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간과 십이지를 결합한 육십갑자의 원리에 따르면 용띠의 해는 매 12년마다 돌아오지만 같은 용띠라 하여도 갑진년은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해이기에 그 전 해인 1963년 역시 계묘년(癸卯年)이 됩니다.
60년마다 반복되는 60갑자에는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혹시…. 60년 주기로 다시 찾아오는 운세?
자료를 찾아보니 중국을 위시하여 우리의 선조들은 오랜 경험을 근거로 하여 매 띠마다 그 해의 특징을 만들어 놓고 그 해의 하고자 하는 일, 예를 들어, 결혼이나 사업 시작, 국제 행사나 축제 등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경험이나 신념이나 신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 해 아침 조용히 61년 전의 계묘년에 나에게 일어났었던 일을 되새기며 뒤를 이어 60년 전의 갑진년(甲辰年)을 회상하며 새로 열리는 2024년의 갑진년(甲辰年)을 소망해 보게 되었습니다.
61년 전인 1963년의 나 역시 2023년동안 병마와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을 하는 나처럼 힘겨운 시간이었었지요.
갑자기 시행되는 고등학교 입학 시험이 자유경쟁으로 바뀌는 덕에 아프게 중학교에서 이어지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못하고 1년동안 방황하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12명의 남여 학생이 모였던 소위 “셋방학교”에서 서울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대학생이 된 4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재수를 하였었으니까요.
1964년 3월5일은 친구들 보다 한 살 늦게 다시 들어간 학교의 개교기념일이라 하루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산이라곤 백운대를 서너 번 오른 게 전부였었던 내게 인수봉을 함께 등반하자는 친구들의 유혹에 겁 없이 따라 나섰습니다.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인수봉에 올라 “야~호”를 외치는 산악인들의 모습이 부러웠기도 하였었으니까요.
따듯해진 햇살을 등에 받으며 5명이 우이동 계곡에 들어서서 인수봉 자락에 당도하였을 때엔 점심시간이 되어 계곡의 눈을 녹여 점심을 먹고 난 후 커다란 바위 앞에 서서 올려다 보는 인수봉은 백운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바위 틈새를 비집으며 한참을 오르다 보니 노루꼬리처럼 짧은 봄볕은 바위에 가리우며 바위틈에 녹아 있던 물들이 슬며시 얼기 시작하니 상황이 바뀌었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가 없는 지점이었나 봅니다.
인솔하는 친구가 앞서 오른 후 로프를 내리면 그걸 잡고 오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허우대는 멀쩡하게 덩치만 컸지 경험 없던 나의 기운이 제일 딸리게 되자, 먼저 오른 친구들이 위에서 두레박질을 하여 저를 끌어 올리는 일을 하노라 고생들을 하였지요.
그러다가 바위 틈새가 팔이 안 닿는 곳으로 옮겨가야 할 때에는 위에서 로프에 매달린 저를 그네를 태워 왔다갔다하며 거리를 넓혀주면 겨우 틈새를 잡아 오르기를 반복하느라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어둠이 내린 캄캄한 밤, 멀리 서울인지 인천인지의 불빛이 아득히 보이는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5명인 일행들이 꼼짝 없이 인수봉 정상에 갇혀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한참 후 리더인 친구가 자일을 타고 내려가자고 결정을 한 후, 나보고 자일을 타 보았느냐고 묻는데….저는 그 때까지 자일을 타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희미한 별빛 아래 좁은 공간에서 로프를 감고 잡았다 놓았다 하는 법을 잠시 배워준 후 리더가 엉금엉금 기어서 로프 거는 곳으로 모두를 인도한 후 한 사람씩 내려간 후 또 다시 로프를 걸고 내려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다행히도 모두가 다 무사히 걸어 내려갈 수 있는 계곡에 이를 수가 있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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