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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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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3)

 

윤경남 & 민석홍 엮음

 

4. 사슴의 뿔

 

 

 

하루는 사슴이 냇가에서 물을 먹다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뿔 그림자를 보고 좋아서 하는 말이, “멋진 뿔이로다, 훌륭하구나. 뿔을 보면 내가 천하일색인 것이 틀림없건만, 내 다리가 장대같이 길어서 분하구나.”하고 탄식하는데, 갑자기 사냥개가 쫓아왔다. 자신이 업신여기던 긴 다리로 나는 듯 뛰어서 위급한 경지를 면했으나, 그 멋진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버려, 달아나지 못하고 잡혀버렸다.   사슴이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 “외면 치례만 하면 몸을 망치고 말지!”했다.

 

겉모습만 보고 친구 사귀지 말라.

 

  

엮은이의 글  

이 우화는 1905년 을사조약을 반대하는 호소문과 상소를 고종황제에게 올린 윤치호의 상소문과 일맥 상통한다. 상소문 가운데는 물론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말하지만, 결국 나라가 일본제국주의의 손에 넘어가게 된 이유 중의 하나를 “외면치레”에 두었다.

즉, “황제 폐하께서 하찮은 소인들에게 눈이 가리어졌기 때문에, 궁실을 꾸미는 데만 힘쓰게 되니 토목 공사가 그치지 않았고, 기도하는 일에 미혹되니 무당의 술수가 번성하였고, 충실하고 어진 사람들이 벼슬을 내놓고 물러나니 아첨하는 무리들이 조정에 가득 찼고, 심지어 최근 새 조약을 강제로 청한 데 대하여 벼슬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무리들이 끝끝내 거절하지 않고 머리를 굽실거리며 따랐기 때문”등 임을 지적했다.

‘외면치레’가 많아질수록 태산 같은 장애물에 막힌 경우에 대한 경종이다. 지혜가 없는 사람이 요긴치 않은  겉치례는 열심히 꾸미고, 정말 중요 한 일은 돌아보지 않음을 빗댄 우화이다.

 

윤치호 일기

“조선인은 돈이 없어도 체면을 위해 화려한 옷을 입는다. 겉만 그럴 듯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조선인의 민족적 결점이다. 사촌 치소가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몇 년 전에 치소는 황우영(黃祐永)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황우영의 작은 초가집에 물이 심하게 새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옹송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황우영은 왕자의 면목을 세우기 위해 입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어마어마한 직함, 텅 빈 주머니에 현란한 복장, 의미 없이 거창하기만 한 표현은 모두 지난 조선왕조 시대의 특징이다. 조선왕조는 영원히 사라졌지만, 그 시대의 특징들은 혐오스럽고 가증스러울 정도로 완강하게 조선 민족에 달라붙어 있다.”- 1920년 11월23일  

  

5. 강약부동(强弱不同)

 

   

 

사자와 송아지와 염소와 양 넷이 동무가 되어 동업산양을 시작했다. 넷 중에 누구던지 짐승 한 마리를 잡으면 네 동무가 고루 나누기로 약조했다. 하루는 염소가 놓은 덫에 사슴이 잡혔다.                            약속한대로 동무들을 청하자, 사자가 그 사슴을 네 몫으로 나누고 한 몫을 차지하며 말했다.

“내 이름이 사자이니 이건 내 몫이요, 내가 가장 힘이 세니 둘째 몫도 내 것이요, 내가 가장 담대하니 셋째 몫도 내 것이요, 넷째 몫도 누구던지 죽고 싶거든 건드려라.”하면서 다 먹어 버리더라.

 

강하나 의리 없는 놈과는 동업하지 말라.

 

 

 

 

 엮은이의 글 

1)1905년 치욕적인 조선의 운명이 시작되어 옴짝달싹 할 수없게 된 조선의 운명을 떠오르게 한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시모노세키 조약, 일명 일청강화조약(1895년)에 이어서 1905년,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제국이 동양의 사자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일본과 미국이 한국과 필리핀이라는 지역을 상호 특수 영역으로 인정하여 장래 양국 간의 충돌을 예방하고 타협하는 일본-미국(가쓰라-태프트)협약-> 영국-일본 동맹(8•12)? 러.일 포츠머드강화조약(9•5)을 거쳐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탈취하는 ‘을사보호조약’단계에 이른 것이다.  

 2) 계약할 때는 감언이설로 공평하게 나누자고 하지만, 이익분배는 힘 많은 자에게 돌아갈 뿐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어린이를 위해 지은 이솦의 우화, ‘동사 사냥’에는 사자, 송아지, 염소, 양 외에 여우도 등장한다. 꾀가 많은 여우는 사자의 제안이 폭군 같은 속셈임을 알아차리고, "수고는 함께 나눌 수 있지만, 그 상은 나누지 않겠다는 말이군!" 하며 먼저 떠나버린다. 우리도 여우 같은 계교와 상항 판단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윤치호 일기

 “이 세상의 강탈자들은 자기들끼리 합의한 권리가,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 약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이나 했을까?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자. 약육강식이라는 냉혹한 법칙을 가진 이 세상이 생겼을 때, 위대한 존재가 약자의 이익도 ‘감안’했을지 의문이다.”-1903년 1월3일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법칙아래 건전한 양심과 상식만으로는 평화를 이룩할 수없다. 이쑤시개와 면도만 가지고 아프리카 정글에 갈 수는 없기때문이다.”- 1940년3월28일 

“물에 빠져 죽게 된 아이를 구한 사람에게 당신 아들이냐고 물었더니, 아니오, 그 아이가 우리 미끼를 모두 자기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있기 때문이오! 라고 했다. 일본이 불쌍한 조선을 개혁하려고 하는 동기는 그 소년을 구한 엉클 모세만큼이나 무심해   보인다.”- 1894년1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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