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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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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9)

 
16. 일부 이처(一夫兩妻)
 

 

한 사람이 아내 둘을 두었는데, 하나는 젊고 또 하나는 늙은지라. 사내 머리의 백발은 젊은 아내가 다 뽑아버리고, 검은 머리털은 늙은 아내가 뽑아버리매, 얼마 안 가서 대머리가 되었더라.
 

 

 

 엮은이의 글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은 아무도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이다. 1722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시인 앨런 램지는 라 퐁텐의 이 우화를 "일부 이처"로 표현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이 우화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자, 두 부인의 머리장난을 상대 정당의 지지자로 만들고, “진실은 극단적인 견해대립의 희생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윤치호 일기
“캔들러 박사가 ‘두 주인을 섬기기란 불가능하다’는 주제로 훌륭한 설교를 하였다. 길고 지루한 이 모임에 오늘밤 처음으로 예배 내내 졸지 않았다.”-  1893년 5월2일. 에모리대학
 

17. 은혜와 압제
       


 하루는 북풍과 태양이 누가 세력이 많은가 서로 다툴 쯤에, 한 행인이 솜두루마기를 입고 지나가거늘, 바람과 햇볕은 그 두루마기 벗기기 내기를 하자고 했다.
북풍이 있는 힘을 다해 불매, 행인의 두루마기가 불려날아갈듯 하더니 그 사람이 옷고름을 단단히 잡아매고 두 손으로 옷자락을 붙들매, 바람이 더 불수록 벗길 수가 없는지라.
태양이 바람을 재우고 구름을 물리치며 더운 볕을 내려 쬐이매, 행인이 더워서 두루마기를 벗어버리니, 북풍이 태양의 권력을 탄복하더라.
인심을 얻으려면 압제의 찬 바람보다 은혜로운 따뜻한 기운이 더 낫다.

 

  
             

 

엮은이의 글 
은혜와 압제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있듯이, 은혜를 베푸는 이가 있으면 배신을 일삼는 악의 세력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권력은 결코 위협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햇빛과 같은 예수님의 평범한 진리가 종파 간의 갈등과 박해로 인해 인간을 손상해선 안되며, 승리의 빛으로 적의 그림자를 물리칠 수 있다는 신념을 주는 우화이다. 

 

윤치호 일기
“일본이 무력으로 억압하려 하지만, 역사는 통치자 위에 주님이 계신 것을 믿는다.”- 1919년3월9일.
 
 “베를린 광장에서 외국서적들을 불태웠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시민권을 박탈 당했다. 진시황은 2300년 전에 유교서적을 불태워 만년을 누릴 줄 알았으나 곧 멸망했다.
일본이 조선의 서적들을 찢어 발기는데, 일본인을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1933년 5월 16일.

 

잔악무도한 히틀러가 패전한 프랑스에게 강요한 평화 조건은 1919년에 클레망소와 로이드 조지 수상이 독일에게 부과했던 평화 조건처럼 보복적이고 샤일록 같이 가혹한 것이다. 히틀러의 비정함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나는 로이드 조지가 지금까지 살아서 무자비했던 베르사유조약이 한 짓을 똑똑히 보게 되어 만족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클레망소도 살아서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서받아야 하고, 진정한 평화란 오직 보복이 끝나야 시작된다는 영원한 진리를 배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1940년6월25일
“日鮮融和政策일본과조선 융화정책의 바탕은 기만이다.”-1921년5월30일   

 

 

18. 토끼와 개구리
  
 

 

하루는 토끼들이 종친회를 열고 의논하기를, “세상에 우리같이 약해서야 살 수가 있나, 음식 한 끼를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있나, 잠 한 숨 편히 자 볼까. 개 짖는 소리만 나도 놀라고, 그림자만 보아도 숨어야 하니, 이 신세를 어찌하랴. 아예 모두 물에 빠져 죽자.” 결의하고 여러 토끼들이 연못가로 나갔더니, 개구리들이 달밤에 물가에서 합창을 하다가 토끼 오는 소리를 듣고 놀라 물 속으로 다 들어가버리더라. 토끼 종친회 우두머리 문장이 여러 토끼에게 발론하되, 
“여러분 내 말 들어보시오. 우리가 약하여 살 수 없는 줄 알았더니 우리를 보고 무서워 숨는 짐승이 있군요. 그 짐승도 사는데 우리가 죽을 일이 무엇이겠소?”하고, 다 각각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더라.
 
   


 엮은이의 글
전래동화 “별주부 전”에 나오는 토끼는 약자이면서 지혜로운 동물이어서 강자도 토끼의 꾀에 넘어간다.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토끼의 위기 대처는 배울 만하지만 교활해지면 스스로 자기무덤을 파는 수가 있다. 세상엔 나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음을 알고 늘 베푸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늘의 뜻과 규례에 어긋남이 없고 자신의 소유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약자의 지혜이다.

 

 윤치호 일기
 “일본인들은 부지런히 개발하는데 조선인은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 사이에 머물러 있다가 점점 뒷전으로 밀려 나고 있다.”- 1920년12월11일
 “타골이 인도를 진압하는 영국의 만행을 규탄했다. 인도는 종교문제로 분열된 나라다. 영국을 탓하기전에 단결하는 법을 먼저배워야 한다.”-  1919년7월30 일
“무솔리니의 파시스트가 히틀러편을 들어 이탈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나는 한때 무솔리니가 볼세비즘을 몰아냈기 때문에 지지했었다.그의 영도력으로 동북아프리카 식민지를 포함해서 번영을 누리며 강대국이 될수 있었는데 보잘것 없는 몬테네그로, 알바니아와 에티오피아를 처들어가서 화를 자초했다.”-1943년9월10 일
“악덕은 미덕으로 오해될 때 가장 위험하다.” -1919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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