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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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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텅 빈 옛날 집에 휘파람 소리

 

밴쿠버의 동쪽 끝에 있는 버라드 부둣가에는 20세기 초만해도 허름한 목조가옥이 많았다. 넓은 들판이나 산 어귀에 허름한 텅 빈 이층집에서 낮이면 휘파람 소리가 사람을 불러들이고, 밤이면 귀신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 이런 집들은 때로 복수극에 이용되기도 한다.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친척의 재물을 뺏기 위해 빈 집에 하얀 너울을 쓴 유령의 영상이 벽에 비치게 만들어 주인이 그 집을 떠나게 만드는 유령극도 등장한다.

 

 밴쿠버에 사는 제임스 죤스톤은 낡고 빈 집의 역사를 캐내는 여행가이다. 밴쿠버 안에서만 900채나 되는 고옥의 역사를 캐내었다. 이젠 밴쿠버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마운트 플리산트의 영국계, 아시안계의 집들을 찾아 떠날 예정이란다. 그가 수집했다는 옛날 집들 중에 인상적인 집은 1905년Hawks Avenue 345번지에 있는 ‘유령의 집’ 같은 바클리의 옛집이다.  현재 아스토리아 호텔 동편에 있다.

 

바클리는 지붕 널을 잇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선지 지붕은 다른 고옥에 비해 반듯하지만 이층의 덛창문이 음산하게 닫혀 있다.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하얀 히스가 요크셔 북부의 매찬 바람에 휘날리는 언덕 위에 서 있는 집, 히드클리프와 캐시가 살던 집과 비슷하다. 굳게 닫힌 덛창문이 열리면서 ‘캐시, 캐시, 나를 데리고 가 줘!’하고 울부짖는 히드클리프의 음성이 들려올 것만 같아 오싹하다. 목에서 피가 날 듯 외치는 그의 사랑의 울부짖음이 악마적인 아니무스로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떠 오른다. 아니 그것은 히드클리프의 것이 아니라, 그를 창조해 낸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마성적인 외침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렇듯 ‘텅 빈집에서 휘파람 소리’와 갈망의 외침이 들릴 것만 같은 집들만 골라서 탐방하는 관객까지 끌어 모으는 제임스 죤스톤의 심리상태를 한 번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오후에는 유령의 집이 아닌 ‘유령마을’을 방문했다. 남편과 나는 노란 가을 단풍잎이 조금씩 짙어가는 스탠리 파크의 드라이브 웨이를 한 바퀴 돌아 라이온 브릿지를 건너갔다. 밴쿠버 시내에 햇빛을 쏟아줄 듯이 솟아 있는 라이온 브릿지를 건너 동쪽으로 6시간을 차로 달리면 3 Valley Gap에 있는 Ghost Town 이 나온다.
음울한 회색이 아닌 동화나라의 빨간색 마을이 아이들 마냥 호기심을 일게 한다.

  

 

이 마을 안에는, 1800년 후기 역사 유적지 건물들인 성 스테파노 교회, 벨레부 호텔, 황금바퀴 살롱, 학교, 시계방과 보석점, 대장장이 가게, 이발소, 담배가게, 보안관 사무실과 유치장, 가구 수리가게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모두가 그들 전성기의 이야기를 한 가닥씩 안고서. 고물 자동차 박물관 앞에, 무거운 짐을 진 노새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 옆으로 현대 리무진 자동차가 활동사진처럼 휙휙 지나간다. 
이 유령마을 정거장에는 1800년대에 운행하던 알버타 행 CP RAIL이라고 써 있는 기차가 서 있다. 1875년에 바로 그 기차를 타고 서부활극 시대를 달리셨던 윤치호 선생님은 이 황야를 지나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1800년 대 후기에 번창했던 이 지역에 황금에 눈이 먼 개척자들에게 주는 경고문이 눈길을 끈다.
 <일확천금을 바라면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 이 유령의 마을에서 보듯, 수 많은 건물과 텅 빈 마을만 남길 뿐이라.  이른바 유령의 도시만 남게 된다.>   
옛날 사람들은 그 진리를 몰라서 황금을 쫓았고, 현대인은 그것이 지옥인줄 알면서도 황금에 눈이 먼 것일까? 
한 사람이 12불씩 내고 들어가서 구경하기엔 아주 저렴하고 교육적인 옛날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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