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wlee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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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의사

-사람세상은 ‘관계’에서 비롯

-따스한 말 한마디 더없이 소중

 

*다음은 7년 전에 쓴 글(2016년 9월 30일)을 다소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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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의 주요 관심사는 이빨이다. 이가 부실해 치과를 전전하고 있다. 그동안 즐겨먹던 삼겹살도 마음껏 먹을 수가 없어 답답하다.

 나는 평소에도 식사 속도가 느린 편인데 불편한 이로 조심해서 밥을 먹자니 다른 사람 눈치까지 살피게 됐다. 남들은 다 먹었는데 나만 혼자 오물거리고 있으면 왠지 미안해서 슬그머니 숟가락을 놓게 된다.

0. 요즘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치아는 건강하냐’고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지인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며 “치아는 좋으십니까”하고 묻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열명 중 일곱, 여덟 명이 어떤 형태로든 이 때문에 고생을 했거나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 바로 이럴 때 하는 말이 아닌가 한다. 동네에 웬 치과가 그리 많은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치아로 불편을 겪으면서 짜증도 나지만 이젠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즉, 이참에 소식(小食)하는 습관으로 바꾸고 육식(肉食)도 줄이기로 했다. 불편한 치아로 인해 얻은 교훈이다.

 0…최근엔 틀니(denture)를 지탱하고 있는 송곳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3년 전에 틀니를 해넣은 그 치과를 다시 찾았다.

 사실, 그 치과의사는 이래저래 안면이 있어서 이왕이면 아는 의사에게 가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간 것이다.

 그런데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무척 사무적이어서(3년 전에도 그랬지만) 마음 속으로 저으기 실망을 안겨줬다.

 내딴에는 개인적인 인사말이라도 건넬 줄 알았는데 그는 오직 이빨에 관해 딱 할 말만 했다. “이 이는 상한 것 같으니 뽑아야 하고… 이쪽 이빨도 썩고 있네요…”

0…“그러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임플랜트를 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죠?” 하고 물었더니 그는 ‘3개 하려면 1만불 정도 듭니다’라고 건조한 음성으로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어느날에  흔들리는 이를 빼러 오라고 했다. 그것이 그날 행한 진료의 모든 것이었다. 걸린 시간은 대략 5분.  그 자리에서 다른 말을 붙여봤자 더 이상 친절한 답변은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진료실을 나오니 젊은 리셉셔니스트 역시 무미건조한 태도로 “오늘은 30불만 내세요”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럴 때도 돈을 내는가 하며 지갑을 열면서도 기분은 유쾌하지가 않았다.

 3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날 그 치과의사가 나에게 보인 인간적인 배려는 전혀 없었다.

0…치과 문을 나서면서 애당초 의사에게 그런 인간적인 면을 기대하고 간 내가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의사가 기술만 좋으면 됐지 무엇을 더 바라는가 말이다.

 다음날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의 상황을 말했더니 친구 하나가 어느 치과의사를 소개했다. 그는 환자를 차분하고 편안하게 대해주며 진료비도 저렴하게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며칠 후에도 어느 모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만난 사람 중 여러 명이 이구동성으로 그 치과의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아니, 토론토에만 수십 명의 한인 치과의사가 개업중인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특정인을 추천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0…나는 마음 먹고 그 의사를 찾아가기로 했고 사흘 뒤 그를 만났다.

 평범하게 생긴 젊은 의사는 내가 다니던 치과의사와 비슷한 말을 했다. ‘흔들리는 이는 뽑고, 썩은 이는 치료하고…'

 다만 차이점이라면 환자를 대하는 태도였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앞으로의 진료일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데 왠지 신뢰감이 갔다. 그날은 진료비도 받지 않았다.

0…그 치과를 나서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대하는 모든 직업인은 전문지식이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의사의 경우 실력과 기술은 물론이지만, 거기에 따스한 인간미까지 갖춘 사람을 환자들은 더 신뢰한다.

 이왕이면 “정성껏 잘 치료하면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따스하게 한마디 해주는 의사를  더 믿고 몸을 맡기게 될 터이다.

 의사도 그렇고, 변호사, 회계사도 그렇다. 이왕이면 인간적으로 자상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찾게 된다. 고객을 대하는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한번쯤 새겨 두어야 할 것이다.      

0…개중에는 힘들고 어렵게 공부해서 전문직 자격증을 따다 보니 이를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금전적으로 너무 집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개 어려운 일로 전문직종을 찾는 고객 입장에서는 따스하고 인간미 흐르는 성품에 수가(酬價)도 합리적으로 받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력도 있고 사람도 좋다고 입소문이 나야 찾게 되는 것이다.

0…인간세상은 모든 것이 ‘관계’(rapport)에서 비롯된다. 특히 정(情)이 많은 한국인들은 더 그렇다.

 가령,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이왕이면 종업원이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곳을 더 찾게 된다. 물론 음식 맛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좀 더 인간적인 곳을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0…모든 비즈니스가 마찬가지다. 식당, 부동산중개인, 여행사, 치과의사, 한의사…

 손님을 대할 때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가 소중한 입소문으로 퍼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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