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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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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캐나다의 상징, 불루노우스II호

 

 

 

토론토에서 비행기로 핼리팩스에 내린 우리는 옛날 철도호텔인 핼리팩스 호텔에 들었다. 1749년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해온 유랑민들이 정착하여 한 때 노바스코샤의 수도였던 이 곳에, 이 영국 식민지를 침략하는 프랑스를 막기 위해 지은 성채가 눈부시게 높이 솟아있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면 바닷물 냄새에 성채가 아닌 바위 섬으로 둔갑하여, 핼리팩스 항구에 150만톤의 화물이 드나든다는 게 실감이 난다.

 

미국의 해양과학자인 우리 큰아들이 꼭 가보라고 한 곳.  이곳에 있는 해양박물관에 들어서자, Bluenose 선박 진열관에 낡고 큰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불루노우스 호의 Angus Walters  선장이 요트 경기에서 우승한 큼직한 트로피 옆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마치 사도 바울이 선교의 마지막 길몫에서 ‘나는 선한 싸움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쳤노라’고 말하는 듯, 세상을 다 이긴 표정이었다.

 

 캐나다 동전10센트 위엔 아름다운 은빛 배가 고히 담겨있다. 르넨버그 태생인 Angus가 키를 잡고 달리던 범선이다.  그는1921년부터 1938년까지 그랜드 뱅크에서 열린 국제어선경주에 해마다 1등으로 달린 신화적인 인물이다.

 

나라마다 그 나라역사와 관련있는 상징적인 배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단연코 세계에 자랑할만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있다.

영국 배의 아이콘은Cutty-sark이다. 1869년에 스코틀랜드의 클라이드 강에  진수한 4개의 돛이 달린 쾌속정이다. 1885년에 호주 시드니에서 런던까지 최단항해 기록을 올린 것으로 유명했으나 1957년에 그리니치 역 박물관에 은퇴하여 전시하고 있다. Cutty-sark은 스콧치 위스키의 대표적인 상표로도 유명하다. 뿐만아니라, 엉뚱하게도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이며 사랑의 시인인 로버트 번즈가 1791년에 지은 시, <Tam o’Shanter> 에 나오는 귀여운 요정 내니 디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라고도 한다. 원래Cutty-sark은 짝은 셔츠라는 스코티시 게일릭 말인데, 짧은 속옷 바람으로 백파이프에 맞춰 춤추는 귀여운 내니에게 Tam이 ‘잘 한다,  Cutty-sark!’ 하고 웨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뱃머리 장식용 조각상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캐나다 범선의 상징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Bluenose! 1921년 3월 26일부터 노바스코샤의 루넨버그에서 고기잡이와 경주용 범선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신비스런 배이다. 그 배가 유명해진 것은, 노바스코샤와 북미 대서양 해안을 항해하는 국제친선 사절 노릇까지 한 불루노스의 선장인 Angus 덕분이다.

 

Bluenose가 그랜드 뱅크에서 첫번 진수식을 가진 것은 1921년 3월 26일이다. 고기잡이 배이면서 경주용으로도 파도를 탄 그의 용기와 여섯 번의 그랑프리를 안았던 그의 일화는 울긋 불긋한 건물로 둘러싸인 루넨버그 곳곳에 아름답게 배여있다.

 

 2차대전 시에 배가 파선이되고 앵거스도 은퇴하여 불루노스를 팔아넘기게 된다.그럼에도 Bluenose 호는 노바 스코샤 주민들에게 영원한 애칭으로 남아있다.

 

이 불루노스의 전설을 쉽게 잊을 수없는 캐나디언들이 불루노우스의 옛날 영광을 되찾기 위해  똑 같은 배를 재현해서 불루노우스II호란 이름으로 앵거스가 첫번 키를 잡았던 루넨버그에 띄운 것이 1963년의 일이다. 그 배는 지금 고깃배나 경주용이 아닌 유람선으로, 봄-여름-가을만 운행한다.

 

 BluenoseII가 두 번째 진취식을 하던 2012년9월에 왔더라면, 그 범선이  루넨버그 연안의 바닷물을 가르며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과 레니 갤란트가Bluenose II 의키를 잡고 기타와 노래를 연주하는 것도 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 내년 봄 항해를 위해 붉게 타오르는 노을속에 쉬고 있는 불루노우스II언저리만 아쉽게 맴돌며 새삼 감탄했다. 루넨버그는1995년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적지로 지정한다.  

 

보기에도 날씬하며 선미가 더욱 뛰어나 보이는BluenoseII. 곧 날아갈 듯한 모습이 그래서 만국기를 날리며 경주에 늘 1등한 것일까?,상상만해도 즐겁다.  

돛대는 2개 뿐인데 흰 깃광목 닻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도 혼자힘이 아닌 수십명의 일꾼들이 손을 맞추어 내리고 접는다.그런데 이 배의 최대속력17노트로 어떻게 그리도  날쎄게,  빨리 달릴 수 있었을까?  

 

지금 막 닻을 내린 두 개의 돛을 눈부시게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저 돛에 얽힌 knot의 묘미가 있을 것같다. 연약해 보이는 2개의 돛에 결코 풀어지지않을 터번모양의 장식 매듭을 든든하게 잡아매어 끊어질 염려없이 달릴 수있다는 자신감으로 우승한 것일까?  

 앵거스는 17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출전했으며, 1935년에 죠지 5세의 은혼식에도 참여했다. 그러다가 그 해에 하이티 연안에서 산호초에 죄초된후   앵거스도 은퇴한다.

 

Blue NoseII가 두 번째 진취식 잔치를 하던 2012년에 왔더라면,  루넨버그 연안의 바닷물을 가르며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과 레니가Bluenose II 의키를 잡고 기타와 노래를 연주하는 것도 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일자 갑자기 시장기가 들어 불루노스II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의 식당에 들어섰다.  우리는 노바스코샤에 가면 토론토에서는 비싸서 자주 못 먹는  랍스타를 매일 맛보기로 하고 처음 들어간 식당이다. 보스턴의 피아4나 토론토의 피아4 에서 먹어 본 랍스타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lobster를 Red Lovestar로 부르기로 했다. 붉게 빛나는 사랑의 별같아서이다. 그런데 노을빛 사랑타령을 하다가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를 보기로 한 페기스 코브에는 새까만 어둠이 덮인다음에야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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