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Two Women)' (3)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I)


두 모녀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양면성 묘사,

연기자 소피아 로렌의 진면목 보여준 작품



(지난 호에 이어)   
그 후 한동안 보이지 않던 미켈레가 어느 날 나타나 체시라의 뒤를 밟는다. 별 대화 없이 나란히 걷던 둘은 독일군을 피해 마을 부호집으로 찾아가는데 거기서 예기치 않은 독일군 중위와 맞닥뜨린다. 뭐 하느냐고 묻는 중위의 물음에 막 대학을 졸업했다고 대답하는 미켈레. 전공은? 문학이라고 답하자 중위는 로마에서 철학을 전공했다고 말한다. 
   이에 비위를 맞추려고 부호영감이 "그러면 이탈리아인들이 철학을 싫어하는 이유도 당연히 아시겠군요?"라고 거든다. 중위는 엉뚱하게도 "당신 같은 계층은 진수성찬이지만 농부들은 먹을 것도 없다"며 따지자 "보통은 이렇게 안 먹어요. 이건 중위님을 위한 특별한 점심이지요"라며 쩔쩔매는 부호영감님이 "그들이 그렇게 사는 건 그들의 선택이에요"라고 강변하자 "이탈리아의 지도계층인 당신들의 잘못"이라며 "점심 한끼 먹이고 내 입을 다물게 하려는 거요? 난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소"라며 격앙되어 소리치는 독일군 중위.

 

 

   이때 부엌에서 부호마님과 함께 있던 체시라가 이 고함소리를 듣고 뜨끔해 하는데 부호마님이 말한다. "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야 해. 토요일마다 식사하러 오거든" "저라면 수프에 독약을 넣겠어요"라고 말하는 체시라. 
   딸에게 줄 음식을 싸가도 괜찮다는 호의에 체시라는 설탕, 밀가루 등 닥치는 대로 바구니에 싸 담는데. 이때 칸초네 노랫소리가 들린다. 중위가 부호영감에게 노래를 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마님 할머니.
   이때 부호마님이 깜빡했다며 커피를 갈아달라고 부탁하자 커피를 갈며 노랫소리가 들리는 거실로 가보는 체시라. 담배 연기가 자욱한 거실에서 영감이 노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중위와 미켈레의 대화가 이어진다.    
   중위: 당신들은 선천적으로 전쟁을 좋아하지. 전쟁은 남자의 필수경험이죠. 전쟁 없이는 남자도 없어요.
   미켈레: 차라리 거세를 하겠어요.  
   중위: 역시 이탈리아인답게 감상적이군요. 오늘도 독일의 소중한 병사들은 당신들 대신 피를 흘리고 있어요.
   미켈레: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당신들은 출발부터 잘못됐어요.
   중위: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시오. 냉철한 머리로! 당신과 이탈리아 사람들은 패배를 해야 정신을 차릴 거요. 당신들 자식들도 피눈물로 그 대가를 치를 거요!

 

 

   독일군 중위가 점점 핏대를 올리자 이를 엿듣던 체시라가 불쑥 나타나 "애들이 무슨 상관이에요? 어서 말해봐요!"라며 "여기 오다가 당신들 때문에 미친 여자를 봤어요. 어디 나한테도 한번 해봐요"라고 삿대질을 하며 대들자 부호영감이 "여자 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리는데 그때 공습사이렌이 울려 모두들 방공호로 대피한다. 
   체시라가 두고 온 바구니를 챙기러 부엌으로 갔다 오니 무시무시한 공습이 이어지고, 경황(驚惶) 중에 안경도 쓰지 못해 앞이 보이지 않는 미켈레를 이끌고 나오다 둘은 풀밭에 쓰러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풀잎에 예쁜 무당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다. 체시라의 몸을 안고 쓰러진 미켈레는 은연중에 그녀를 더듬고 키스를 한다. 경보 해제 사이렌이 울리자 방공호에서 나오던 부호 부부가 이 광경을 목격한다. 그때서야 안경을 찾아 쓰는 미켈레. 쏟아진 밀가루를 말없이 주워담는 두 사람.
   그러나 이만한 평화마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독일군 패잔병 6명이 마을에 들어와 총으로 위협하며 물과 먹을 것을 요구하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길잡이를 요청한다. 마을사람들이 이를 구경하기 위해 다 모였는데 결국 가장 젊은 미켈레가 험악한 산악지대의 길잡이로 잡혀가게 된다.

 

 

  •한편 연합군의 진격이 시작되고 무솔리니와 독일군의 패망이 가까워지면서 식료품 부족과 더 잦은 폭격 등으로 이 시골이 도시보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님을 깨달은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옛 거처로 복귀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미켈레의 부모도 여기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할지 망설이다가 그들과 합류한다.
   가는 길에서 미군 탱크부대를 만난 사람들은 군인들이 던져주는 껌과 초콜릿 등을 챙기기에 바쁘다. 마치 우리 6•25전쟁 때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탱크 위에 있던 사진사가 체시라를 보고 "다리를 보여주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자 "네 누이 다리나 찍어라!"며 야유하는 사이에 독일 전투기 한 대가 아군들에게 사격을 가하면서 바로 코앞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독일 전투기가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자 사람들은 폰디로 가는 것도 위험하다며 미군이 더 진군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미켈레 부모는 아들을 찾으러 그래도 폰디로 가겠다고 하고, 체시라는 미켈레를 보러 폰디로 가려고 하는 딸 로세타를 끌다시피 하여 모녀는 로마로 향하는데….

 

 

   뙤약볕 길가에서 모녀가 잠깐 쉬며 싸온 빵을 먹고 있는데 머리에 터번을 두른 무장군인들이 탄 트럭행렬이 지나간다. 그냥 지나간 것으로 보아 연합군인 것 같은데… 암튼 모녀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성당에 들어가 벤치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 쉰다.
   그런데 그 사이에 갑자기 들이닥친 프랑스 식민지 군대인 모로코 군인들에 의해 집단 강간을 당할 줄이야! 엄마는 금쪽같은 딸의 이름을 부르짖지만… 이때 신성함과 숭고함의 상징인 교회의 성모상 앞에서 윤간 당하는 로세타의 얼굴을 클로스업된 정지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강렬한 충격을 준다.[註: 그런데 정작 이 장면은 당시 '성적 노출 금지' 규정에 대한 무언(無言)의 항변으로 일부러 정지화면으로 처리했다는 후문인데 아무튼 데 시카 감독은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엄마가 딸에게 다가가 부둥켜 안고 눈물로 머리를 빗겨주고 입가에 흘린 피를 닦아준다. 그러나 로세타는 이 처참한 충격으로 더 이상 순진하고 사랑스런 '소녀'가 아닌 '여자'로 바뀌었고, 어머니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모녀가 다행히(?) 친절한 젊은 트럭운전사 플로린도(레나토 살바토리)를 만나 차로 이동하게 된다. 플로린도는 "정말 모로코 놈들과 아무 일 없었냐?"고 물으며 "오늘 아침 근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어요. 내 동생을 건드렸으면 다 죽여버렸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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