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쓰는 시/이시랑

 

유리창에 쓰는

저 하얀 눈꽃 시는

누구에게 쓰는 시일까요

 

 

 

함박 함박

임이 오시는 듯

임이 가시는 듯

고운 발자욱 소리

 

 

 

오지 않는 임 기다리는

붉은 소파의

핏빛 기다림 소리

 

 

 

가버린 임 생각 타는

벽난로 소리

 

 

 

아직 김 오르는

주인 없는 찻잔에 남은

누군가의 입술의 온도가

식어가는 소리

 

 

 

화려하게 장식한

허공의 고독을 혼자 지키는

사람 냄새 그리운

고양이 눈물 같은 시

 

 

 

유리창이 쓰는

저 하얀 눈꽃 시는

누구에게 쓰는 시일까요

 

 

 

난 압니다

 

 

 

내 가슴 빈터

함박 함박 내리는

하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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