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 (2)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지난 호에 이어)

그로부터 1년 후인 겨울, 우편배달이 가능하게 되자 매주 부베의 편지가 끊이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지만 정작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다.
어느 날 부베가 느닷없이 찾아온다. 피렌체 근처인 '산 도나토'로 이사한다며 친구들과 같이 운송회사를 시작할 거란다. 먼저 '콜레'에 갔다가 그 다음 피렌체로 갈 예정인데 일단 아버님을 만나고 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항상 시간이 없다며 자기 생각만 하는 남자에게 더 이상 상대하기 싫은 마라가 잘 가라는 인사를 하자 부베는 두말 없이 '챠우(ciao)'하며 떠나가는데…
저만치 가다가 되돌아온 부베는 "당분간 못 만날 지 모르니 키스해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때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되돌아오는 그를 못 본 체하는 클라우디아의 연기가 시골 처녀의 내숭을 잘 표현한 훌륭한 연기다. 다가온 부베가 가벼운 키스를 하곤 쫓기듯 사라진다.

 

 

집으로 돌아온 마라는 착잡한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어린 남동생 리도리(마리오 루피)랑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이때 아버지가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면서 약혼을 축하한다고 말한다. 당사자인 딸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부베가 좋은 청년이고, 또 파르티잔이기 때문에 승낙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부엌에서 일하고 있던 어머니는 파르티잔은 위험하기 때문에 모두 피한다며 딸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는 이 집에 얼씬도 못한다고 방방 뛰는데….
아무튼 일방적인 약혼이었다. 마라는 화가 나서 당분간 그를 잊기로 했다. 남성 지배 체제에서 여성의 자유와 선택권이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사회와 처지가 비슷한 것 같다.
어느 날 마을 무도장에서 동네 청년들과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마라. 어린 리도리가 부베가 왔다고 전갈을 한다. 부베는 자기 가족에게 소개시키기 위해 마라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 

 


아버지 및 부베와 누나 사이에서 동생 리도리가 몇 번이나 전갈을 넣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친구 릴리아나의 하이힐까지 빌려 한낮 내내 춤을 추고 해가 진 다음에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마라.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부베가 돈을 2만 리라 정도 모았다고 하자 마라는 돈도 많으면서 빈손으로 왔냐고 묻는다. 급하게 오느라 그랬다며 사업은 잘 돼 가지만 항상 비밀 파시스트인 헌병대의 치에콜라 준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그는 반(反)파시스트라면서도 벽에는 무솔리니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있다고 부연한다. 
이에 마라가 "맹인이라면 헌병은 무리네요"라며 파안대소를 한다. [註: 치에콜라(Ciecola)라는 이름을 '맹인'이라는 뜻의 '치에코(cieco)'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비롯된 농담이다.]
그런데 이제 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부베. 어제 이반과 운베르토 등 동료들과 같이 교회에 미사를 보러 갔는데 우리는 복장 때문에 신부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사실 그건 구실일 뿐이고 파르티잔은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말다툼을 하고 있는 동안 치에콜라 준위가 와서 벽에 기대고 있는 운베르토를 총을 쏴 죽여서 우린 즉시 그를 보복, 살해했다.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시체를 보고 소리치기 시작했는데 내 총을 보고 미친 듯이 도망쳐서 민가로 들어가길래 따라가서 숨통을 끊어버렸단다. 그러니까 헌병 부자(父子)를 살해한 것이었다. 

 

 

마라를 데리고 가는 길에 콜레에 들른다. 시골 마을과는 다른 도시 풍경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마라는 노점상에서 구두를 사려고 한다. 하이힐을 신고 싶어하는 마라에게 정식 구두방에 들러 1,200리라의 비싼 뱀가죽 신발을 사주는 부베. 마라는 또 핸드백도 사달라고 조르는데 다음에 볼테라에서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약혼 기념 선물인 셈이다. [註: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에 있는 콜레(Colle)는 피렌체에서 남서쪽으로 약 53km, 산 도나토(San Donato)에서 남서쪽으로 약 23km 떨어진 '콜레 디 발델사(Colle di Val d'Elsa)'로 '엘사 계곡의 언덕'이란 뜻이다. 지금은 세계 크리스탈 유리제품의 15%를 생산하는 도시로 발전했다. 역시 토스카나 주에 있는 볼테라(Volterra)는 요새화된 산 정상에 있는 중세도시로 '붉은 성벽도시(Walls of Volterra)'라 불리며 3세기 로마 시대의 극장, 목욕탕 등의 유적이 보존된 곳이다.]
레스토랑에 가본 적이 없는 마라. 아직 시간이 일러 그동안 술이나 한 잔 마시자며 카페로 가는 중에 머리방을 본 마라는 촌스러운 머리를 손질하고 싶어하지만 그대로가 좋다는 부베. 처음 사 먹어보는 빵을 술과 함께 마시고 있는데, 자기를 너무 잘 아는 사제가 입구에서 서성이자 급히 고개를 돌려 마라를 쳐다보며 딴전을 부리는 부베. 
이제 레스토랑으로 간다. 거기서 해방위원회의 멤버인 멤모(루치아노 마링골라)를 만나는 부베. 부베는 볼테라의 사정을 묻고 멤모는 산 도나토의 사정을 묻는다. 마라가 부베는 돌아가면 형무소에 가야 한다고 어린애처럼 말한다. 멤모가 당분간 볼테라에 숨어있으라고 충고한다.
잠깐 화장실에 간 마라는 뱀가죽 신발을 벗어 거울에 비춰보며 흐뭇해 하고는, 자리에 돌아오니 이미 스파게티를 주문한 후였다. 기다릴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부베.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노숙을 한 다음날, 히치하이크를 해서 가려는데 마침 버스가 온다. 승객 중의 한 여인이 부베를 알아보고 파시스트 사제가 있다며 얼른 타라고 말한다. 그 여인은 자기 조카인 19살 발테니가 이 사제 때문에 살해됐다며 부베에게 복수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닌가. 
그 사제는 어제 카페에서 봤던 바로 그 사람으로 치올피 사제(피에르루이지 카토치)였다. 부베는 울부짖는 여인에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잃었다"고 말하며 진정시키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사제. 그러나 여인이 고함을 쳐서 알리는 바람에 군중들이 '모두 파시스트를 죽여라'며 사제를 따라가는데, 부베가 자기에게 맡기라며 오히려 사제를 잘 보호해서 헌병대로 데려가 넘겨준다. 
볼테라에 도착한 부베와 마라. 사제 얘기를 들은 부베의 어머니는 "아들은 콜레에서 처음으로 친절을 베풀었다"고 말한다. 마라가 혼자서 자고 싶다고 하여 자기 방을 내준 부베는 처음으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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