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진실

 

 

오해와 진실

 

 (국제펜클럽회원)

 

 봄바람이 살랑대고 여기저기 눈 닿는 곳마다 찬란하게 찾아올 계절의 아름다움이다. 꽃망울 맺힐 즈음이면 비바람이 거세진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삼백예순여섯 날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이상해진 놈들만 득실거린 세상’이라지만, 다른 사람을 예단(豫斷)하기 전에 잘난 우리 자신을 먼저 살펴봄직도 하다.

 

 짐짓 백년도 채 못살면서 천년 뒤를 걱정하기도 하는 우리들이 무슨 말인들 못할까만, 어느 구름에 비올 줄 모르는 위기를 경고하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Canary in a Coal Mine)’가 될 수도 있다, “만족할 줄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안다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이른 말씀이다.

 

‘선거는 돈 먹는 하마(河馬)’라고 한다. 대선에 출사표를 낸 예비후보들의 입장에선 소속정당에 내는 기탁금, 등록에서 본 경선까지『억!』소리가 저절로 나는 ‘쩐(錢)의 전쟁’이라니 말이다.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최대 51억 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고, 509억 원까지 선거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선관위의 발표다.

 

 옛 선인들은 “물 움켜잡으니 달이 손에 있다”고 읊었지만, 유효득표수의 15%를 넘으면 선거 비용 전액을, 10% 이상은 절반을 보전(保全)받을 수 있다. 물론 국민혈세로서 채워진다.

 

 비록 선거에 소요되는 돈은 엄청나지만 국민이 부여하는 권력과 미래에 대한 최선의 투자에 틀림없다. 신(神)의 한 수이어야 할 유권자 저마다의 신중하고 올바른 선택이 그 여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이다. 역사는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통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흘러간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늘 그랬으면 오죽이겠지만 때로는 절대적이라 할만한 진리도 부침(浮沈)을 겪는 수가 있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모두가 건강하고 희망에 찬 앞날이길 빌어마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없진 않지만, 지나친 권력의 집중은 부패를 낳는다고 말한다. 지름길을 두고도 힘없고 아쉬운 사람은 먼 길을 돌아가곤 한다. 속이 텅 빈 강정처럼 부피만 크면 무얼 한답니까. 값싼 비지떡보다 못하다고들 말하지요. 우리네 일상에서 차량의 잔존(殘存)가치보다 수리, 유지비용이 훨씬 많으면 폐차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제발 한마음이 되고 올곧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알량한 부모 허락받고 군사작전에 투입시킨다는 쇼킹한 뉴스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어찌하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거참이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책임져야하는 정치인도, 이 나라를 목숨까지 바치면서 지켜내야 하는 군인들마저 이따위 꼬락서니로 전락해버렸다니….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던 D?맥아더의 마지막 연설이 생각을 키워준다.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고개를 조금만 돌려도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자기가 제일인 양/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감사한 마음이고/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꽃들 가득한 세월의 길목에/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이 봄을 느끼며/두발 부르트도록/꽃길 걸어볼랍니다.//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진심으로 사랑합니다./4월이 문을 엽니다.”

 

- 이해인 /《4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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