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지난 호에 이어)
그래서 병든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고 릭을 떠났던 것이라고…. "지금은 어때?"라는 릭의 질문에 "다시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다"며 혼란스러워 "당신이 우리들을 위해 대신 생각해 달라"고 말하는 일사….
드디어 릭의 쓰라린 상처는 치유되어 그들을 돕기로 결심하는데… 이때 카를과 함께 라즐로가 예기치 않게 카페에 나타난다. 레지스탕스 회의가 경찰에게 적발돼 간신히 도망쳐 나왔던 것이다. 릭은 조용히 카를을 불러 라즐로 모르게 일사를 호텔로 배웅하도록 지시한다.
릭이 라즐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그에게 투쟁하는 이유를 묻는다. 그는 "그건 숨 쉬는 것과 같아서 숨을 멈추면 죽는 것처럼 투쟁을 포기하면 죽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라즐로는 릭의 일사에 대한 사랑을 카페에 오던 첫날부터 낌새를 알아차리고 있었다며 "우리가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 같으니까 부탁인데 나는 통행증이 필요 없으니 아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릭에게 간청한다.
이때 경찰이 들이닥쳐 라즐로를 체포해 간다. 뒷모습을 보며 릭이 중얼거린다. "드디어 운명이 작업을 시작했군!"
다음날, 르노 서장을 찾아간 릭은 벌금과 구류 정도의 죄보다 더 큰 죄명, 이를 테면 '독일병에게서 탈취한 통행증 소지죄'로 붙잡아 라즐로를 수용소로 보내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르노 서장의 의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릭은 자기와 일사가 함께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내 우정에 기대지 말게. 난 경찰이야!"라고 쐐기를 박으며 라즐로를 풀어주고, 저녁 비행기 출발 30분 전에 릭의 카페에 들르기로 약속하는 르노 서장.
그리고 릭은 '파란 앵무새' 주인 페라레를 찾아가 샘, 압둘, 카를, 사샤, 에밀 등 자기 종업원을 그대로 고용하는 조건으로 카페를 인계한다. 이때 릭이 샘에게는 이익의 25%를 배분해 주라고 하자 페라레는 "실제 10%인 줄 알지만 그대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자기 카페로 돌아오는 릭.
르노 서장이 약속대로 리스본행 비행기 출발 30분 전에 카페로 찾아오는데, 이어서 라즐로와 일사가 들어오자 르노는 릭의 사무실에 일단 몸을 숨긴다. 릭이 라즐로에게 비자를 전달하려고 하자 미리 숨어있던 르노가 나타나 "사랑이 양심을 이겼다"며 라즐로를 체포하려 한다.
이때 릭이 르노에게 권총을 겨누고 관제탑에 연락하여 리스본행 승객 두 사람을 태우라고 지시한다. 한편 이 통화를 도청하고 있던 스트라사 소령이 차를 대기시키고 경찰을 동원하라고 명령한다. 숨가쁜 위기의 순간!
공항에 도착한 일행. 릭은 통행증에 '라즐로 부부'로 쓰라고 르노에게 지시한다. 이 말을 들은 일사가 어젯밤 얘기와 다르다며 의아해 하자 릭이 타이른다. "당신은 빅터와 함께 당신이 속한 곳으로 떠나. 만일 우리 둘이 남으면 수용소로 끌려갈 건 뻔한데… 그건 사실이야!" 일사가 "날 보내려고 그러는 거죠?"라고 되묻는다.
릭이 계속해서 말한다. "아냐, 진실을 말하는 거야. 당신은 빅터의 세계에 속했고 당신은 그의 일부이고 그를 지속시키는 힘이지. 저 비행기를 떠나 보내면 아마 오늘도 내일이 아니고 지금 당장부터 평생 동안 후회하게 될 거야." "우리 관계는요?"라는 일사의 물음에 "파리의 추억으로 남겠지.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엔 잊었는데 어젯밤 되찾았어!" "당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지켜보고 있잖아!"
그리고 빅터 라즐로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 릭. "당신은 일사와의 관계를 다 안다고 말했소. 하지만 어젯밤에 일사가 나를 찾아온 일은 모를 것이오. 그녀는 통행증을 부탁하러 왔소. 그녀는 날 사랑한다고도 설득했소. 하지만 그건 오래 전 일이요. 그녀는 안 그런 척 했고 나도 묵인했소." 이 말에 빅터는 용기를 얻고 "이번엔 우리 편이 승리할 거란 걸 확신하오"라며 고마워한다.
한편 라즐로 부부를 태운 리스본행 비행기가 활주로로 진입할 무렵 스트라사가 혼자 차를 몰고 나타나 르노 서장에게 무슨 전화였냐고 묻자 르노는 '빅터 라즐로가 탄 비행기'라고 대답한다. '왜 말리지 않았냐'는 물음에 르노는 릭을 가리키며 "저 친구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엿먹은 스트라사가 관제탑에 전화를 하면서 권총을 빼드는 순간 릭이 그를 저격한다. 뒤늦게 몰려온 경찰들. 순간 릭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그러나 르노가 "스트라사 소령이 저격 당했다…. 용의자를 검거해 오라(Round up the usual suspects.)"고 지시해 릭을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구해준다.
르노가 긴장 탓으로 갈증이 나서 공항 탁자 위의 물을 마시려는데 물병에 붙어있는 '비시수(Vichy Water)'라는 레이블을 보자 바닥에 팽개치고 발로 차버린다. 비행기는 떠나고 안개 자욱한 공항을 걷는 릭과 르노.
릭이 르노에게 "자네는 나한테 1만 프랑 빚졌네." 르노의 대답 "우리 둘의 경비로 쓰지 뭐." 이때 릭이 "루이, 이것이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이야!"라고 말하면서 둘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며 프랑스 국가가 연주되면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카사블랑카'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로 평가 받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학기 시험 마지막 주에는 이 '카사블랑카'를 상영하는 전통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지막에 일사가 남편 라즐로와 옛 연인 릭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데, 당시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 내용을 금지하는 검열 기준 때문에 라즐로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잉그리드 버그만의 특허인 눈물이 흘러내리는 왼쪽 얼굴과 영롱한 푸른 눈동자의 클로스업을 통한 감정적 연기로 인해 관객은 릭을 선택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고전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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