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희망이(31)

 

합법적으로 과중한 빚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눈 부신 아침이다. 얼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볕의 따사로움이 함께 찾아왔다. 여름 그림자도 사라졌고, 겨울 마중물인 가을 꼬리에 다달았다. 길가에 뒹굴던 붉은 낙엽이 바람을 품고 교태스레 춤을 추어댄다. 추수를 하고 난 빈 자리에 새들이 모여 먹이를 먹고 있다. 들판에도 풍요가 넘쳐나는 감사의 계절이다.
지난 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가을 정경 속에, 달라진 나를 느낀다. 거울 속의 나는 별로 변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내면은 지각변동으로 혼돈에 빠져있다. 활동량이 줄어 기억할 만한 추억을 만들지 못해서인가? 기억력에 관계된 세포노화 혹은 세포총량감소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기억연결통로의 노후화 문제일까? 확실한 건 1년이 한 달만큼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잠자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가능한 수면시간을 줄이고 깨어있는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생활패턴을 유지해 왔다. 그 덕에 바삐 쏘다니고 많은 일을 하며 추억을 만들었다. 인생은 나만의 추억 만들기다. 남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순간까지 가능한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최근에도 큰 일이 발생하면 새로운 기억으로 남겨진다. 그러나 머리가 나빠져서인가? 자극에 무뎌지기 때문인가? 소소한 일상 생활에 벌어지는 일들은 일주일이 지나면 별반 생각나지
않는 망각의 시기에 도달하였다. 앞으로도 하고픈 일이 많은데, 우짜면 좋노.  

 

이제는 안경을 써야 잘 보이고, 집중하여야 잘 들을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걱정하기 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작은 불편함 들도 즐겨야, 자칫 뿌리내릴 수 있는 불행을 사전에 격리시킬 수 있다.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으며, 기억력 마저 쇠퇴한 이 현실도 덤덤히 받아들여야겠다. “이제껏 많이 보고 듣느라 수고했다. 이제부터 잘 안 보이니 청소를 줄이고, 듣기 싫은 소리 대신 좋아하는 음악소리만 즐기라”라는 주님의 축복이라 생각하자. 

 

15년 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서거하셨다. 평생 어려운 이들 편, 낮은 곳에서, 자신을 모두 내어주며 바보로 사셨던 분이다. 쇠퇴한 몸과 마음이 나도 지금이야 말로 바보 되어 살기 적당한 때라 권한다. 부족한 내가 오래 지속하기 어렵겠지만 “바보처럼 살자”고 다시금 마음에 되새겨 본다. 꾀돌이 보다는 바보 돌쇠가 되어 힘든 일에 솔선 수범하여 여생을 살 수 있도록 건강관리에 유의해야겠다. 
산행 시 선두에서 길을 만드는 이를 ‘러셀’이라 하는데, 여생은 바보 러셀이 되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지.

 

오늘 재정난으로 고민하는 이와 BI법에 대한 정보를 나누려 한다. 이 법은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를 경제적 장애인으로 간주, 이들이 재활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BI(Bankruptcy and Insolvency Act)법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분 제약 없이 합법적으로 과중한 빚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법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1. 파산(Bankruptcy): 채무를 100% 탕감해 주는 방안
2. 채무삭감(Consumer Proposal): 채무의 일부(약 70%)를 삭감해 주는 방안

 

대부분의 채무가 이 법에 적용되어 100% 탕감되거나 일부 삭감된다. 대개의 경우, 파산 신청 시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된다. 최소 비용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고, 별도의 제약이나 불이익은 없다.
복지 국가인 캐나다의 BI법은 다른 국가 파산법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파산이라는 어휘에 신경쓰기보다는 제반 여건과 소요 비용을 고려, 어떤 방안이 나에게 적합한지 판단하여야 한다.
캐나다의 BI법은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해결해 주지 않는 미납 세금도 처리해 준다. 최근 CEBA(Canada Emergency Business Account Loan)를 상환하지 못해 고민하는 영세업자가 많은데 이것도 BI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궁금한 사항은 전화 상담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법을 관장하는 유자격자는 트러스티와 인솔벤시 카운셀러 뿐이다. 관련 없는 자격증을 내세우며 호객하는 무자격 브로커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지금 힘든 시기도 곧 지나간다. 재정난은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근심을 떨쳐버려라. 용기 내어 내일의 희망을 품자.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긍정적, 거시적으로 보며 살자.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사랑으로 살자. 예전에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 프로가 있었다. 고 구봉서 배삼룡씨가 웃음을 선사하였다. 힘들어도 웃으며 살자. 그러면 행복이 당신 마음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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