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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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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의 자존심을 꺾지 말라

*해병대 예비역들이 모여 채수근 상병 사망 진상규명과 박정훈 대령의 명예 회복을 촉구하는 모습

 

-자타공인 한국 최강 군대

-장병들 사기를 꺾어선 안돼  

 

 

나는 그동안 해병대에 관한 글을 여러차례 썼다. 20여년간 교민언론에 종사하면서 아마 대여섯 차례는 해병대 얘기를 썼을 것이다.

혹자는 비판할지 모른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의 모두가 한번씩 다녀왔을 군대인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또 해병대가 무슨 큰 벼슬이라고 호들갑을 떠느냐.

당연하다. 한국남자는 누구나(무슨 문제가 없는 한) 금쪽같은 청춘시절을 군에서 보냈고 해병대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0…하지만 해병대는 좀 다른 군대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최전선에서 적진 깊숙히 침투, 상륙작전을 통해 교두보를 장악하는 특수전 부대다.

당연히 희생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군대가 강하지 않으면 병사들은 전멸할 수도 있고 전쟁은 패하게 된다.    

이런 해병대이기에 훈련은 지옥을 연상케하고 내무반 생활도 무척 힘이 든다.

이처럼 온갖 악조건 하에서 길들여진 병사들은 소위 ‘악’만 남게 된다. 해병대원들이 거칠고 무서운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0. 오늘도 해병대 얘기다. 그런데 주제가 좀 다르다.

원리원칙대로 임무를 수행했던 해병대 고위 장교가 온갖 수난을 겪는 모습이 안쓰럽다. 

2023년 7월 19일, 폭우 피해 지역인 경북 예천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작전 중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후 채 일병은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채 일병은 구명조끼 등 보호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거센 물속으로 들어갔다.   

현직 소방관인 채 일병 아버지는 "물살이 엄청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냐. 이건 살인행위다"라며 흐느꼈다.

 

0…사고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단장 박정훈 대령)은 관련자 및 부대를 수사했고 그 결과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의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당시 국방장관(이종섭)은 수사보고서를 결재하고 박 대령에게 “수고했다”고 격려까지 했다.

그런데!

이튿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란 사람이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 ‘수사기록에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 다 빼라’는 등 일방적인 요구를 했다.

 

0…이에 박 대령이 “장관 결재까지 끝났다”고 하자, 이번엔 해병대 사령관이 나서 “보고서를 수정해 다시 보고해라. 혐의자 및 혐의 사실을 빼라. 죄명을 빼라. 해병대는 왜 말을 안 듣느냐”는 국방부 차관(신범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압박했다.

박 대령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그러자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에 대해 ‘집단항명수괴’라는 어마어마한 혐의를 씌워  보직해임하고 입건했다.

이것이 소위 ‘박정훈 대령 사건’의 요약이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원리원칙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것 뿐이다. 집단항명이라? 서천에 소가 웃을 일이다. 

 

0…박정훈 대령은 강직한 해병대 장교의 표상으로 칭송받아왔다.

‘해병대의 고향’인 경북 포항 태생으로, 경북대 법대를 졸업했고 해군사관후보생(OCS) 90기(해간 81기)로 임관했으며 해병대 군사경찰로 복무하고 있다. (나는 OCS 72기, 해간 66기다.)

이후 군 위탁교육으로 고려대에서 법학석사 및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법률전문인이다. 그야말로 문무(文武)를 겸비한 엘리트 장교다. 

그런 박 대령이 말도 안되는 개인 지시를 한다고 들을 사람인가.

 

0…‘윗선’의 의견전달에도 불구, 사단장 혐의 등을 적시한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이유에 대해 그는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했고, 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저는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고 말했다.

이런 장교에게 항명죄라니?! 그가 국가반란이라도 모의했다는 것인가.

박 대령의 가슴 찡한 한마디.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러한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다. 앞으로 저에게 발생되는 일들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정정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

 

0…쑥스런 고백이지만, 나는 해병대를 가고싶어 간 것은 아니었다. 대학졸업 후 사병으로 가고싶지 않아 해군장교 시험을 봤는데 해병대로 떨어졌다.

당시엔 해군·해병대가 통합됐을 때였다. 이공계는 주로 해군, 인문계는 해병대로 배치됐다.

갯뻘을 뒹구는 지옥같은 훈련을 거쳐 임관 후엔 전차 소대장, 해안포 소대장을 거쳐 장군실 전속부관으로 발령났다. 부관은 비서관 역할을 한다.

 

0…이런 군 경력으로 나는 병사들 세계와 장군들 세계를 둘 다 알고 있다.

특히 사단장 부관 역할을 하면서 그 분께 배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분은 부하들에겐 한없이 자상하면서도 작전을 전개할 땐 무서운 호랑이로 변했다.

말술을 마시고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고 매사에 치밀했다. 어떤 상황도 두려워않는 배짱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별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나의 후배(장교)이기도 한 박정훈 대령 사건 과정에서 사령관과 사단장 등 고위 간부들이 보여준 행동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박 대령이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사실을 뻔히 알텐데도, 자리에 연연해 말을 바꾸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해병대가 왜 이렇게 됐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부하를 보호하기 위해선 자기 목숨도 서슴없이 내놓는 것이 해병대 혼(魂)이거늘!

그 ‘윗선’이란게 누구인지 몰라도, 그런 부당한 지시엔 즉각 들이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긴, 군대도 안 갔다온 사람이 국군통수권자라는 사실 자체가 넌센스다) 

 

0…’군대중의 군대’인 해병대. 강한 군이기에 전역 후에도 해병대원들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거리에서 다투다가도 해병이란 얘기만 나오면 경례를 하고 만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이처럼 단순 명쾌한 우정이 어디 있는가. 여기에 물불 가리지 않는 봉사활동은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편한 것만을 추구하고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고생의 대명사인 해병대가 오히려 폭발적 인기를 끄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0…대한민국 최강 군대 해병대. 하지만 창설 94년 만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해병대의 사기가 흔들리면 큰일인데 말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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