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유출국'이 '올림픽 개최국' 되자…"이건 참사다" 스페인·터키 분노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일본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유치 경쟁을 벌여온 스페인(마드리드), 터키(이스탄불) 국민들은 크게 낙담했다. 특히 일본이 ‘원전 방사능 유출’이라는 ‘대형 악재’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참사다” “사기다” 알칼라문 광장 탄식, 분노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드리드의 개선문’으로 불리는 알칼라문(Puerta de Alcala)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스페인 시민들은 기대와 달리 마드리드가 1차 투표에서 일찌감치 고배를 마시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다같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고 광장을 휘감던 음악소리는 자연스레 꺼졌다.

스페인 시민들의 2020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일본과 터키가 각각 방사능과 정치적 혼란, 도핑 물의 등의 민감한 치부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유치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건 참사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또 한 시민은 “1차 투표부터 떨어질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다. 너무 슬프다”라면서 눈물을 흘렸고, 일부 시민은 “이건 사기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수년 간 경기 침체에 신음해 오고 있는 마드리드는 구제금융을 받는 도시가 제대로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적은 예산으로 내실 있는 대회를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벌여 왔다. 무조건 규모만 큰 올림픽이 아니라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 3개 도시 중 가장 적은 비용인 50억3600만 달러(약 5조5018억원)에 성공적인 개최를 장담했다. 이미 올림픽 준비가 80% 이상 진행됐다는 점도 이들에겐 큰 호재였다.

한 시민은 “올림픽 준비가 80% 이상 끝났다는 것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전력도 IOC 위원들에겐 와 닿지 않았나보다. 부끄럽고 애석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마드리드는 지난 1972년 처음 올림픽 유치 도전에 실패한 이후 40년 만인 2012년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런던에 패했고, 2016년 올림픽 유치전에서도 리우데자네이루에 지면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터키 총리 “이건 우리 운명이 아니다”

1차 투표에서 마드리드를 눌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터키 하기야 소피아 성당 앞에 모인 수만 명 터키 시민들의 축제 분위기는 그야말로 절정에 달했다.

신나는 음악소리와 여기저기서 터키 국기가 물결을 치듯 나부꼈고, 일부 시민은 이미 올림픽 개최가 확정이라도 된 듯 황홀감에 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이 원전 방사능 유출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1차 투표 승리를 곧 최종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후 11시(현지시간)가 조금 넘어 최종 개최지 이름이 나오자 광장을 가득 메우던 환호 소리는 이내 한숨 소리가 돼 버렸다. 시민들은 마치 연기가 사라지 듯 흩어져 버렸다.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우리의 운명이 아니다”라며 “도쿄는 이미 올림픽을 개최했는데도 선정된 것이 실망스럽다”며 안타까워했다.

에르도간 총리는 이번 유치 경쟁에서 이스탄불이 선정된다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슬람권 국가 도시의 첫 올림픽 개최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 왔다.

한 시민은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누출 사태가 일어난 나라”라며 “IOC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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