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 도시 (Rome, Open City)' (4)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V)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물이 되는 여인들.

네오리얼리즘 3부작 중 첫 번째로 현실감을 살린 수작

 

 

 

2. 제2부 (계속)

   만프레디: 인생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야.  

   마리나: 말은 그럴 듯 하지요! 인생은 더럽고 잔인한 거예요. 난 가난이 뭔지를 알아요. 그게 두려워요. 만일 전차 운전기사와 결혼했더라면 가족들이 오늘 당장 굷어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만프레디: 오 가엾은 마리나. 행복은 훌륭한 아파트, 멋진 옷, 하인을 부리는 부자 애인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마리나: 당신이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변화시켜 줬어야 했어요. 그러나 당신은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었지요. 아니 더 나빠요. 적어도 그들은 나에게 설교 따윈 하지 않지요.

   만프레디: 당신 말이 맞아. 용서해 줘!

 

   프란체스코에게 아스피린을 전해주고 침실로 돌아온 마리나는 로레타가 자는 줄 알고 전화 다이얼을 돌리다 그녀가 깨자 그만 두는데….

   당시 아스피린은 정말 구하기 힘든 비싼 약이다. 이 부분과 위의 대화를 통해 곤궁과 궁핍 속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군에게 몸을 팔아야 하는 게 여인들의 운명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서글픈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만프레디와 프란체스코가 위조 신분증을 받기 위해 교회로 간다. 교회에서 프란체스코는 마르첼로를 우연히 만난다. 엄마는 죽었고, 새아버지가 될 뻔한 그를 만나자 기뻐서 마르첼로가 '아빠!'하고 부르는 바람에 프란체스코는 그를 꼭 안아준다.

 

 

   그런데 그때 신부와 만프레디 그리고 탈영병이 급습한 게슈타포에게 붙잡혀간다. 마르첼로와의 작별인사가 길어지는 바람에 현장에 없었던 프란체스코는 체포되지 않는다.

   한편 베르크만 소령은 세 명을 체포했다는 전화 보고를 받고 정보가 정확했다며 잉그리드에게 큰 돈으로 보상해준다. 잉그리드는 밀고에 대한 보상으로 마리나에게 자기가 입던 값비싼 털코트를 선물하며, 만프레디가 정보를 주면 풀려날 거라고 안심시킨다. 마리나가 "그렇지만, 입을 열지 않으면?"이라고 묻자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자비로운 언니처럼(?)' 타이른다.

   장면은 만프레디와 탈영병과 신부가 취조실을 지나 감방으로 들어온다. 인정 사정없이 다루다 보니 신부의 안경이 떨어져 깨진다. 셋이 갇힌 감방에서 고문 당하는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만프레디는 교회를 찾아간 일을 후회하지만 때늦은 후회다. 탈영병이 심적 동요를 일으키자 만프레디는 조용히 있어야 목숨이 부지된다고 일침을 놓는다.

   베르크만 소령의 집무실. 소령은 "고문을 하면 영웅에서 겁쟁이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만프레디도 인간이다"라며 부하에게 몇 시냐고 묻는다. 오후 8시30분. 그는 "(9시) 통행금지 시간 전에 발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결의를 보인다.

   먼저 만프레디가 소령 집무실로 불려간다. 만프레디가 자기는 (위조여권에 쓴 가명인) 조반니 에피스코포이며 바리 출신으로 직업은 오일과 와인 거래상이라고 말하자 소령은 실명과 과거 정치적 행적을 다 알고 있다며 '민족해방위원회 우두머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직의 디테일한 것을 털어놓으라며 족치다 고문실로 넘긴다.

 

 

   다음은 신부 차례다. 신부는 탈영병에게 조용히 기도나 하라고 타이르고 끌려간다. 소령은 레지스탕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고 서류를 위조하여 독일제국 군인들을 공격하도록 해를 끼쳤으며, 게다가 벌 받아야 마땅한 독일 탈영병을 숨겨줬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 친구인 에피스코포는 군사조직 타도가 목적이었고 당신은 그 자세한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토를 하거나 친구를 설득하면 당신은 사제로써 그리고 시민으로써 당신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눈감아주고 국제조약에 따라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제의하는 베르크만 소령.

   신부가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군사적 정의에 입각한 탈주자들입니다. 소령의 말씀은 깊은 감동을 줍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말씀드릴 게 없으며 또 알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는 건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된 부분적인 것일 뿐이며 그나마 그 비밀은 나와 함께 죽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제들의 맹세입니다."

   소령이 호통을 친다. "그럼 네 친구를 설득하란 말이야!"

   신부: 내가 아는 한 그는 당신이 찾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소령: 신부는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나보고 믿으란 건가?

   신부: 내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그가 나의 겸허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소령: 그는 파괴적이며 무신론자로 당신의 적이다.

   신부: 난 다만 가톨릭 사제일 뿐입니다. 난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주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믿습니다. 주님의 길은 무한정입니다.

   소령: 나에게 설교 따윈 집어치워!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에게 말하지 않을 텐가? 그리고 친구를 설득하지도 않을 텐가?

   신부: 그가 소령님이 얘기한 바로 그 사람이라면 설득이 통하지 않을 겁니다. 기도하는 수밖에요.

   소령: 그래?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칭찬받지 못할 테니까… 그럼 내가 실토하게 해주지!

  

 

그때 보고가 들어온다. 공포에 질린 탈영병이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는 것이다.

   소령이 사무실을 나가면서 일부러 문을 열어제끼고 만프레디의 고문장면을 보게 한다. 이 장면은 관객이 있는 쪽에 신부가 앉아서 관객들은 그 광경을 볼 수밖에 없도록 세팅했다.

   소령은 장교클럽으로 가서 다른 장교인 하르트만 대위(요프 판 휠젠, 1898~1971, 암스테르담 출신 배우)에게 레지스탕스 지도자와 신부에 대해 얘기한다. 하르트만은 "노예 종족의 피와 우수 종족의 피는 차이가 없다"며 "25년 전 프랑스에서 처형장을 담당했었는데 그땐 난 젊은 장교였었지요. 그때 나 역시 우리 독일인들은 우수 종족이라 믿었죠. 그러나 프랑스 애국자들은 실토보다는 죽음을 택했어요. 우리 독일인들은 사람들이 자유를 원한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했어요."라고 말한다.

   소령은 "당신은 취했구먼!" 이때 모든 장교들이 카드놀이를 그만 두고 경청하고, 잉그리드와 마리나도 이를 듣는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A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