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Sunflower)' (하)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I)
평생 전쟁터에 간 남편만을 기다리며 살아온 한 여인의 순애보! 

  
(지난 호에 이어)
 드디어 조반나는 마네킹 공장 노동자 에토레(게르마노 롱고)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민다. 이들 사이에서 아들이 하나 태어난다. [註: 이 아들은 실제 소피아 로렌과 카를로 폰티 부부 사이에서 1969년 12월29일 태어난 장남 카를로 폰티 주니어로 사상 최연소 배우인 셈.]
   어떠한 이별이든 떠난 사람만 괴로운 건 아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남편의 사진을 기차역에 떨어뜨리고 가버린 조반나는 안토니오의 가슴에 깊은 그리움을 남기고, 그 그리움은 향수(鄕愁)가 되어 안토니오는 결국 이탈리아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안토니오가 밀라노에 도착해서 여러 번 전화를 하지만 조반나는 만나주지 않는다. 결국 재회를 승락한 그녀는 안토니오가 결혼 선물로 주었던 귀걸이를 찾아 단장하고 비바람 천둥을 헤치며 찾아온 안토니오와 하룻밤을 지낸다. 
   안토니오는 조반나에게 러시아로 같이 가자고 제의한다. 전쟁이 사람을 변화시켰지만 죽음에서 헤어나 새 아내와의 새 삶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설명하면서…. 
   오직 일편단심 태양만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해바라기처럼 평생을 오직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기구한 한 여인의 순애보! 그러나 두 사람의 딸과 아들을 위해 각자의 길을 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안토니오는 떠나기 전에 조반나에게 털목도리를 선물한다. 이는 둘의 결혼 때 약속한 것이었다. 이 어색한 어둠 속의 재회에서 아무리 서로를 으스러지도록 안아보아도 그 포옹과 키스가 다시 둘을 갈라놓는 현실의 이별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기에 둘의 입맞춤이 그토록 길었나 보다!
   플랫폼을 미끄러지듯 떠나가는 기차. 조반나는 이별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흐느끼는데… 기차는 안토니오를 싣고 조반나에게서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영원히…. 

 

 

   이 영화의 음악감독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 1924~1994)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61)'의 주제곡인 '문 리버'의 작곡가로 유명하며, '하타리(1962)'에 나오는 '아기코끼리의 걸음마'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샤레이드(Charade•1963)'와 '핑크 팬더(Pink Panther•1964)' '어두워질 때까지(Wait Until Dark•1967)' 등 수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하여 네 번의 아카데미 음악상과 열 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곡가이다. 
   특히 '해바라기'에서 전편을 통해 사랑과 이별과 추억을 아우르는 주제곡이 악기와 템포를 바꾸어가며 감동적이고 슬프고도 아름답게 연주된다.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Marcello Mastroianni, 1924~1996)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1960)'과 '8½(1963)'에 출연하여 국제적인 배우로 발돋움한다. 
   그가 췌장암으로 72세로 죽었을 때 스웨덴 출신 글래머 배우 아니타 에크베리와 공동 출연한 '달콤한 인생'에 소개됐던 로마의 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를 상징적으로 멈추고 검은 휘장을 둘러쳐 조의를 표할 만큼 한 때를 풍미했던 유명한 이탈리아 배우이다. [註: 007시리즈 2탄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63)'에서 제임스 본드의 동료 알리 케림 베이가 러시아 비밀요원 크릴렌쿠를 저격하는 장면이 있다. 건물 벽에는 대형 영화 포스터가 그려져 있는데 크릴렌쿠가 그 포스터에 있는 여자의 벌어진 입술 부분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도망친다. 이 포스터가 봅 호프와 공연한 아니타 에크베리(Anita Ekberg, 1931~2015)의 '이 몸이 브와나(Call Me Bwana, 1963)'이다. 이때 본드는 "빚을 한방에 갚는군. 여자가 입만 닫았어도…"라고 익살스럽게 내뱉는다. ] 

 

 

   그의 마지막 영화는 포르투갈 출신 거장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Manoel de Oliveira, 1908~2015) 감독의 '세계의 시초로의 여행(Voyage to the Beginning of the World•1997)'으로 사후에 개봉되었다.
   미남형인 그는 여성 편력으로 더 유명했는데, '연인들의 장소(A Place for Lovers•1968)'에서 공연한 페이 더너웨이(Faye Dunaway•83)와 재혼할 뻔 했고, 70년대에 네 번이나 공연한 카트리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80) 사이에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인 딸 키아라 마스트로얀니(51)를 낳기도 했다. 
   참고로 둘이 공연한 4편의 영화는 It Only Happens to Others (1971), Liza (원제 La Cagna, 1972), A Slightly Pregnant Man (1973) 그리고 Don't Touch the White Woman! (1974)이다.
   그 외에도 로렌 허튼, 어슐라 안드레스, 아누크 에메,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등과 염문을 뿌리다가 마지막에 작가이며 영화감독인 안나 마리아 타토(Anna Maria Tato, 1940~2022)와 죽을 때까지 함께 했다.
   루드밀라 사벨례바(Ludmila Mikhaylovna Savelyeva•81)는 러시아 출신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명감독의 '전쟁과 평화(1967)'에서 주인공 나탸샤 로스토바 역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함으로써 일약 이름을 날린 러시아 배우이다. 
   "해바라기"를 통해 고전 영화는 역시 극장문을 나설 때 마음속에 담아 가지고 갈만한 그런 내용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단순히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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