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스테파노는 시와 소설도 쓰는 문학도이기도 하다. 인쇄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라가 일하는 세탁소가 있다. 스테파노는 마라에게 직장을 알선하여 자기 인쇄소에서 일하게 한다. 둘은 무도회장에서 춤도 추며 가까워진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고 진정한 미인은 마음도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헤어진 여자 친구는 미인이었지만 기품이 없었다"며 "당신은 나의 운명의 사람"이라고 청혼하는 스테파노.
그러나 "이제 그만 만나자"고 제의하는 마라. 왜냐하면 자기는 약혼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청혼을 거절 당한 스테파노가 "약혼자가 없었다면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었겠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는 마라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이를 거절하는 마라. [註: 스테파노 역의 마크 미셸(Marc Michel, 1932~2016)은 '부베의 연인(1963)'에서는 이와 같이 청혼이 거절 당하지만, '쉘부르의 우산(1964)'에서 파리의 보석상 롤랑 카사르 역으로 나와, 전장에 나간 연인 기이(니노 카스텔누오보)의 아이를 임신한 쥬느비에브(카트리느 드뇌브)를 책임지겠다며 청혼하여 결혼에 골인한다.ㅎㅎ]
장면은 공화정 집회장. 거기서 마라는 경찰에 체포됐다던 리돈니를 만나 1년 동안 소식이 없던 부베가 유고슬라비아에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이때 거리엔 삐라를 뿌리며 공화제에게 표를, 가리발디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註: 이탈리아는 1920년대에 들어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1883~1945)의 파시즘이 정권을 장악하였다. 무솔리니는 나치 독일과 손잡고 추축국(樞軸國)이 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벌였으나, 1945년 연합국에게 격퇴되었다. 2차 대전의 패색이 짙어지던 1943년 9월23일 파시즘 망명 정부를 세운 무솔리니는 이탈리아 사회공화국의 수립을 선포한다. 이 무렵부터 파르티잔과 피에트로 바돌리오 정부에 쫓기던 무솔리니는 1945년 춘계 이탈리아 공세에서 패한 뒤 파르티잔에게 체포되어 4월28일 처형되었다. 이탈리아 민족해방위원회의 결정으로 1946년 6월2일 이탈리아 국가형태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공화제 54.3%, 군주제 45.7%로 이탈리아 왕국은 해체되고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콜레로 가는 화물차를 얻어 타고 고향으로 간 마라는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간호한다.
마라의 내레이션: 스테파노를 생각하며 그에게 평온함을 느꼈고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베를 생각하면서도 스테파노에게 흔들리는 나… 갑자기 지금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인쇄소로 돌아온 마라. 길거리에는 공화제 승리를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져 모두 일손을 놓고 거기에 합류한다. 스테파노는 마라에 대한 생각으로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무리였다고 말한다. 마라도 당신을 잊으려고 해도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없었던 둘은 드디어 키스를 하는데….
어느 날, 리돈니와 아버지가 마라를 찾아온다. 부베가 이반과 함께 1년만에 유고 정부로부터 송환되어 국경에서 체포돼 수감돼 있다는 소식이다. 리돈니와 아버지의 설득에도 면회를 가지 않겠다던 마라는 더 이상의 인연을 끊으려고 불과 15분만 허용된 면담을 하러 가는데….
어색한 만남이다. "리돈니와 아빠가 변호사를 만났는데 재판까지 안 갈 거라고 했다"며 "가더라도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했다"고 안심시키는 마라. 하지만 울먹이며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부베. "그만 해요. 보고 있을 수가 없네요. 남자잖아요. 정신 차리고 낙심하면 안돼요. 당신 혼자가 아니에요. 친구도 변호사도 있어요. 모두 믿고 있어요. 당신을 구해줄 거라고"라며 의연하게 말하는 마라.
"내가 운 것은 절망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서야. 또 만날 수 있다니! 헤어져 있는 동안 계속 당신 생각만 했어"라며 "지금도 날 사랑하냐?"고 묻는 부베. "지금도 곁에 있어요!"라고 대답하자 이제 불안이 없어졌다며 다시 와 달라고 요청하는 부베.
한편 스테파노는 마라와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구체적이진 않았단다. 마라가 운다. "무슨 일이 있었다면 숨기지 말고 말해줘. 혼자 고민하지 말고. 힘이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스테파노의 따뜻한 말에 그를 와락 끌어 안으며 "결혼해요. 지금 당장!"이라고 말하는 마라!
마라의 내레이션: 부베를 잊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쓸쓸해 보이는 그를 보면 그냥 놔 둘 수가 없었다. 그가 무죄가 되어 나같은 건 필요로 하지 않았으면….
볼테라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된 부베의 증인으로 재판정에 가는 마라. 리돈니, 아빠 그리고 병석에 있는 부베의 어머니 대신 누나가 참석했다. 또 제지공장에서 만났던 부베의 사촌동생 아르나루도도 참석했다.
변호사가 이길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한편 죽은 남편과 아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해 치에콜라 헌병 부인이 참석해 있다.
부베와 이반이 경찰에 끌려 재판정에 나타난다. 수갑을 풀고 피고석에 앉는다. 중간 휴정 때 누나를 만나고 있는 부베에게 리돈니가 "과잉방어라 3년 이하의 형일 거래요"하고 귀뜸해 주지만 기뻐하지 않는 부베. 왜냐하면 "사면 전에 자수했더라면 지금쯤 자유롭게… 멤모랑 친구들은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않았어. 도망가면 불리하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도."라고 원망하기 때문이다.
리돈니가 마라에게 말한다. "파르티잔이었던 것을 평가받게 하고 싶지만 이 재판소에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법률로써 억지로 결말을 내려 하고 있어요."라고.
그런데 증언대에 선 마라가 가슴이 떨려 아무 말도 못하고 퇴석 당한다. 다만 자리로 돌아가다가 부베에게 키스를 하다 제지 당할 뿐, 아버지는 중형이 내리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한편 그때까지 극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테타노를 만난 마라는 "부베의 재판에 가느라고 약속을 지키기 못했다"며 "만나는 건 이게 마지막이며 이번엔 진심이에요."라고 단호히 말하는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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