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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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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게토- 수십 년을 살고도 여전히 이방인

 

-‘우리끼리’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이탈리아 베니스의 유대인 집단거주지역(ghetto)

 

 이민 연조(年條)가 길어질수록 나는 코리안 게토(Korean Ghetto)에 갇혀 살고 있는 느낌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기가 한국인지 캐나다인지 구분이 안 가는, 거의 100% 한국 스타일의 생활을 하고 있다. 뉴스 체크도 한국 기사부터 눈길이 간다.

 

 이러다 보니 23년째 영어를 쓰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내가 참 한심스러울 때가 많다. 현지인과 유창하게 영어로 소통을 하는가, 편지나 이메일을 능숙하게 쓰는가, 긴급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줄을 아는가, 물건값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해 흥정이라도 제대로 할 줄 아는가.

 

0…게토(ghetto)는 소수인종이나 소수민족 또는 소수 종교집단이 격리돼 거주하는 도시 안의 한 구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1516년 이탈리아 베니스 시 당국은 시내에 유대인들이 모여서 살도록 구역을 건설했는데 게토라는 이탈리아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유대인 집단학살이 묵인되고 유대회당들이 파괴되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콘스탄티노플에는 서부 유럽의 도시들보다 한참 전에 게토가 있었다. 나치 독일이 만든 유대인 강제수용소, 미국에서 흑인 등이 모여 사는 지역이 게토에 속한다. 이들 지역은 주로 빈민가를 형성하며 사회, 경제적으로 궁핍하다.

 

 미국 한인 이민사에서는 게토화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게토화된 흑인들은 그 안에 섞여 사는 한국인(주로 야채가게나 세탁소, 담배가게 주인 등)을 보트피플(베트남에서 넘어온 불법이민자들)로 오해해 인종차별적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0…역사로만 알고 지내던 게토. 지금 바로 내가 갇혀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몸은 20년 이상 이국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과 생각은 언제나 고향과 조국에 가 있다. 말로는 “그 아수라장 같은 한국땅 잘 떠나왔다” 하면서도 밤만 되면 한국의 그리운 고향풍경과 옛 노래 들으며 혼자서 눈물을 글썽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캐네디언도 한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인… 한식당에 가서 ‘아무거나’를 시키는데 익숙하다 보니 어쩌다 현지 레스토랑에 가도 먹고싶은 음식 주문도 당당하게 못하고 옆사람 눈치를 보기 일쑤다.

 

 그렇다고 캐나다의 실정을 제대로 아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때론 누군가가 분명히 나를 우습게 보는 것 같은데 말싸움이라도 제대로 할 줄 아는가.

 

0…캐네디언(백인) 친구도 없다. 현지인 가정집에 초대받아 가본 적도 별로 없다. 이러고도 내가 과연 캐나다 시민(Canadian Citizen)이라 할 수 있는가.

 

 지금 와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점이 참 많다. 왜 영어를 파고들지 않았는가. 친한 캐네디언 친구도 사귀지 못했는가. 

 

 이는 비단 나만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많은 한인들이 여전히 ‘서울사람, 한국인, 코리안’으로 머물러 있다. 몸은 캐나다에 있는데 마음은 태평양 건너에 가 있다. 한국엘 가면 ‘캐나다 촌놈’, 이쪽에선 떠돌이 이방인. 이래서 우리는 한 마리의 처량한 박쥐(Sad & Poor Bat)인지도 모른다.

 

 누구든 자기가 살아온 삶을 뒤늦게야 후회하는 것은 버스 지나간 후 손흔드는 격이다(It'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 하지만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이젠 늦었다'라고 여겨질 때가 바로 기회가 아닐지.

 

0…나는 가능한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완전히 까막눈 신세가 될 것 같아서다. 소셜미디어 사이트에도 기사 말미에 꼭 현지 영어 원문 기사 링크를 걸어준다. 동포들이 자세한 내용은 영어로 읽어 보시라는 뜻이다.     

 

 한국의 정치바람에 휘말려 이곳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을 보면 참 한심하다. 이번 달에도 한국에서 무슨 목사란 사람이 오는 모양이다. 일부에선 벌써 광고를 올리고 분위기를 잡고 있다. 이래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한국의 정권도 바뀌었고 저들이 그토록 저주하는 종북좌파 시대도 지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새 정부가 잘 하도록 조용히 성원하면 되지 왜 해외 동포사회에 와서 목소리를 높이려 하는가.

 

 이런 행동이 외로운 타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무슨 도움을 주겠나. 이를 계기로 동포사회는 또 혼란과 분열이 조성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0…제발 이런 일 좀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자. 아무 죄지은 것도 없는데 경찰 앞에서 한마디 설명도 못하는 치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제발 영어 좀 익히자. 이게 안되면 우리는 영원히 2등 시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국은 세계 일류로 달리고 있는데 우리 이민자들은 언제까지 2류 시민으로 살아갈 것인가. 제발 올해는 ‘코리안 게토’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자. 

 나이 먹었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나이는 생각할 나름이다.

 

 미국의 사업가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먼(Samuel Ullman: 1840~1924)이 78세에 지은 시 ‘청춘’(靑春)(Youth) 중에 이런 말이 있다.

 

 “7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우체국이 있다./ 영감이 끊기고 비탄의 얼음에 갇혀질 때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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