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이 투기자본이라는 점이 명명백백하게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전량(14.82%)을 매각키로 함에 따라 2년3개월을 끌어온 SK㈜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으로 소버린이 자신들의 주장과는 달리 전형적인 투기자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SK㈜도 소버린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이 펀드가 아직 ㈜LG와 LG전자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소 버린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특히 소버린은 SK㈜ 지분 매각 대금을 1조원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국내 증 시에서의 '투기적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주목된다. 재계는 "1768억원을 투자한 소버린이 2년3개월 새 투자원금의 4배가 넘는 8200 억원의 국부를 유출해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내 세운 투기펀드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절감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는 특히 투기자본에 기업 경영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투기자본의 전형인가 소버린의 SK㈜ 지분 매각은 이미 지난달 20일 투자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돼 왔다. 경영참여를 하지 않고 투자수익 실현만을 목적으로 바꾼 만큼 목표 수익을 거두 면 언제든지 털고 나갈 계획이 있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소버린은 현재 자신들의 지분 매각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두바이 본사는 주말이어서 연락이 끊긴 상태이며 국내 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엑 세스커뮤니케이션도 본사와는 연락이 안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 배경은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두 차례에 걸친 주주총회에서의 대결에서 완패를 당해 자신들이 내세웠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증권가는 이들이 지분을 털기로 한 가장 큰 이유를 투자수익을 더 이상 극대화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때 소버린이 SK㈜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거나 기자회견만 열어도 주가가 폭 등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SK㈜ 주가에서 소버린이라는 '재료'는 사라진 것이 나 다름없다는 것.게다가 SK㈜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펀드의 특성상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시점이 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소버린은 지금이 차익을 실현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 고 봤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배구조 개선'은 애초부터 포장용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LG 지분은 어떻게 되나 소버린측이 SK㈜ 지분을 매각키로 함에 따라 이제 소버린이 갖고 있는 ㈜LG와 LG전자의 지분이 관심사가 됐다. 소버린은 현재 ㈜LG와 LG전자의 지분을 각각 7.0%와 7.2% 보유하고 있다. 물론 ㈜LG와 LG전자는 SK㈜와는 달리 단단한 지분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소버린 에 의해 경영권이 흔들리는 일은 없겠지만 이들의 행보가 부담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소버린이 SK㈜ 주식매각으로 얻은 1조원대의 자금을 활용,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버린측은 지난 2월 이들 두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밝힌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소버린이 투기자본이라는 점이 명명백백하게 드러 났다"며 "최근 일본의 사례처럼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서 벗어나 경영에만 몰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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