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꼬리 없는 여우
여우 한 놈이 함정에 빠졌다가 나오느라고 꼬리를 잃은 지라. 남에게 웃음거리가 될 줄 알고, 꾀를 내어 여러 여우 회중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 했다.
첫째는 꼬리가 쓸데 없음을 말하고, 둘째는 여우 꼬리가 위생에 방해 됨을 말한 후, 다같이 꼬리를 베어버리자고 말했다. 회중이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보기만 하거늘, 그 중에 늙은 여우가 나서서 말하기를, “나도 꼬리를 잃어버렸다면 저 친구같이 말하겠소만 나는 꼬리가 있으니 아직 그대로 지내겠소” 하더라.
엮은이의 글
정신적인 약점을 가진 사람이 그 콤플렉스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해야 속이 풀리는 것이 ‘꼬리 잘린 여우의 근성’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을 기만 하는 친구의 충고는 믿어선 안 된다는 교훈이다.
윤치호 일기
“흑인 소년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데 한 소년이 바다에 빠졌다. 나이 많은 흑인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는 익사해 버렸을 것이다. 한 구경꾼이 칭찬하는 듯이 그 엉클 모세(Uncle Mose)에게 “그 애가 당신 아들이오?”하고 물었다. “아닙니다, 주인님, 하지만 그 애가 미끼를 모두 자기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있거든요!”라고 그 노인이 말했다.”
“일본이 불쌍한 조선을 개혁하려고 하는 동기는 그 소년을 구한 엉클 모세만큼이나 무심해 보인다.”-1894년12월10일.
29. 게 걸음
어미 게가 새끼 게한테 걸음을 삐뚜로 걷는다고 꾸짖거늘, 새끼 게가 대답하기를, “나는 어머니 하시는 대로 하니, 어머니가 바로 걸으시면 내 따라 가리다.”하더라.
엮은이의 글
‘바람 풍(風)’이란 글자를 가르치는 엄마가 자기는 ‘바담퐁’이라 발음하면서 자식이 ‘바담퐁’이라고 따라 하는 발음은 틀렸다고 야단치는 엄마와 같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좋은 본보기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해선 안 된다.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말로 하는 훈계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윤치호 일기
“친절한 행위와 위로의 말이 주는 힘이여! 나는 수많은 설교보다 사랑하는 크리스천의 신실한 동정의 말 한마디를 진정으로 좋아한다.” 1890년9월1일
“총독부는 정책을 선전하는데 힘쓰고 있다. 토지를 지키게 해주고, 미곡투기를 막아주고, 만주나 시베리아로 내몰아서 고생시키지 않으며, 일본의 하수인으로 동포를 괴롭히지 않음을 보여준다면 그때에 총독부의 선전을 믿을 것이다.”- 1921년12월3일
“동아민족문화협회가 발족했다. 동아민족의 번영, 통합, 세계평화, 고상한 동아문화를 선전하는데 일본통치하의 조선인에게 어떻게 들릴까?”- 1934년2월20일
“식민지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들과 똑 같아져야 한다. 그들이 먹는 것을 먹고, 그들이 자는 데서 자야 한다.- 1939년12월16일
30. 쇠 써는 줄과 뱀
하루는 뱀이 대장간에 들어가 사면으로 먹을 것을 찾다가 쇠 써는 줄을 깨물려고 하자 쇠 줄이 웃으며, “오냐, 잘 먹어라. 나는 본래 남을 쓸키나 하고 보태지는 않는 성품이니 실컷 먹어 보아라.” 하더라.
엮은이의 글
턱 없이 탐내는 사람들은 헛된 공격도 일 삼는다. 따라서 무력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은 상처만 입을 뿐이며, 헛수고일 뿐이다. “큰 물고기라고 모두 요나(Jonah)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윤치호 일기 1920년3월9일)
“‘한국 뱀의 발’이 번성하는 가장 큰 비결은, 언제나 시대에의 적응이 빠른 데에 있지 않나 싶다. 좋은 예로는 각종 기계와 문명설비가 자동화하고 무인화하는 세계적 추세를 타고 등장한 수 많은 발과 다리를 들 수 있겠다…기계와 설비의 자동화 등…그 중에도 가장 우리의 전통에 부합하는 예로는 허다한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의 집단을 들 수 있다. 국내 뉴스보도나 시사해설을 듣노라면 마치 우리 사회와 경제의 발전이나 국가 안보가 소수 지도층의 손에 달려있어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세심한 지침이 없으면 당장 큰일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데, 밖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우리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근대적 기업조직과 부지런한 근로자에 있다고 하니 언제나 빈말로 앞장 서는 이 양반들은 뱀발 중에도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윤창구 수필집 <뱀의 발>;193페이지 >
윤치호 일기
“권력에 도취된 사람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자제력을 잃게 된다. 그가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일을 한다. 러시아를 침공할 때 나폴레옹은 얼마나 권력에 취해 있었던가! 그는 그의 뛰어난 영민함과 권력을 프랑스에 바치고 나서 유럽에 평화와 번영을 제공하는데 바쳐야 했다.
카이저는1914년에 자신이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독일은 힘이 있었고 번창했다. 만약, 그가 아프리카 속국들의 자원을 개발하는 데에 또 그들을 식민지화하는 데에 그가 희생시킨 재화와 사람들 중 작은 부분이라도 바쳤더라면, 독일은 지금쯤 얼마나 강력한 제국이 되어 있을 것인가.”- 1935년10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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