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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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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ssing in disguise

Editor’s Note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

-순간의 시련도 숨겨진 축복일 수

 

 

 은퇴(隱退)를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러나 숨어 산다’는 뜻이다. 매우 쓸쓸한 이미지다. 하지만 그야말로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어느정도 나이를 먹으면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은퇴의 영어단어 'retire'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뒤로 물러나 숨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타이어를 새로 갈아 끼우는 것(re-tire), 즉 새로운 출발과 시작을 뜻한다. 모든 것은 이처럼 생각할 나름이다.

 

0…그럼 인생의 제2막인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는 아마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현역에서 퇴직을 하면 우선 ‘시간부자’가 된다. 그래서 현역 시절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고 싶었던 것도 배우고, 옛 친구도 만나고, 멀리 여행도 떠나고…

 하지만 쉰다는 것이 그렇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다 잠시 짬을 내어 쉬는 휴식은 꿀맛 같다. 그러나 매일매일이 그저 변화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쉼이란 고역일 따름이다.   

 따라서 은퇴 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일, 특히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0…치열한 생존경쟁에 몸부림쳐온 대부분의 한국남성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쉬고 노는데 별로 익숙하질 못하다. 주말에도 무언가 손에 할 일이 없으면 불안하다.  

 이래서 은퇴 후의 밋밋한 삶이 벌써 걱정이다.

 한국에서는 오랜 직장생활(특히 공직자)을 하다 은퇴하면 퇴직금과 연금이라도 두둑히 나오지만 캐나다에선 그런 기대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를 하면 생활이 막막해질 수가 있다.           

 

0…이런 것을 감안해 많은 이들이 조금 힘들고 피곤해도 장래를 위해선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도중에 타의로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니까…

 특히 기대수명이 80세를 훻씬 넘는 이 시대에 60대 중.후반에 퇴직을 하고 나면 20여 년의 기나긴 세월을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    

 정년퇴직자들 중에는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일할 의지가 있고 능력이 되더라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0…평생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으니 문제다.

 보통의 직장인은 정년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때가 되면 그만둬야 한다.

 정년이 없는 개인사업자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기술의 발달과 경쟁자 출현으로 일을 그만둬야 할 때가 올 수 있다.

 

0…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파이어족’(FIRE)이 유행이다.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해 조기에 은퇴하려는 이들을  뜻한다.

 조기에 은퇴해 생계와는 무관하게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인생이 아닐까.  

 문제는 조기 은퇴를 하려면 저축을 늘리거나 수익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둘 다 만만치가 않다.

 

0…궁극적으로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work)과 삶(life)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생계유지를 위한 일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면 그 역시 만족할 수가 없다. 현대인은 이 워라밸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일을 하지만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돈만은 아니다. 일터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즐거움도 찾는다.

 

0…이렇게 일의 의미를 확대하면 은퇴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즉 은퇴 후에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만 있다면 인생을 새로 사는 것이 된다. 

 은퇴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생계를 위해 죽어라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돈을 벌려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0…남의 일로만 생각해온 은퇴. 내가 막상 그 단계에 이르고 보니 여러 회한이 겹친다.

 많은 친구들이 절반 이상 은퇴를 하고 골프나 등산 등으로 소일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저렇게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살지는 않겠노라’ 다짐해왔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 입장이 되고 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나는 언제까지고 오래토록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다. 

 

0…나의 경우 평생을 직장생활만 하다보니 큰 우여곡절없이 평온한 삶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그런 안락한, 아니 안일한 생활에 안주하다 보니 아까운 청춘만 흘러가 버렸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후회가 없지 않다. 진작에 ‘나의 일’을 할걸… 나이는 먹고 벌어놓은 것은 없고…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해서 현재의 고난이 축복으로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Blessing in disguise)

 

0…인생에서 꼭 내 의지대로만 되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니 다만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일이다. 나는 이제부터 인생 제 2막의 시작이라는 각오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것이다.  

 그동안 저를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다시 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용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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