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VI)
등장인물의 캐릭터, 인상적인 대사, 주제음악 등이 어우러져
코미디, 로맨스, 서스펜스가 완전 균형을 이룬 전설적인 명화
1941년 12월 무렵, 미국 뉴욕 출신 리처드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은 카사블랑카에 이주하여 '릭의 카페 아메리카나'라는 고급 나이트클럽 및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카페에는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독일 장교들뿐만 아니라 미국 이민을 위해 리스본으로 가는 통행증을 얻으려고 몰려든 다양한 국적과 직업의 피난민들과 소매치기, 보석거래상 등의 군상(群像)들로 항상 붐빈다.
릭의 카페 출입구에서 도어맨 압둘(댄 시무어)이 일일이 손님을 확인하며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독일인 은행가(그레고리 가예)가 오자 릭을 힐끔 쳐다보는 압둘. 릭이 고개를 가로젓자 출입을 거절 당한다. 이에 무시한다고 항의하지만 결국 쫓겨나는 은행가….
과거의 명예도 권력도 통하지 않는 곳이 카사블랑카다. 잘난 수표도 필요 없고 오로지 현금만 통하는 곳이 카사블랑카다.
'파란 앵무새' 클럽의 주인이자 릭의 친구인 페라레(시드니 그린스트리트)가 찾아와 여느 때처럼 릭에게 카페를 팔라고 종용한다. 릭이 거절하자 이젠 릭의 친구이자 클럽 피아니스트인 샘(둘리 윌슨)을 스카우트하려고 하여 릭은 직접 물어보자고 한다. 릭이 "월급을 두 배로 올려준다는데 가겠냐?"고 묻자 "그래도 여기가 좋다"고 대답하는 샘. 페라레는 겸연쩍어 하며 돌아간다.
한편 네덜란드 은행가(토벤 마이어)가 앉은 테이블에서 서브하는 웨이터 카를(S. Z. 사칼)이 "릭과 한잔 같이 할 수 있냐?"는 여자손님의 질문에 "릭은 절대 손님과 같이 마시지 않는다"고 대답한다.[註: S.Z. 사칼은 오프닝 크레디트에 S. K. Sakall로 오기되었다. 그는 실제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1939년에 독일을 탈출했지만 그의 세 누이동생은 붙잡혀 유대인수용소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이어 은행가가 "암스텔담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쭐대자 카를은 "첫 번째 은행가도 우리 카페 주방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아버지는 급사로 있다"고 익살스럽게 대꾸한다.
릭은 모든 일에 겉으로는 중립이지만 사실 1935년 제2차 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에서 에티오피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1936년 스페인 내전 때도 파시즘에 맞서서 공화정부파 편에서 싸운 경력이 있기 때문에 르노 서장으로서는 눈엣가시다. 계속 릭을 주의 깊게 살피지만 그는 사실 중립적인 입장인 릭의 친구이기도 한 묘한 캐릭터다.
릭의 카페에 난민들에게 엄청난 돈을 받고 비자를 파는 우가티(피터 로레)가 나타나 사실은 독일 병사 두 명을 살해하여 획득한 '통행증(letter of transit)'을 릭에게 잠시 맡긴다. 릭은 바쁜 중이라 공연하고 있는 샘의 피아노 위 악보철 속에 무심코 그것을 밀어넣어 두는데….
러시안 바텐더 사샤(레오니드 킨스키, 유대계 러시아인)의 바에 그가 짝사랑하는 이본느(마델리느 르보)가 술에 취해 릭을 보고 어젯밤 왜 안 왔냐, 오늘밤은 올 거냐며 횡설수설 하자 릭은 그녀를 밖으로 끌고 나와 사샤를 시켜 택시를 태워 돌려보낸다.
그때 페티오에 앉아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르노 서장이 "쯧쯧, 그렇게 여자를 다뤄서야 붙어있을 여자가 어디 있겠냐?"며 우정 어린 핀잔을 준다.
르노는 릭에게 카사블랑카에 온 이유를 묻는다. "건강 때문에 좋은 물을 찾아왔지." "물이라니? 여긴 사막 한 가운데야." "누가 잘못 가르쳐 줬군!" 이때 카지노 딜러인 에밀(마르셀 달리오)이 손님이 2만 프랑을 땄는데 줄 돈이 모자란다고 찾아온다.
릭이 금고에서 돈을 꺼내는 사이에 르노는 오늘밤 여기서 독일병 살인범을 검거할 것이며 라즐로라는 사람이 그 통행증을 찾으러 올 것이라고 일러준다. 르노가 라즐로가 이번에는 탈출하지 못할 거라고 장담하자 릭은 "남을 위해 목숨을 걸진 않는다"면서도 "만일 탈출하면 1만 프랑 내기"를 건다.
그 통행증은 카사블랑카를 떠나 나치 점령하의 유럽을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서류였다. 우가티는 실은 그날 밤 이 통행증을 라즐로에게 팔 계획이었으나 사전 정보를 입수한 르노 서장의 명령으로 붙잡히자 권총을 빼서 저항하다 사살된다. 그러나 그는 통행증의 행방에 대해서는 폭로하지 않았다.
르노 서장은 비자를 섹스와 맞바꾸는 등 낯두꺼운 부패 관료이지만 그날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나치 독일의 스트라사 소령의 환심을 사고 프랑스 경찰의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를 릭의 카페에 초청하여 다 보는 앞에서 우가티를 체포했던 것이다.
스트라사와 그의 장교들이 릭에게 정치성을 띤 질문을 하자 릭은 "술집을 경영하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대답하며 어디까지나 중립적 입장을 견지한다. 이런 릭을 르노는 "여자한테도 중립적이죠. 걱정 안 해도 될 사람"이라고 스트라사에게 말한다.
그때 체코 레지스탕스 지도자 빅터 라즐로(폴 헨레이드)와 그의 노르웨이 출신 부인 일사 란드(잉그리드 버그만)가 릭의 클럽에 나타난다. 라즐로는 우가티를 만나 통행증을 받으려고 왔으나, 보석거래상으로 위장한 레지스탕스 비밀요원인 베르거(존 퀄런, 캐나다 출신 배우)로부터 그가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실망한다.
이때 라즐로 부부를 지켜보던 르노가 프랑스인답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합석한다. 이어 스트라사가 와서 내일 10시 경찰서에 출두하라고 명령한다. 르노는 이 부부에게 '명령'이라기보다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얼버무린다.
일사가 르노에게 노래 부르는 샘에 대해 묻자 이 집 주인인 릭과 함께 파리에서 왔다고 알려준다. 그녀는 샘을 만나 릭이 어딨는지 물어본다. 샘은 그녀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As Time Goes By'를 부르는데, 마침 카페 안으로 들어오던 릭이 그 노래를 듣고 이 곡을 다시는 연주하지 말라는 명령을 거역한 샘에게 다가서다가 일사를 발견하고 놀란다.
그리고 손님과 합석하지 않으며 더욱이 계산서를 직접 지불하는 법이 없는 규칙을 스스로 깨버리는 릭!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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