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ner Take It All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추양열전(鄒陽列傳)>에  ‘백두여신 경개여고’(白頭如新 傾蓋如故). ‘백발(白髮)이 되도록 오래 만났어도 처음 사귄 친구처럼 서먹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레를 멈추고 잠깐 만났어도 죽마고우처럼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때론 백약(百藥)이 무효인가 싶은 생각이 찾아들기도 하지만, ‘길은 찾는 게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에 용기를 얻기도 하는 우리들이다.
 미국 국적을 지닌 시민권자라고해서 무조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대통령 자격 요건을 규정한 미 헌법 2조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취임일을 기준으로 만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한 ‘태생적 미국 시민(natural-born citizen)’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의 당락(當落)은 그네(swing)처럼 표심(票心)이 왔다 갔다 해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 불리는 경합주(競合州) 6~7곳에서 결정 난다. 이는 미국 대선의 복잡하고 독특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 대선을 치르는 대부분의 주에서는 승자독식제를 도입하고 있다. 아무리 격차가 근소하더라도 1위 득표자에게 배정된 선거인단을 전부 몰아주는 제도다. 선거인단은 총 538명이고 각 주별로 인구에 비례해 할당돼 있다. 여기서 과반인 270명만 확보하면 무조건 당선이다. 때문에 대선 때마다 양당 후보들은 자신과 상대방의 텃밭은 제쳐두고 스윙 스테이트 유세에 집중해왔다.
 다만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는 다른 주(州)들과는 달리 승자독식제(勝者獨食制)를 채택하지 않고 득표 비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한다. 연방제국가인 미국에서 각 주별(州別) 독립성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고안된 승자독식제지만, 교통과 통신이 열악했던 200년 전 제도를 이젠 바꿀 때가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D•트럼프 현직 대통령과 J•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애리조나•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미시간 7곳이 3%포인트 이내 득표율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6곳에서 바이든이 이겼다. 앞서 2016년 대선에선 득표율 3%포인트 ±이내 상위 8개 격전지를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4곳씩 가져갔는데 트럼프가 승리했다. 모닝 컨설트•블룸버그뉴스가 지난해 11~12월에 조사한 7곳 경합지 모두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섰다. 대부분이 오차 범위 내 ±우세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바이든이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아이오와는 첫 대선에 도전했던 2016년 트럼프에게 ‘충격패’를 안긴 곳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 주이다. 이른바 ‘콘 벨트(corn belt)’ 중심지인 아이오와는 인구 310만명으로 미국 전체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초반에 승리할 경우 상승세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커 ‘대선 풍향계(風向計)’로 불려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 주관으로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방위 공약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제대로 우리를 대우할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변을 했다. “나토는 우릴 이용했다”고 하면서 동맹국들이 자신들 몫의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은 탓에 미국이 이를 떠안게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쪽집게로 소문난 英 언론의 새해 전망…미국 대선 승자는 누구?” 적중률이 높기로 유명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필진들의 ‘2024년 세계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대선, 중동 정세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새해 전망을 밝히면서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 승자로 조•바이든 대통령을 지목해 눈길을 끈다. “인기 없는 바이든 대통령 대항마로 나선 자격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미국 역사상 가장 더러울 것”이라며 “비록 눈에 띄게 연로해 보이지만, 조•바이든은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11월 재선 도전에 나선 조•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3월 7일 의회에서 집권 4년차 국정연설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X에 올린 글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의 국정연설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1기 임기 중 마지막인 이번 국정연설은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승기를 굳힐 것을 보이는 ‘슈퍼화요일’(3월 5일•가장 많은 주에서 경선이 실시돼 일컫는 말) 이틀 뒤에 열린다.
 메인주의 셰나 벨로우스 법무장관의 결정과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D•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대선후보 출마자격에 제동을 건 결정의 근거가 된 미국 수정헌법 3조항(섹션 3) 내용은 단 2줄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든지 “헌법을 수호한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고도 국가에 대한 반란에 관여한 공직자는 선출직 공무원이 될 수 없으며 의회에서 2/3 지지로 이를 허락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남북 전쟁이 끝난 뒤 남부연맹 출신 공직자들이 연방정부 진입을 차단시키기 위해 마련된 3조항은 의회가 1872년에 대부분을 사면한 이후 사실상 무용화(無用化)되어 거의 사용되지 않던 유별난 법적 영역이라고 AP통신이 분석 했다.
 법학자들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이 법이 유일하게 인용된 것은 1919년 미 의회가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 의원들이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마 자격을 박탈한 것이 유일하다고 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6일 역사상 초유의 의사당 폭동사건에 적용되었다. 뉴멕시코주의 한 농촌 카운티의 판사 한 명이 이 법을 적용해서 카운티(county) 의원 한 명이 의사당 난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퇴출시켰다.
일부 보수정객들은 트럼프가 같은 이유로 출마자 명단에서 삭제될 경우엔 앞으로 정당들이 3조항을 이용해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정적들을 제거하려 나설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이번 자격박탈 판결을 ‘반(反)민주주의적’결정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연결시키고 있다. 콜로라도주 판결을 비롯해 트럼프 자격 박탈을 주장해온 진보단체의 기부자들이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기부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바이든정부는 대통령이 이번 판결이나 트럼프의 대선 예비후보 자격과 관련한 어떤 판정에도 역할을 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제거를 찬성하는 이들은 1월 6일 의사당 폭동 자체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3조항의 적용에는 그 보다 더 적합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에 트럼프를 대선후보자 투표지에 계속 올려놓는다면, 이는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극단적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사법제도를 왜곡시키면서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중대한 첫 판례로 남을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부침(浮沈)을 거듭해온 인류역사는 걸출(傑出)한 영웅•호걸들이 “용(龍)이 되고 범(虎)이 되어 한 시대를 할거(割據)하고 위용(威容)을 떨쳤으나 역시나 허망한 일(爲龍爲虎亦成空)”이었다고 적고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속에서 퍼덕거리는 물고기’에 비유되기도 했고, ‘우물 속에 빠진 당나귀가 살아난 방법’을 에둘러 일러주는 우화(寓話)도 있다. Sometimes you will never know the true value of a moment until it becomes a memory.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토 지코메티(스위스 조각가), <걷는 사람(Walking man)>] (대한민국 ROTC회원지 Leaders’ World 202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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