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orld Scout Jamboree

 대추나무에 연 걸렸던 <2023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가 세계 청소년들이 서로 협력해 고난을 극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중앙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이 마음을 모아 난국을 슬기롭게 수습해낸 것을 두고 “정부가 친 사고를 우리 국민의 혈세로 수습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하는가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잼버리’의 시작은 1920년 영국 런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카우트 운동’ 창시자 로버트 남작은 1800년대 후반 영국 육군에서 복무했다. 아프리카에 배치된 그는 보어 전쟁(1899) 당시 성공적 도시 방어 작전으로 모국에서도 전쟁 영웅으로 유명했다. 그는 청소년에게 극기심과 리더십을 기르게 해줄 좋은 기회라고 여겨 세계 최초의 스카우트 운동을 창설한다. 보어 전쟁,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수많은 젊은이의 삶이 황폐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스카우트 운동이 청소년에게 ‘삶의 목적과 즐거움’을 부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최초의 ‘잼버리 대회’는 로버트 남작의 주관아래 1920년 런던 올림피아 센터에서 진행됐다. 8,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모여 수일간 야영을 하고 다양한 단체 이벤트를 즐겼다. 잼버리는 북미 대륙 인디언의 단어가 미국에 전파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기쁘다’는 뜻이다. 당시 영국에선 매우 생소한 단어였는데, 로버트 남작은 “잼버리 외에는 이 대회에 어울리는 말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잼버리대회는 수십 개 국가의 스카우트 단체가 참여하는 국제 행사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溫熱疾患者)가 속출하면서 갖가지 논란에 휩싸인 새만금 잼버리대회 후폭풍이 거셌다. 하이드 영국대표는 영국 스카우트가 현장 상황에 우려를 제기했고,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너무 작고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여건은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위생 열악, 의료 서비스 불충분> 등 네 가지 측면에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주최 측에 실망감을 느낀다”며 “가기 전부터, 그리고 행사 중에 이런 우려 일부를 되풀이해서 제기했고, 시정될 것이란 약속을 받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 천 명이 사용한 화장실이 정기적으로 청소되지 않는 걸 상상해보면, 어떤 상황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반 “행사 준비가 COVID-19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면서도 “독립적인 조사 검토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구촌 청소년의 친교와 즐거움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된 행사이지만, 100년 넘은 역사에 잼버리를 둘러싼 사건·사고도 적잖았다. 런던에서 펼쳐졌던 제1회 잼버리도 인근 템스강이 범람하면서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1963년 그리스에서 열린 잼버리 당시에는 필리핀 보이스카우트 24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아라비아해에 추락해 전원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2005년 미 버지니아주 잼버리 행사에선 성인 지도자 4명이 감전(感電)되는 사고도 일어났다. 올해 잼버리는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행사장인 새만금에 냉방 대책, 위생 시설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결국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가 현장에서 철수하는 불상사(不祥事)가 발생했다.

 

잼버리 유치로 새만금 지역발전 효과를 기대했으나 지역 이미지 실추 등 예상치 못한 역효과에 억누르고 있던 불만이 연쇄 폭발하는 분위기였다. 5명의 새만금 세계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가운데 그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고 나서진 않는 걸 보면 잼버리 행사집행을 맡은 부처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라북도는 기반시설의 확충을 위해 예산 집행을 줄곧 요구했다고 밝혔으나, 6년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평이 나온다. 정부는 잼버리가 민간행사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처음부터 전면에 나섰어야 했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폭염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위생과 청결 문제는 충분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참가학생의 부모들은 인생경험을 쌓을 줄 알았는데 ‘생존미션(Survival mission)’이 됐다고도 했다.

 

 8월 8일 오전부턴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함에 따라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야영지에서 비상 대피해야만 했다. 책임 소재(所在)와 상관없이 불철주야로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여러분들이 들으시면 몹시 서운해 할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갔다”느니 마땅찮게 얻어들은 뉴스에 빙의(憑依)되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영국 ‘베드퍼드셔 꿀벌 스카우트대’를 이끄는 닉 카일리는 BBC와 서울에서 만난 자리에서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사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이 소매 걷어붙이고 170여개국에서 온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렸다는 사실”과 “잼버리 야영장은 환상적이었고 친절하며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하나의 도시로 탈바꿈을 했다”고 말했다.

 

 “극심한 폭염과 열악한 위생에도 우리 대원들은 경이로운 적응력을 보였고 주최 측으로부터 괜찮은 지원을 받았다”며 “부정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언론 보도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언어도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스카우트 정신’을 체감하면서 “힘들긴 했지만 새로운 문화와 종교, 평생 볼 기회가 없는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강조했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함에 따라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야영지에서 비상대피에 나섰다. 낯선 이국땅에 찾아와 사서 고생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생각하니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 많지만, 머무는 동안 내 집처럼 편한 휴식을 취하다 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자연의 위력을 모두 막아낼 순 없었지만, 머물었던 텐트 걷고, 쓰레기 줍고 질서정연하게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는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의 행동은 일사불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150여 국가에서 모인 45,000여명 스카우트 대원들은 저마다 고국에 돌아가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얘기할 것”이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홍보(弘報)대사라는 마음으로 잼버리(Jamboree) 대원들을 맞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는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는데 집중한다는 전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폭염을 비롯해 주최 측의 부실운영으로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대회였다’는 평가 속에 외신들은 신속히 대원들을 태풍에 대비해 수도권 등으로 이동시키고 주요 기업, 종교단체, 학교 등 민간의 지원을 이끌어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은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이 폐영식에서 이번 잼버리에 대해 “지난 며칠 동안 많은 일이 쉽지 않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인상적이었다며 그 어떤 여정에서도 이렇게 많은 도전과 극한의 기상환경을 겪은 적이 없었지만, 우리는 이 모든 도전에 직면해 이겨냈다”고 말한 것을 전했다.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폐영식 몇 시간 전 정부에 “폐영식 후에도 모든 국가의 스카우트 대원이 마지막으로 출국할 때까지 숙식과 교통, 문화 체험, 관광 등을 최대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을 보도하면서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음을 보도했다. 로이터의 경우, “한국은 수만 명의 청소년 스카우트 단원들을 위해 K팝 콘서트를 개최, 악천후라는 불운을 만난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치르고 미흡(未洽)했던 조직·운영에 대한 비판을 삼가며 국위(國威)를 선양(宣揚)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폐영식에서 “대회 기간 내내 기후 변화로 인한 장마, 폭염과 태풍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이 낯 설은 어려움을 겪은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참가자들의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을 로이터 통신은 언급했다. 불철주야로 수고하신 분들에게 격려도 아끼지 않아야 할 일이다.(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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