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이기는 원동력은 사랑과 희망
집 앞 가로수에 나뭇잎 몇 개가 달랑댄다. 안간힘을 쓰며 바람과 싸우는 모습이 애처롭다. 3년 전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와 보니 가로수가 죽어 있었다. 시청에 식재 요청을 하니 다음해 봄에 단풍나무를 심어 주었다. 가족이 한 명 늘어났다. 작년에는 뿌리를 잘 내리지 못했는지, 별반 변화가 없었다. 올해는 키도 부쩍 자랐고, 건강한 이파리를 품었다. 주변 동종 단풍나무는 벌거숭인데 반해, 아직도 혼자 노란 잎새를 품고 있다. 2년 동안 사랑과 관심으로 돌보았더니 이제야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가을이 왔다.
잎이 진 나무에 배 하나가 달려있다. 자세히 보니 크기와 모양은 신고배처럼 보이지만, 돌배 색상의 무시무시한 말벌집이 달려 있다. “떨구어 내 버리라”는 마음과 “크리스마스 장식볼 같은데 그냥 두고 보자”는 마음이 나를 흔들어 댄다. 삶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그 선택의 결과가 우리 삶에 뿌리내리고. 말벌집 처리는 자연에 맡겨 두기로 정했다. 혹독한 겨울바람을 이겨 내고, 따스한 봄에 다시 보자고 응원한다.
뒤뜰 겨울채비를 한다. 고추, 호박, 깻잎, 오이, 한 해 동안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준 고마운 농작물들의 초라한 잔재들. 앙상한 줄기와 넝쿨을 모으고 잠시 상념에 젖어든다.
1년생 작물이 자신의 몸을 나누어주고 생을 끝내는 순간이다.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리곤 내 마음을 기쁘게 해 주었던 각종 꽃나무의 밑둥을 자른다. 더 예쁜 모습으로 내년에 만나기를 기약하며, 낙엽과 함께 종이백에 곱게 담는다. 베푼 은혜에 감사하며 그들과 이별을 한다. 삶은 만남과 이별로 얼룩지는 시간여행이다. 이별을 원치 않지만, 싫거나 원치 않은 일도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하늘에 계시는 부모님이 그립다. 어린 시절, 저녁시간이면 아버님 퇴근을 기다렸다. 아버님께서 사오셨던 센베과자, 군고구마 등을 먹으며 재롱 떨던 막내아이가 가장이 되고,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키웠다. 그러나 이제는 분가하여 따로 사니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 내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내 사랑이 아이들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버님처럼 큰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했나? 빠르게 지나간 세월을 돌아 보는 시간이다.
최근 답답한 뉴스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다. 이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화석연료 개발 및 사용이 심화될 것이고, 환경재난 피해가 급증할 것이다. 인종차별에 따른 인권 피해, 보호주의 무역 강화가 불러 올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역시, 암울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거짓말쟁이, 사리사욕에 앞장 선 사기꾼들이 권세를 잡아 설쳐대고 있다. 국민 대표를 표방하는 국회의원이 위정자의 눈치만 보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마음이 답답하다.
지구생태와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정치를 간절히 바래본다.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트리나 파울로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동화가 생각난다. 삶의 목표를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애벌레 삶의 비유를 통해 진정한 행복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햇볕이 따스한 봄날, 애벌레가 피라미드 기둥 형태를 만든 채 꿈틀거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필자는 단순히 일광욕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트리나 파울로스는 애벌레 기둥을 보며, 정상을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떠 올렸다. 주인공 호랑무늬 애벌레는 정상에 오르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진, 욕망의 노예다. 다른 애벌레처럼 동료를 밟고 위로, 위로 올라간다. 노랑 나비를 만나 사랑에 빠지자, 정상을 향한 욕망에서 벗어난다. 함께 땅으로 내려와 잠시 행복하게 살지만 곧 권태를 느낀다. 다시 정상정복 유혹에 빠진 호랑나비는 노랑 나비와 헤어진 후, 치열하게 애벌레 기둥 위로 올라간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에 도달하지만, 정상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다.
잘못된 목표 설정에 따른 허무함만 느낀다. 새 목표를 찾기 위해 내려오며,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밟고, 밀치는 등 다른 애벌레에게 상처 입힌 자신의 무분별하고 잘못된 행동을 깨닫고 반성할 때, 옛사랑 노랑애벌레가 노랑나비로 변신하여 찾아온다. 그리곤 호랑무늬 애벌레도 나비로 변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고치가 되는 죽음과도 같은 자기 변화와 희생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꽃가루를 옮기며 꽃에게 새 생명의 씨앗을 품게 도우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것이다. 사랑은 나눔을 통해 결실을 맺는다.
단순하지만 꿈처럼 따사로운 내용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애벌레처럼 앞만 보고 살고 있지 않나? 각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힘들어도 나비처럼 희망과 사랑을 나누면 그들도 나비가 될 것이고, 당신은 행복에 파묻혀 살리라.
전쟁과 환경재난, 팬데믹 이후 누적된 경제불황 여파로 많은 이가 재정난을 겪고 있다. BI(Bankruptcy and Insolvency Act)법은 재정난으로 고통받는 이가 과중한 빚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정되었다. 이 법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1. 파산(Bankruptcy): 채무를 100% 탕감해 주는 방안
2. 채무삭감(Consumer Proposal): 채무의 일부(약 70%)를 삭감해 주는 방안
대부분의 채무가 이 법에 적용되어 100% 탕감되거나 일부 삭감된다. 대개의 경우, 파산 신청 시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된다. 최소 비용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고, 별도의 제약이나 불이익은 없다. 재정난은 해결된다. 희망과 용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생은 도전과 이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어려움을 이기는 원동력은 사랑과 희망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나비처럼 사랑을 나누고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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