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망의(見利忘義)



 교수신문dl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교수 30.1%(395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고 발표했다. ‘견리망의’는 《장자(莊子)》 <산목편(山木篇)>에 등장하는 비유로서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 모습’을 가리킨다. ‘견리망의’는 논어 ‘헌문편’(憲問篇)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에서 유래한 말로 ‘이(利)로움을 보자 의(義)로움을 잊다’는 뜻이다. 2위(25.5%)는 ‘도둑이 매를 든다’는 의미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 3위(24.6%)는 ‘피리를 불 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의 ‘남우충수(濫?充數)’였다.

 

 2001년부터 한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가리는 설문조사를 해온 교수신문은 세월호 사건 등 혼란스러운 일이 많았던 2014년에는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아 주목받았다. 2020년엔 ‘내로남불’을 뜻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지난해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꼽혔고 올해는 의(義)로움 대신 이(利)로움만 좇는 시대상을 비판하는 단어가 선정되면서 씁쓸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짚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여러분의 재능이 우선일까? 아니면 노력이 먼저일까요? 아무렴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고 얼버무려선 아니 될 일인 줄로 사료(思料)된다.

 

 저마다 나름의 기준이 있지만, 미끄러운 눈길에선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눈길과 빙판길은 일반 노면(路面) 대비 4~8배 더 미끄럽기 때문이다. 바퀴자국이 있는 눈길에선 핸들을 평소보다 더욱 힘줘 잡아야 하며, 언덕길에서는 저속 기어 변속을, 내리막길은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한다.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는 안전운행을 위한 수칙을 견지(堅持)하고 있다면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시나리오는 사실에 바탕을 둔 분석이 아니라, 기대와 희망에 가까워 보인 경우가 적잖다. 철저한 불신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전개 속에서, 인질 석방과 시한부 휴전은 난항을 거듭했다고 한다. 하마스가 인질 5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나흘간 일시휴전에 들어갔다. “IDF는 일시휴전에 잘 대비하고, 일부 휴식하는데 활용할 것”이라며 “모든 시민의 무사 귀환을 위해 우린 목숨 걸고 싸울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상대방의 배경과 맥락을 깡그리 생략한 채 결과만 앞세우는 건 그렇다손,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외치는 것도 여간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얻은 떡이 두레 반’이라지만, 확대해석은 금물(禁物)이어야겠다. 수고하지 않고 얻은 것이 애써서 만든 것 보다 많다는 뜻인 줄 알지만, 저마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자기들에게 이롭게 견강부회(牽强附會)할 텐데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거리에서 캐럴송이 사라졌다고 오해하고 계신 시민들이 많다”고 한다. 저작권료 납부의무가 있는 특정업종(카페, 대형마트, 피트니스 센터 등)은 납부해야 하지만, 캐럴을 비롯해 들렸던 각종 음악이 들리지 않는 것은 소음(騷音)규제와 관련이 있고, 매장 내에서 노래를 틀고 문을 열어 길거리까지 들리게 하는 방법 또한 난방 효율 저하에 따른 에너지 규제정책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음악으로 작으나마 위안을 얻고 시민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

 

 반정부 저항운동이 1년 반 가까이 지속돼온 이란에서 70세 택시기사가 ‘불복종의 영웅’으로 떠올랐다는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다. ‘춤추는 사데(Sadegh.booghy)’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한 영상을 보면, 베이지색 바지에 보라색 셔츠, 크림색 자켓을 걸친 백발의 사데는 라슈트의 수산물시장에서 상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화살을 쏘는 흉내를 내는 춤을 췄다. 가사내용은 •♬“난 라슈트 출신. 나는 너무 멋져”♬로 정치적 메시지와 거리가 멀었다. 라슈트 시민들이 이 영상을 퍼 나르며 평범한 택시기사인 사데는 이란의 유명 인사가 됐다. 어느덧 사람들은 그를 “사데 삼촌”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현지 기자는 FT에 “(사데의 공연이) 사회운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아마도 그의 의도는 그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흥겨운 춤과 노래로 수산물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평범한 인기몰이를 하던 사데가 민주화의 ‘핵인싸’로 떠오른 계기는 이란 당국이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하면서다. 사데를 중심으로 시장에 한데 모인 사람들이 반정부 슬로건을 외치지도 않았는데, 이란 경찰은 이달 초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했다. 시아파(Shiah) 이슬람 국가 이란은 남녀가 한데 모여서 춤추고 노래하는 행위를 ‘부패를 조장하고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를 한 혐의’로 처벌한다. 이란 정부당국은 사데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1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사데 돌풍이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고 FT 등은 보도했다. 2021년 8월 보수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해 9월 이란은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 이후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고 의문사 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이란 정부는 소셜미디어와 시위 통제에 나섰다. 시위 강경진압으로 500여 명의 시민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부터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거나 집안에서 창밖으로 반정부 메시지를 외치는 ‘조용한 불복종’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늘었다.

 

 국민들은 저항했다. 사데의 춤과 노래를 집이나 거리 등에서 따라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방식이다. 사데의 노래를 키보드로 연주하거나 SNS에 올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FT는 “자유를 요구하는 이란인들의 국가에 대한 적대감이 한 노인의 익살로 확산됐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친정부 언론도 정부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영 일간 파르히크테간(Farhikhtegan)은 “어떻게 수산물시장 상인들의 춤과 노래를 반정부 저항 행위로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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