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대한민국 영원하리라!♬

 

 여명(黎明)이 밝아온다. “새해에도 건강과 행운이 여러분 가정에 함께하시길!” 열심히 노력하면서 세숫대야에 세숫물만 떠 놓아도 용(龍)이 날아오를 것 같고, 이뤄내고픈 꿈도 적시안타(適時安打)였으면….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할 일이다.

 

 다양한 풍경과 활기찬 문화가 넘치는 세상이다. 세계적인 포털 구글은 올해의 검색어 발표에서 ‘비빔밥’이 조리법 분야의 1위에 올랐다. “정갈하면서도 화려한 느낌. 몸에 좋은 각종 제철나물이 들어있고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점이 사랑받는 비결로 꼽혔다고 한다. ‘음식과 약(藥)은 그 뿌리가 같다’는 철학이 담긴 비빔밥’은 K컬처 열풍 속에 드라마가운데 우리 음식이 많이 등장한 것도 덩달아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COVID-19가 지구촌을 뒤덮던 2021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메신저(m)RNA 백신이 등장했다.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과학을 믿고 백신 접종에 나서자고 권장했으나, 새로운 백신이기에 접종받길 주저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미국의 비영리 디자인 연구소 앰플리파이어는 예술가들이 오픈 소스 형식으로 포스터 제작에 참여하고, 무료로 배포되어졌다. 메시지가 간결하고 강렬한 V자 포스터는 약 2000만 명이 내려 받아 지구촌 곳곳에 붙이면서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결국 대규모 백신접종으로 인류는 COVID-19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전 세계 뉴스 부문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최다 검색어로 꼽혔다. 지난 11월 24일부터 두 차례 연장된 휴전이 12월 1일 종료됐음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모두 전투 재개를 확인하면서 국제사회의 장기휴전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휴전 파기 직후부터 격렬한 전투가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휴전협상이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휴전이 앞으로 다시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관해 브리핑 받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중해 바닷물을 끌어와 하마스땅굴에 쏟아 붓는 침수(侵水) 작전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구축한 가자지구 지하 땅굴을 파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바닷물 침수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만이다. 이스라엘의 최대 골칫거리는 땅굴이다. 하마스는 서울 면적의 60%인 가자지구에 총연장 500여 ㎞의 땅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휘부, 무기고, 지하통로, 벙커로 활용한다. 이스라엘의 파상공세에도 궤멸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았다. 이스라엘로선 땅굴파괴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미 로봇 부대, 특수공병대, 화학무기, 불도저를 투입해 전방위(前防衛) 공격을 퍼부었다. 일부에선 전쟁을 끝낼 전략이라 하고, 땅을 황폐화시킬 반인도적 행위라고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다음 전쟁터는 대만해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대만군이 미사일로 싼샤댐을 겨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인 중국 후베이성 싼샤(三峽)댐은 높이 185m, 길이 2.3㎞에 총저수량은 393억t으로 소양강댐의 13배 넘는 댐이 무너지면 양쯔강 하류의 광저우, 난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4억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할 것이란 말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부산 깡통시장에서 분식 먹방 사진이 ‘동원(動員) 논란’으로 번지며 세간(世間)이 떠들썩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대통령인 저의 부족한 소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한 대통령의 부산 행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어야 하는데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경제위기 속 글로벌 경쟁을 향해 기업인들이 뛰어도 모자랄 터인데 대통령 행사에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운명’이라며 진보 언론은 각을 세우고 ‘쇼’로 치부했다.

 

 ‘떡볶이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됐지만, 대통령실은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부산 방문은 2030 세계박람회 유치는 불발됐어도 정•재계가 함께 경제발전에 힘쓰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그룹 홍보맨들이 ‘기업회장님이 대통령실 행사에 참석하는 의미가 뭐냐’는 기자 질문에 “부르면 안갈 수 있겠습니까. 괜히 밉보일 필요가 있나요”라고 대답했던 우문현답(愚問賢答)을 외려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실 행사에 기업인들이 부름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가까이도 멀리 하지도 않음(不可近 不可遠)’을 고수한 정부도 있었다. 저마다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긴 하다지만, 역대정부에서도 기업 총수들에 대한 ‘부름’은 계속돼 왔고 정권 색깔에 따라 모양새만 좀 달랐다는 것이다.

 

 한 언론은 <대기업 총수들 집단 동원은 최소화되길…> 타이틀의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떡볶이 먹는 사진은 화제꺼리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이 얼마나 기업하기 힘든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듯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잠시라도 한 눈 팔면 언제 떠밀려날지 모르는 글로벌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기업이다. 대통령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것이 한국 실정”이라며 기업 총수 동원은 가급적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피크(peak) 코리아’의 가장 뚜렷한 징후는 추세적(趨勢的)인 경제성장률의 하락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성장률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는 IMF의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빠른 고령화(高齡化)는 선진국 따라잡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노동, 자본, 생산성의 함수(函數)다. 이런 추세라면 GDP 감소의 가장 큰 몫은 급증한 노년인구의 부양(扶養) 부담인데, 2050년 GDP는 지금보다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은 0%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생산성은 낮고’ 세계 경제의 우등생이자 모범생이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상비(常備) 병력 50만 명이 무너지며 군(軍)은 새해부터 신병교육대 3곳 해체를 시작으로 계속 줄여가기로 했다는 뉴스다. 군 복무할 사람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는데 현재 27만 수준인 스무 살 남성 인구는 15년 후엔 30% 더 감소한다니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앞당겨 보는 듯하다. 2040년이면 지방대학 절반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는데,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가재정, 연금, 교육 등 사회 시스템 변화로 직결되게 마련이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성장이 계속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역동성 측면에서 봐도 여전히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고, 한해 50조 원 이상을 쏟아 붓는 지금의 저출생 대응은 적절한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급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시점이다.

 

 나옹(懶翁) 선사가 지었다는 낙도가(樂道歌)에 “마음도 일 없는 마음이요, 얼굴은 엄마가 낳아준 얼굴”(心是無事心 面是?生面)이라 했다. 인간의 이상(理想)과 현실의 괴리(乖離)는 생각보다 훨씬 크지만, 자연의 섭리(攝理)에서 인간은 초라하다 뿐만 아니다. 불완전하기에 강해야 하고, 확신할 수 없기에 보다 현명해져야 마땅할 터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지만, 달이 기울면 별 반짝이듯 너나없이 쉽지 않은 일 넘어선다면 오죽이겠다.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4년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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