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I)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시골처녀의 애절한 순정 
 

 

요즈음에도 한 남자를 바라보고 10여 년을 기다리는 처녀가 있을까. 
카를로 카솔라(Carlo Cassola, 1917~1987)의 1960년 소설 '부베의 연인(La Ragazza di Bube)'을 원작으로 1963년 루이지 코멘치니 감독이 동명(同名)으로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가 있다. 내용은 한마디로 감옥에 간 애인을 변함없이 기다리는 시골 처녀의 애절한 순정을 그린 멜로 드라마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가 항복하던 시기인 1943년 독일과 연합군에 동시 점령되어 혼란을 겪던 시대를 묘사한 이탈리아 영화사의 걸작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명작이다.

 

1963년 파라마운트(이탈리아), 컨티넨털(미국) 배급 흑백영화. 미국에서는 '베보의 여인(Bebo's Girl)'이란 타이틀로 개봉. 감독 루이지 코멘치니, 출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조지 차키리스, 마크 미셸. 러닝타임 106분. 음악감독 카를로 루스티켈리가 작곡한 주제곡은 이탈리아 저명 음악가인 프랑코 페라라(Franco Ferrara, 1911~1985)가 지휘했다. 
이 영화는 살인죄로 14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약혼자 부베(Bube)를 찾아가는 열차 속 마라(Mara)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2주 간격으로 타는 기차,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여행의 길동무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 과거는 살아있다. 괴로웠지만 슬프지는 않다."

 

 

주인공 부베의 연인, 마라 역은 당시 "형사(刑事)"(Un maledetto imbroglio•1959), "가방을 든 여인"(Girl with a Sitcase•1961) 등으로 인기 절정에 있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Claudia Cardinale•86)가 열연했다. 당시 25세였다. 1960~70년대 유행하던 AA(Anouk Aimee), BB(Brigitte Bardot)와 함께 CC로 불린 그녀는 이 작품으로 이탈리아 전국 영화언론인연합에서 주최하는 나스트로 디아르젠토(은빛 리본상)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처음으로 수상했다. 
함께 한 상대역 부베는 연기, 노래, 춤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인정받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로 잘 알려진 조지 차키리스(George Chakiris•92)가 맡았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두 주인공은 아직 생존해 있다.

 

 

줄거리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말 무렵인 1944년 7월 한여름 축제일.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가난한 마을에 있는 마라의 집에 부베라는 청년이 찾아오면서 마라와 부베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마라는 동네 뭇청년들의 선호 대상으로 무척 인기가 좋지만 호락호락 하지 않다.
부베는 볼테라 출신으로 고향으로 가는 중에 자신의 동지이자 마라의 의붓오빠인 산테가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던 중 독일 나치에게 처형된 사실을 전하러 왔던 것이다. 부베의 본명은 '아르투로 카펠리니'이지만 모두 '부베'로 부른다. 
마라의 아버지(에밀리오 에스포지토)는 부베를 죽은 아들인양 대하지만 어머니(카를라 칼로)는 아들의 죽음에 놀라고 슬픈 듯 부베를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방 2개짜리 집이라 마라의 방에서 하룻밤을 신세지는 부베. 대신 마라는 친구 릴리아나(대니 패리스) 집에서 잔다. 

 

 

다음날 아침에 마라의 아버지는 "아침 식사는 수프와 와인뿐"이라며 "부자는 고기 먹고 가난뱅이는 수프만 먹는다"고 푸념하면서 "소금도 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베는 마라에게 전장에서 기념으로 가져온 낙하산 실크천을 선물로 주고 떠난다. 마라는 그 천으로 블라우스를 만들어 입겠다고 한다. 둘은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이끌린다. 
얼마 지난 후 부베가 마라의 아버지를 찾아온다. 마침 외출하고 없는 사이, 마라가 낙하산 천으로 만든 블라우스를 갈아입고 나타난다. 시골 처녀이지만 여자로서의 미적 감각은 남다른 것 같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당의 활동을 하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 마라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이실직고하는 부베. 
그러나 데리러 올 친구를 기다리다 너무 지쳐 마라의 방에서 낮잠을 자는 부베. 옆에서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키스하는 시늉을 하는 마라. 그런데 잠을 깬 부베는 3시 반이 지났다며 마침 도착한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고 그냥 떠나버린다. [註: 참 멋대가리 없다. 이후에도 파르티잔인 부베는 마라를 만날 때마다 항상 잠이 모자란 듯 기회만 되면 졸고, 번번이 뭔가에 쫓기듯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원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무뚝뚝한 성격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해 있던 시대이고 더욱이 전쟁 중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을에 부베에게서 소포가 온다. 러브 레터라 생각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마라. 하지만 편지 내용은 엉뚱하다. "직접 전해주지 못해서 유감이지만 어머니께는 소금을, 당신에게는 이 편지를 보냅니다. 당신과 또 가족들과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마라는 '바보'라고 중얼거리며 "소금은 이제 살 수 있다"고 거짓말로 편지를 써 보낸다. 다른 것보다도 자기 생각을 더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를 싫어해서 가을에는 고작 몇 통의 편지를 보냈을 뿐이었다. 
사귄 지 3개월이 흘렀다. 우편 배달이 안 되는 시기에 마우로(브루노 쉬피오니)가 특별 서비스(?)로 부베의 편지, 소포 등을 마라에게 전달해준다. 그는 마라에게 흑심을 품고 "부베의 여자를 건드릴 생각은 없어. 위험하니까"라며 추근거린다. 마라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한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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