 당신 발아래 퍼붓게 하소서. Let it be!. > 
 무위사상은 톨스토이나 노자만의 개념이 아니라 장군도 농민도 바보도 비틀즈도 비단풍뎅이도 부르는, 있는 그대로를 바치는 사랑의 노래였다. Let it b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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