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Two Women)’ (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I)
두 모녀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양면성 묘사 
연기자 소피아 로렌의 진면목 보여준 작품

 

   이번에 소개할 영화 ‘두 여인(Two Women)’은 알베르토 모라비니(Alberto Moravini, 1907~1990)의 소설 ‘La Ciociara’를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 제목은 ‘치오치아라(에서 온 여인)’이란 뜻이지만, 영어 제목은 막연한 지명보다는 주인공인 모녀(母女)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춰 ‘두 여인’으로 의역한 것 같다.
   그 내용은 물론 픽션이지만 ‘마로크키나테(Marocchinate)’라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뜻은 ‘모로코인들의 악행(Moroccans’ Deeds)’인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인 1944년 5월19일 프랑스 원정군(French Expeditionary Corps•FEC)의 외인 부대인 모로코 군인들에 의해 이탈리아 치오치아라에서 저질러진 집단 살인과 강간을 일컫는다. 
   당시 FEC 사령관인 알폰스 쥐엥(Alphonse Pierre Juin, 1888~1967) 장군이 용감하게 싸워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던 몬테 카씨노(Monte Cassino) 수도원을 탈환한 모로코인으로 구성된 외인부대에게 선심 쓰듯 “지금부터 50시간 내에는 무슨 일을 저질러도 벌하지 않을 것이며 그 이유를 묻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11~86세에 이르는 2천 명 이상의 여자들이 성폭행 당했으며(어떤 자료에는 7천 명 이상), 800명 이상의 남자들이 가족을 보호하려다 살해 당했다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지금 나폴리에서 북서쪽 100km, 로마 동남쪽 90km 떨어진 지점인 카스트로 데이 볼치(Castro dei Volsci)에 ‘치오치아라의 어머니들(Mamma Ciociara)’이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1960년 이탈리아 흑백영화. 제작 카를로 폰티, 각본 체자레 자바티니,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등 환상의 3콤비가 대본, 제작, 감독한 작품. 러닝타임 100분.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무솔리니 정권하의 혼란스럽던 이탈리아 로마. 30대의 체시라(소피아 로렌)는 남편을 잃은 뒤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13살 딸 로세타(엘레오노라 브라운)와 함께 안정된 삶을 찾아간다. 
   그러나 계속되는 연합군의 로마 공습에 시달리자 집과 가게를 남편의 옛친구 조반니(라프 발로네)에게 맡기고 딸의 안전을 위해 로마에서 약 90km 떨어져 있는 그녀의 고향인 산골마을 치오치아라로 함께 소개(疎開)한다. 
   떠나기 전날 그녀와 동침한 조반니는 그 대가로 값비싼 와인 한 병을 선물하고 역에서 그녀를 배웅한다. 

 

 

   열차로 가던 중 철로가 폭격으로 끊어져 복구에 네댓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북새통 열차 속에서 체시라의 풍만한 젖가슴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모녀는 차라리 도중 하차하여 걸어서 가기로 한다. 이때 짐가방을 머리에 이기 위해 수건으로 똬리를 만드는 모양이 우리와 똑같다. 
   열차에 타고 있던 젊은 독일군인들이 창밖으로 6개월 뒤인 성탄절이면 전쟁이 끝난다며 신발까지 벗고 맨발로 떠나는 모녀의 이 모습을 보고 ‘안녕’이라고 일제히 인사를 한다. 체시라가 “독일군들도 나쁘지만은 않네!”라고 말하자 로세타도 이에 동의한다.
   모녀는 폰디라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註: 폰디(Fondi)는 로마와 나폴리의 중간에 있는 정착지로 1950년대 후반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에는 ‘아피아 가도(Via Appia)’의 중요한 전략지점이었다.] 
   주인여자(안토넬라 델라 포르타)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전쟁 중이라서 절대 싸게는 안 된다며 은근히 얕잡아보자 젖가슴 속에서 돈뭉치를 꺼내 보이는 체시라. 주인여자는 “은행이 따로 없네!”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주인여자의 두 아들이 모녀에게 계속 눈독을 들이는데 두 명의 파시스트가 들이닥치자 급히 도망친다. 알바니아 전선에서 탈영한 두 아들을 찾는 그들에게 주인여자는 이리저리 둘러대면서 수고들 하는데 와인이나 한잔들 하고 가라며 관심을 돌리기 바쁜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편이 와인을 따르곤 무솔리니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처럼 부동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두 파시스트의 눈길이 체시라 모녀에게 닿자 주인여자는 얼른 “그리스도교인으로서 당연히 잠자리는 줘야지요”라면서 “저들은 산테우페미아(Sant’Eufemia)로 가는 길”이라고 대신 나서서 얼른 말한다.
   한 파시스트가 체시라에게 “폰디 마을에는 식량이 충분하지만 산테우페미아엔 밀가루도 부족한데 왜 거길 가느냐?”며 “식당일을 돌보며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딴죽을 건다. 체시라가 “나는 하녀가 아니라”며 거절하자 그 놈은 ‘민병대를 돕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능글맞게 로세타의 얼굴을 쓰다듬는데…. 
   체시라가 그 손을 뿌리치며 “우리가 굶어 죽든 말든 간섭 말라”며 “또 내 딸에게 손대면 죽여버리겠다”고 돌을 집어 들고 거칠게 항의한다. 이에 ‘총살감’이라며 씩씩대는 파스시트들을 주인여자가 나서서 자기가 잘 타이르겠다고 중재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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