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잦아들 날 없는 세상에’

 

 “3년 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은 비극이 되었다.”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비보(悲報)가 놀랍다. 사고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세계음식특화거리로 이어진 좁고 비탈진 골목길에서 155명이 압사(壓死)하고 152명이 부상당한 참사(慘事)가 발생했다. 황망(慌忙)하기 짝 없는 비통함에 머릿속이 온통 하얘진 유족들에게 삼가 깊은 위로와, 뜻하지 않은 안전사고에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의 명복(冥福)을 빈다.

 저마다 만감(萬感)이 교차(交叉)하겠지만, 후회는 항상 뒤늦게 찾아든다. “Trick or treat!” ‘아이들이 구실삼아 사탕을 당당하게 얻는 핼러윈 행사’라 하지만, 행여 자식걱정에 밤새워 놀라셨거나, 사고를 당한 부모의 무너진 심정을 생각하면 목메어진다. 동료 및 지인들은 SNS를 통해 “(부고를 듣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고갤 가로저어 애통한 마음을 드러내는가하면, “친구를 좋아했거나 안 친했던 사이였어도 찾아와 주신다면 좋아할 것”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달라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폭 4미터의 좁은 골목길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는데도 양쪽 통행이 허용된 상황에서 밀고 밀리는 현상이 격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현장에서 피해를 모면(謀免)한 이들의 증언이다. 사고가 시작됐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의사소통이 완전히 막혔고 ‘싸움이 났다’는 헛소문까지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현장 주변으로 안내 없이 골목길에 몰린 인파와 현장의 심한 소음, 사람들의 밀치기만 없었어도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큰 네모꼴에는 모서리가 없다.(大方無隅)”고 했다. 연극배우이신 손숙 여사의 특별기고문에서 “참척(慘慽)의 고통에 처한 지금 그 어떤 말과 행위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눈물 흘리고 그 슬픔을 바라봐주고 귀담아 들어주고 손잡아주고 함께 기도해주는 것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며 비통에 빠진 많은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고마운 말씀이다. 시민의 보호·안전관리 의무는 관련 법령을 따질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정부와 지자체·경찰의 존재 이유이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 투입된 경찰·소방관과 구조·구급 인력을 향해 감사드리는 마음도 잊지 않아야 마땅할 일이다.

 ‘뜨거운 죽(粥)에 입술을 덥석 데이고 나면 냉채(冷菜)도 후후 불어서 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어려움을 겪은 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매사에 지나치게 조심함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내게 부족한 것을 덮기 위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자신을 방어하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나쁜 습성 중에 하나라는 걸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일까만… 어느 누구든지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에 틀림이 없다.

 현재 COVID-19 변이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확산과 양상(樣相)이 복잡다단해진 모양새다. 인도에서는 ‘켄타우로스’ 변이(BA.2.75), 유럽에서는 BA.5 세부 계통 중 하나인 BF.7, 미국에선 BA.4.6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타났으나, BQ 형제 변이가 세력을 넓히면서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보도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BQ.1과 BQ.1.1이 국내에서도 빠른 전파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하위 계통인 BF.7, BA.2.75, BA.2.3.20도 꾸준히 검출되고 있어 전문가들은 올겨울 7차 대유행은 특정 변이가 아닌 다양한 변이가 동시다발로 창궐하는 ‘변이 춘추전국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高)연령층,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COVID-19 부스터 샷과 동절기 독감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한다.”는 전자우편이다. 방역당국은 감염 예방보다는 중증(重症)으로 입원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한다. 이번 백신 접종이 개인적으론 다섯 번째인데… 현재 유행시즌에 접종을 한다면 감염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팔 걷어 올렸다. 개인 건강과 위생관리에도 더욱 힘써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

 태평양에서 남한 16배 크기 쓰레기 섬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 작업을 진행 중인 국제 환경 단체인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이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10만86㎏을 끌어 올렸다”고 밝혔다. 바다에 버린 폐어구(廢漁具)가 주범이지만, 한국 폐기물이 세 번째로 많았다는 부끄러운 뉴스다.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이다. 해마다 3억 5000만톤 이상 나오지만, 대부분이 재처리되지 않고 땅에 묻거나 그냥 자연으로 배출된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고작 5%에 그친다. 종류별로 처리기술이 다르지만 분리수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그냥 버리는 거다. 플라스틱쓰레기 문제는 특히 바다에서 문제가 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간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는 지금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진다면 2050년까지 바다에 무게로 따져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란 추산이다. 바다에서 자행(恣行)되는 무책임한 쓰레기 투척(投擲)행위는 막나니 짓이나 다름 아니다.

 “勸君休作悲秋賦 白髮如星也任垂 畢竟百年同是夢 長年何異少何爲” - ‘그대 서글픈 가을 시 짓지 마시고 / 머리카락 희끗희끗해도 그냥 두시게 / 인생백년 너나없이 한바탕 꿈인 것을 / 오래 살았다고 뭐가 다르겠으며 젊은들 뭘 어찌하겠소.’ - [원진(元?)/唐, <수락천추흥견증(酬樂天秋興見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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