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서광철(미시사가)

 

모처럼 가족사진을 찍게 되었다. Covid-19 전염병이 오염에 찌들은 지구를 송두리째 뒤엎는 이래 우리 11명의 식솔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가 2년 만에 아슬아슬하게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마침내 우리 부부와 5명의 손자손녀들, 그리고 두 아들과 며느리 모두 모이게 되었다. 그런데 작은 며느리 언니로부터 text가 왔는데 Covid-19 검사에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작은 며느리의 언니 가족과 우리 작은 아들 가족은 이틀 전에 만난 적이 있어 자연히 감염 경계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는 서둘러 그들을 Covid-19 Rapid Test Device로 즉석 검사를 하게 했고, 다행히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반응을 보여 2년 만의 파티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뭉치면 산다"가 "헤어져 있어야 산다". 50여 년 이곳 캐나다에 살면서 만남과 모임의 긍정적인 삶의 생활방식은 Social Distancing 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격리의 미덕이 등장하게 된다.

가족이라도 같은 지붕 아래 거주하지 않으면 자연히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그 이름 코로나 바이러스. 인간이 백신을 개발해 거의 궤멸에 다다르면 다시 변이를 일으켜 오히려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신출귀몰의 귀재 독종 바이러스.

하지만 그 신출귀몰의 재주꾼이 가지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웃음이다. 우리는 이제 앙리 베르그송(1859-1951)을 주목할 필요가 있게 된다.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창조적 진화론을 주장한 학자이다. 그에 의하면 우주의 모든 것이 역동적인 과정에 있다고 본 철학자였다.

웃음은 유연하고 역동적인 진화적인 우리의 삶에 어울리지 않는 기계적인 행동이 개입될 때 발생한다 하였다.

어느 천문학자가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한 여인을 월식 관찰을 하라고 초대하였다. 어김없이 늦게 도착한 그 여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저를 위해 월식을 다시 한번 해줄 수 없나요.”

인류의 탄생 이래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창조적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에겐 바이러스는 기계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드디어 2년 만에 우리가족 모두 모여 사진을 찍게 되었다. 치즈, 김치 모두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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