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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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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

1. 굴 송사 (訟事)

윤경남 & 민석홍 엮음

 

 

 

하루는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해변에 굴 한개가 있는 것을 보고 한 사람이 집으려 하자, 동행하던 사람이 말하기를, 

“여보게, 가만있게. 우리 둘 중에 그 굴을 누가 먹어야 옳소?” 

“아 그야 먼저 본 사람이 먹고 그 다음 본 사람은 구경이나 해야지요.”    

“그렇다면 내 눈이 훨씬 밝다오.” 

“당신은 보기만 했지, 나는 만져보기까지 했으니 어쩔 것이오?”         

서로 다툴 때 어떤 양반 한 사람이 지나가자, 행인 두 사람이 그에게 그들이 벌인 ‘굴 송사’를 판결해 주기를 청했다. 

그러자 그 양반은 그 굴을 쪼개더니 속살은 자기가 집어삼키고 껍질만 한 쪽씩 두 사람에게 나누어주면서 하는 말이,

“당신네들의 행위는 송사 비용을 물게 해야겠지만, 많이 봐 주어 굴 껍질 하나씩 주는 것이니 아무 소리 말고 가거라” 하더라.

송사(訟事)하여 다 잃는 것보다 송사자끼리 화해하여 반이라도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

 

 

엮은이의 글  

윤치호는 <우순소리> 본문 끝에 한 줄의 교훈을 올렸다.   

윤치호의 <우순소리>는 고대 그리스의 현인이며 이야기꾼이었던 아이소포스(BC 6, 고대 그리스인)가 쓴 <이솝 우화집>과 프랑스 작가인 라퐁텐(1621 ~ 1695)의 <이소프 우화집>을 저본으로, 그 당시 나라 안팎 정세를 시사적이고 교육적인 에피소드로 창작한 풍자와 해학이 깃든 윤치호의 비유문학이다. 아울러, 1888년, 윤치호가 상해 중서서원 교사 시절에, 알렌 학장이 창간한 <만국공보 萬國公報>에 로버트 톰의<의습유언 意拾喩言> 의 우화들이 정기적으로 게재된 것도 참고했으리라 추측한다.       

<우순소리1. 굴 송사>는, 무능하고 부패한 대한제국 정부의 내분과 러시아-중국-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획득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을사늑약을 빗댄 글이다. <굴 송사>는 가장 비참한 대한제국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윤치호일기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과 국가적인 이익을 위해 상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이노우에 백작이다. 그는 속담에 나오는 황새와 조개의 싸움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는 어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의 정치는 그들의 생활습관과 마찬가지로 불결하고 추악하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참으로 수치스럽다!!”-1895년 2월 16일.

“영 알렌 박사님께… 일본은 진실로 조선을 보호해준다는 명분 아래 예전보다 열 배나 더 견디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조선인을 진정으로 도우려는 사람들이 모인 서양 남녀 선교회를 싫어합니다.

일본은 조선인이 배워서 개명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무자비하게 야비하고 잔인한 일본의 정책은 성실한 조선사람을 모두 일본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일본은 그들 나라에서 혹은 영국이나 워싱턴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천사로 보이겠지만, 조선 땅에서는 악한 인간들일 뿐입니다.”-1906년12월25일 조선 송도한영서원에서, 개정국역윤치호서한집 p.169)

 

2. 외양 (外樣) 치레

 

 

하루는 여우가 길을 가다가 한 곳에 이르자, 사람들이 많이 모여 붉은 빛 나는 화강암으로 조각해 놓은 인형을 보고 모두 칭찬하거늘, 여우가 한참 드려다 보더니 돌아서 걸어가며 하는 말이, 

“외모는 멋지다만 속이 비어 걱정이로다.”

이 여우가 당시의 부귀영화로 겉치장한 대신들을 보면 무엇이라 말했을까?

 

 

 

 엮은이의 글 

외양(外樣)치레는 겉치레를 말한다. 겉치레는 더 나아가 화려한 가면무도회까지 아우른다. 가면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쓰는 복면이다.

가면은 때로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나의 다른 인격체, 즉 사회가 원하는 페르소나, 혹은 친구에 따라 달라지는 페르소나로 위장할 때 내면을 위장하는 도구이다. 페르소나만을 중요시 하다가는 아트만(眞我)을 잃기 쉽다. 그래서 겉치레 보다는 머리를 쓰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는 우화이다. 

윤치호는, 그 당시 조정대신들이 겉만 번지르하고 대책 없는 무뇌아(無腦兒)들임을 이 우화로 빗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편한 데도 화려하게 치장하는 조선 상류여성들의 옷차림과 장식에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첫 아기를 낳은 마 부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데도 불구하고, 부인이 결혼 후 처음으로 비싼 머리핀을 사달라고 하자, 겉치레보다 심성이 더 중요한 거라며 화를 냈다.

“아내가 머리핀을 사겠다고 $60을 달란다. 성경에 사치하는 것은 죄라고 했더니 아내가 화를 내면서 ‘$100 달라고 했더라면 지옥에 가야겠네요?’ 라고 반문했다.”(윤치호일기1898년12월28일) 

 

윤치호의 <우순소리>는 초판이 발행된 이듬 해 1909년 5월 5일, 출판법에 따라 ‘치안을 방해한다’는 구실로 발매가 금지된다.

그 후, 1910년 5월에 하와이 신한국보사(新韓國報社)에서 <우순소리>를 재간행할 때, 하와이 권업신문에 희한한 광고가 나온다. 

“교육 대가 윤치호씨 저작 定價金정가금 25전. <우순소리> 한다슨에 2원25전. 한번에 2다슨 이상을 청구하시는 의게는 특별렴가로 슈웃하겟삽고 특별히 義士안중근씨의 사진 일 쪽을5백권에 한하여 첨부할 터이니 속속히 청구하시오.

5月10日發行新韓國報社 內로지호”

바로 그 옆에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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