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년 4월 27일. 한 시간여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캐나나스키 빌리지 호텔. 초춘의 양광이 귀밑 머리털을 흔드는 로키의 봄 시샘의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호텔에서 5백 미터를 걸으면 로키산 정상을 오를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 언제나 이 trail 오솔길을 따라 한 50분을 걸으면 지쳐서 걷는 운동도 에너지가 소모되어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 2시간, 3시간을 걸어서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의 능력은 여기서 멈추게 된다.
왔던 길 뒤돌아 호텔 쪽을 향해 걸으면 오른쪽 5부 능선의 산야 밑에는 계곡에 눈이 녹아 내린 청수가 흘러내리고 그 계곡물 따라 캐나나스키 골프 코스가 펼쳐진다. 머지않아 세계에서 이 캐나나스키 골프장을 찾아오는 골퍼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골프코스를 관망하는 길 옆에는 행락객이 앉아 눈 쌓인 좌우준령의 로키산을 관망한다. 벤치에 앉아 경사 60도 밑의 골프코스를 마주한 산야, 거기에 머지않아 야생화가 피어나리라, 이름 모를 새들도 하늘 높이 날고, 산양이 벗을 하자며 나를 맞이하리라.
나는 야생화를 장미꽃보다 좋아한다. 장미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기에 먼저 꺾어가는 사람들이 임자이고, 또 장미꽃은 꽃병에서 시들어서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러나 야생화는 봄, 여름, 가을에 나뿐이 아니고 모든 행락객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가상의 ‘어느 영혼의 편지’를 회상해 본 것이다. 벌써 10수년 전의 이름도 모르고 한번도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주고 받은 대화이다. <모윤숙>의 <렌의 애가>를 연상하는 대화 참 아름답고 순수하다.
<렌의 애가>의 속설의 내용인즉 시인 모윤숙이 <춘원 이광수>를 연모하며 썼다는 렌의 애가가 아닌가. 이 글도 나의 영감 즉 모윤숙이 춘원 이광수를 연모하는 마음 못지 않은 순애가 깃들어있기에 간단히 나열해 본다.
선생님 선생님은 저의 마음의 영원한 우상입니다. 선생님을 처음 어떤 회의장에서 먼 좌석의 한편에서 만났을 때 제가 꿈속에 그리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이 신문에 발표되면 그 글을 몇 번을 읽었고 신문에 기사화된 사진을 베개 밑에 깔고 선생님을 그리며 잠을 청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과 저와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이기에 혼자만 연모를 하는 것으로 기쁨의 느낌으로 만족을 찾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습니다.
행여 제가 선생님보다 일찍 눈을 감으면 캐나나스키 골프장이 보이는 빌리지 호텔 행락객이 쉬어가는 그 경사진 곳에 저의 재를 뿌리게 될 것입니다. 어쩌다 여기를 찾으면 제가 이 곳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며 이생에서 연모하던 마음이 들꽃으로 피어나 선생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봄, 여름, 가을 이 짧은 북극에서 몇 번을 이곳을 찾을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야생화로 피어난 저를 맞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에 선생님이란 그 분이 이 야생화 꽃 그 영혼의 편지를 받은 감사함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써서 보냈다 한다. 시 작품의 제목은 <영의 부표>였으며 여기에 그 시 전문을 발표해 본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 밤 낮 가리지 않고 떠도는 디아스포라 DIASPORA// 내 몸 속에 잠들었다가// 훨훨 정처없이 날아가는 망령이 아니었던가// 저희들끼리 그리고 사랑하는// 영혼과 영혼 간의 끝 없는 하이애나들의 싸움이련가// 뒷골목 빈 화장터에서// 하늘 공원에 부표처럼 배회하는 혼령// 어느 누구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고// 유랑하는 영혼들의 끝나지 않는 사랑// 그 부표 위에 배회하는 혼돈의 파노라마// 흙의 노래에 갈 길을 잃고 있는// 낭인들의 독백이어라//
이 시 작품을 받은 그 렌의 애가를 노래하던 영혼은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저의 연모가 선생님의 마음에 상처로 남을까 이제 선생님에 대한 저의 연모의 정도 막을 내려야 될 것 같습니다. 두 번 다시 선생님의 마음에 부담을 남기지 않고자 저는 조용히 선생님의 곁을 떠나 갑니다. 앞으로 제가 이승에서 얼마나 더 존재할지 알 수 없습니다. 몸은 암이란 중병의 시한부 삶에 시달리기에 언제 이승의 생존이 막을 내릴지 모릅니다.
제가 선생님을 연모했던 정을 상기하면서 가끔 이 캐나나스키 빌리지를 찾으면 여름 한 철 들꽃을 저를 보는 양 보시고 긴 겨울 눈보라 휘날리면 눈꽃이 되어 선생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안녕 선생님. 건승을 하시며 후학들을 위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영원히 지속하기 위한 선생님의 생존의 사명감, 우리 글 우리 말을 전수함에 능력껏 계속 노력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 상상의 영혼의 편지가 재미가 있지 않나요. 저 혼자 캐나나스키 빌리지가 너무 아름답고 그 곳에 피어난 야생화 꽃이 너무 아름다워 단편소설 같은 인생길을 써 보았습니다. 코비드가 창궐할 때에는 거의 매주 이 곳 빌리지 호텔 식당에서 피자와 적색 와인 한 잔 꺾고 <롱뷰>를 거처 <불랙다이아몬드>를 거처 <오크톡스>를 지나 집에 도착하면 하루 해가 저물어 갔답니다. 인생살이 산수를 넘어 살아보니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상념이 이런 글도 써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특히 빌리지 호텔에서 long view를 가는 고속도로에는 좌우 웅장한 로키산맥이 “나 여기에 있다”며 순박한 가슴을 펼쳐 보임은 18세의 티 없는 처녀가 가슴을 열어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어 음미하는 맛은 계절 따라 새로운 느낌을 준답니다.
산양의 무리, 노루 떼들이 손짓을 하는 모습은 이 곳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Long view에서 Black Diamond로 가는 길에서는 조국의 농촌 풍경 같은 전원이 펼쳐지니 조국강산의 산야를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불랙다이아몬드에서 오크톡스 가는 고속도로 옆에는 시눅이란 벌꿀 농장이 있습니다. 이 벌꿀 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생산품으로 만든 숩, 사라다, 샌드위치 등의 먹거리와 곁들인 벌꿀로 만든 와인을 마시면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다시 한번 음미케 될 것입니다. 독자님들 이 드라이브 길 한번 가보시라고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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