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졌다. 머잖아 서릿발이 내려앉겠고 은빛 억새물결이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춤을 춘다. 자연의 섭리(攝理)에 귀 기울이면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진주(眞珠)는 조개가 입은 상처(傷處)를 이기고 아물어진 만큼의 크기”라고 한다. 자연의 이치(理致)야말로 삶의 이치임을, 자연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깨워준다.

 “서로가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지는 사회, 바로 양극화(兩極化) 사회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도 양극화 문제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 영순위가 됐다. 경제 위기 이후에 급격히 진행되기 시작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종 양극화, 이를 반영한 소득 양극화와 함께 최근에는 이념 양극화도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양극화가 초래하는 위화감(違和感)과 적대감은 개인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국가와 사회적 불안을 야기(惹起)할 수도 있는 비극을 잉태시킬 수 있어 경계해야 마땅하다.”

 인생은 70~80년, 길어야 100년이라고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주위 분들도 좋은 기운을 얻는 일이다. ‘사는(live) 곳보다 사는(buy) 것이 돼버린 집’을 두고 재산으로서 가치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심지가 없으면 등불을 밝힐 수 없고, 의지(意志)가 없으면 삶을 밝힐 수 없다는 생각이 찾아든다.

 우리네 일상에서 술김에 지껄이는 객쩍은 대화일지라도 운명(運命)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순간 우리 삶의 주인은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 아닐는지? 행복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기에 말이다. 비올 땐 아쉽고 활짝 개일 땐 귀찮게 여겨지면 상대방도 당신을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사람들이 우산을 잘 잃어버리는 이유일 테다.

 본디 허접한 식성(食性)이려니 하지만 자나 깨나 반찬 타령을 해본 기억이 없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물 한 그릇에 밥 한 그릇이면 팔진미오후청(八珍味五侯鯖)이 따로 없다. 저마다 선호하는 입맛은 다르겠지만, 식은 밥, 따뜻한 밥도 흔한 음식인 만큼 추억이 담겼기 때문일까, 어물전(魚物廛) 망신은 꼴뚜기가, 과일가게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장이 반찬이다’에 방점(傍點)을 찍고 싶다.

 한비자(韓非子)의 설난편(說難篇)에 ‘자루가 긴 창(矛)과 방패(盾)’를 두고 ‘말과 행동의 앞뒤가 어긋남’을 일러주는 ‘모순(矛盾)’이 등장한다. 마땅히 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들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야단법석이다. 세상에 유독 혼자서 힘들고 짓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이 없진 않다. 누구에게나 호·불호(好·不好)가 있듯이 수고로운 노력으로 가족과 이웃에게 대접해드리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강물이 아무리 빨리 흘러가도 주위는 늘 고요하고, 꽃이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절로 한가롭다’고 얻어들은 선현(先賢)들의 말씀을 되뇌어본다.

 서로서로 돕고 북돋우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하나뿐인 지구촌은 우리들의 내일이다. 땅 짚고 헤엄칠 수 없는 비행조종사는 뜻하지 않은 비상 상황에 관제탑에 “mayday!, mayday!, mayday!” 구조 요청을 한다. 잊지 말자. 비상 항공기는 관제(管制) 우선1순위로 처리한다. 유사(有史)이래 카인과 아벨의 피 흘린 역사는 오늘날에도 멈출 줄 모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세상을 독차지한들 기쁨과 감사를 나눌 수 없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면 그 무슨 소용이 있을까싶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만 예비군 동원령을 선포하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擴戰)을 선택한 후폭풍이 러시아 안팎에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엄포에 자극받아 한층 더 결속(結束)을 강화했으며, 부분 동원령(動員令)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된 러시아 시민들은 인접국으로 탈출 러시를 벌이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뉴스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국경수비 업무를 담당하는 프론텍스(Frontex)는 지난 한 주 동안 러시아인 6만6000명이 EU 역내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종전 대비 30% 급증한 수치라고 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만, 구소련 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것은 이미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초부터 소련시절의 군대를 이용해 구소련 국가들을 러시아주도의 정치 및 안보 구조에 합류하도록 강요했는데, 이러한 러시아의 지배력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렴, 인간이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는 면에서만 평등하다면 글쎄다.

“知心不用多 流俗未易一 相逢輒矛盾 方信有膠漆” - ‘마음을 아는데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나 / 전래(傳來)의 풍속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네. / 만나면 번번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으니 / 비로소 믿노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 [진저(陳著)/南宋, <양월이십일일군상치주로정로여출산차취자미(良月二十一日郡庠置酒爐亭勞余出山且取子美) 十絶其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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