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여인 (A Woman in Berlin)' (2)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X)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

강간과 약탈은 국가 전체를 흔드는 전략

 

 

   (지난 호에 이어)

드디어 지휘관인 안드레이 리브킨 소령(유제니 시디킨)을 찾아간 A는 "어제 당신 군인들이 아파트를 급습해 강간을 당했다"고 하자 "들은 바 없다"고 말하는 안드레이. "도우는 게 당신의 의무"라고 말하는 여인. "누구를 도우는 거냐?"고 묻는 소령에게 "그 여인은 바로 자기!"라고 말하는 A.[註: 치오치아라의 '마로크키나테(Marocchinate)' 사건과 같이 지휘관으로서 성폭력을 묵인했지 싶다. 여인은 더 이상의 강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방패막이가 되어 줄 것을 제안한 것이다.]

   어느 날 아나톨 대위(로만 그리브코프)에게 아파트 난간에 있는 폭발물을 치워줄 수 있느냐고 묻는 여인. 그는 독일어로 "당신과 나, 오늘 밤!"이라고 말하자 이에 응하는 여인 ― "당신과 나. 그것 간단하지. 그 순간 맹세했다. 그들 외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뭐든 상관없다."

   어느 날 안드레이 소령이 A가 머물고 있는 일제 호흐(울리케 크룸비겔), 프리드리히 호흐(롤프 카니에스) 부부가 사는 아파트를 방문한다. 수소문해서 찾았단다. 사령관은 없고 안드레이 소령이 대대장을 맡고 있단다.

   대대장의 당번병으로 몽골인이라고 조롱받는 병사(빅토르 잘사노프, 부랴티아 Buryatia 공화국 출신 배우. 부랴티아는 남쪽으로 몽골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 동쪽에 위치한 러시아 연방국)는 여군인 마샤(알렉산드라 쿠릴코바)까지 업수이 여긴다. 마샤는 안드레이 소령을 자기가 책임진다고 말한다. 아마 짝사랑을 하는 모양이다.

   느닷없이 아파트에 있는 안드레이를 찾아온 마샤는 A를 보고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질투심이 났는지 그에게 주려고 갖고 온 비누를 목욕탕에 냅다 내던지고 "베를린은 우리 꺼야!"라고 내뱉곤 뛰쳐 나간다.

   욕실을 나온 A가 침대에 가서 옷을 벗지만 안드레이는 그냥 밖으로 나간다.

 

 

내레이션: "강간은 계속됐다. 그들은 모든 곳 모든 집에 있었다. 우리는 러시아다. 그들에게 봉사하는… 그리고 여성들은 침묵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를 원하는 남자는 다신 없을 것이다. 불쌍한 독일…"

   러시아군이 고함을 지른다. "베를린은 거대한 창녀촌이야! 이것 봐! 전부 갖고 있어! 보석, 돈, 집! 그런데 전쟁을 일으켜? 나쁜놈들!" [註: 여기서 '창녀촌'이라는 말 속에는 '전리품'으로서 '강간할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창녀를 강간하면 무죄'라는 남성우월적 의식이 깔려있다.]

   내레이션: 그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가끔 무엇이든 버텨야 했다. 몸은 굴복하지만 마음은 굴복하지 않는다. 난 잘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러시안은 좋아지고 있다.

   밤에 아나톨이 아파트로 찾아온다. 아나톨은 집시출신이다. 자기 좋을 대로 왔다가 가버린다. 분명 보호자는 아니다. 잘못된 선택이지만 그를 웃음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A.

   한편 다락방에 숨어있는 독일패잔병(제바스티안 우르젠도브스키)이 묻는다. "총통이 우리를 포기했다고 생각해?" 피난민 애인(안네 카니스)이 "아니 절대로!"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그 독일병은 권총을 차고 음식을 구해오겠다며 어디론가 나서는데….

 

 

   이즈음 한 미망인(아이알엠 헤르만)이 강간 당한 얘기를 한다. 우크라이나 여자 것은 이만큼 큰데 내 것은 쬐끄만 하다고 칭찬했다고 말해 일행이 박장대소를 한다. 하지만 입냄새가 나더라고 말하는데 문노크 소리가 들린다. 안드레이 소령이 찾아온 것이다. 몽골인이 베이컨, 소시지, 설탕 등 음식물을 잔뜩 갖고 왔다.

   내레이션: 다음날 아침, 근처의 전투는 격렬했고 소령은 부하들과 함께 왔다. 미망인은 고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꿀벌처럼 활기찼다. 우리의 국민돌격대는 투항 준비를 했다. 정말 기쁘다. 하지만 모두는 아니다.

   호흐 부부집에서 안드레이를 비롯한 러시아군들이 전투에서 독일군을 무찌른 이야기를 하며 병사, 장교 모두들 겁먹고 도망쳤다고 하자 그 중 한 젊은 장교가 이건 주인에게 모욕을 주는 무례한 언사라고 나무란다.

   다른 한 명이 코카서스 산맥에 대해 얘기하며 "태양, 산, 푸른 하늘, 아름다운 춤과 여성! 포도같이 달콤하죠!"라고 자랑하자 A는 "푸쉬킨이 그곳으로 망명했죠."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 러시아군은 푸쉬킨 스타일이라며 노래를 부르고 자기는 아내와 아이들을 원한단다.

 

 

   안드레이가 여인에게 파시즘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파쇼에서 유래, 고대 로마의 막대기 묶음 결속을 뜻한다"고 대답하자 "우리 안주인은 현명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군인들. 미망인이 독일인과 러시아인의 우정을 위해 잔을 들고 건배를 제의하는데….

   이때 바깥에서 무장한 독일군이 음식물을 훔쳐갔다며 무고한 시민을 폭행하는 부하를 안드레이가 흠씬 두들겨팬다. 몽골인 당번병이 달려가 상관을 말리지만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A가 일행에게 살짝 말한다. 저들이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그때 안드레이가 갑자기 여인에게 키스를 하며 으스러지게 포옹하는데…

   A가 독일패잔병이 숨어있는 다락에 올라가 얼른 자리를 피하라고 말하자 독일패잔병은 시베리아로 가긴 싫다고 말하는데…. 안드레이 소령이 누구든 숨겨준 자는 총살형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몽골병이 몽골 특유의 창법으로 노래한다. [註: '흐미 또는 회메이(Khoomei)', 일명 '쓰로트 싱잉(throat-singing)'이라는 창법이다. 숨을 길게 내쉬면서 성대를 울려 입술 모양을 통해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몽골인의 독특한 기교의 전통 창법으로 마치 'Jew's Harp' 연주처럼 들린다.]

   내레이션: 며칠 동안 소령이 왔다 갔다. 모두의 보호를 의미하는 것이다. 양초, 담배 그리고 많은 선물을 주었다. 어떤 미망인은 얼른 찬장에 숨겨두었다.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많은 러시아 남자들은 산타 클로스를 좋아한다. 왜 우리 여자들은 막을까? 소령은 유창하게 러시아어로 말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보다 많이 말해주었다. 그의 은행 계좌, 부모, 형제의 이름도. 전쟁은 격렬했다. 우리 남자들이 시베리아로 추방되는 동안에도 많은 여성들은 보호자를 찾았으나 남겨진 여인들을 위해 침묵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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