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식품' 라면이 요즘 수난에 빠졌다.

'국민식품' 라면이 요즘 수난에 빠졌다. 지난달 나트륨 과다 함유에 따른 '짠 라면'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방사선 처리 표기를 둘러싸고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인 것.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1년간 평균 80개 가량의 라면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인당 나흘에 한 개 꼴로 먹는 셈이다. 그 만큼 제품 안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식품관련 전문가들은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식품'인 라면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농심 라면 '방사선 처리 표기' 논란 영국 식품기준청(FSA)이 지난 6월 15일 신라면, 새우깡, 짜파게티 등 농심의 라면 및 스낵류 20종에 대해 무더기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을 내린 사실이 최근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FSA는 "농심의 제품 가운데 방사선 처리를 한 원료들이 포함 돼 있는데도 이를 포장지에 명기하지 않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으나 농심에서는 "방사선 처리 사실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송지현 굿모닝신한증권 식품담당 애널리스트는 "장기간 보존을 위해 일부 수출 제품에 한해 방사선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으나 방사선 처리 자체가 식품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라별로 식품 안전을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선 처리 자체 안전에 문제 없지만, 소비자들은...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누리꾼은 "방사선 처리 자체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련 제품을 사먹기가 꺼려지게 된다"고 밝혔다. 농심이 걱정스러워 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영국 수출 제품에 대한 방사선 처리 가능성은 없다"고 전제한 뒤 "만약 방사선 처리를 했다 하더라도 실제 식품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데 자칫 소비자들이 안전성에 의심을 품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식품 방사선 처리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살균하는 방법으로 식품의 맛 등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아 여러 식품에 적용되고 있다. FSA에서도 방사선 처리 자체가 식품 안전에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사실을 포장지에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품 경보를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도 서둘러 사태 파악에 나섰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방사선 처리 원료가 GMO(유전자변형상품)처럼 식품 안전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방사선 처리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방사선 처리 여부를 분명하게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농심으로부터 영국에서 문제가 된 식품과 원료가 무엇인지 확인절차를 밟는 등 종합적인 검토 후에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트륨 과다함유 논란 빚기도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환경운동연합이 국내 판매순위 10위권 내 라면 11개 제품의 나트륨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8개 제품이 세계보건기구(WHO)기준을 넘어섰다고 발표해 이른바 '짠 라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나트륨 함량 기준치가 국제기준에 비해 과다하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라 2006년 영양소 기준치 개정 때 나트륨 기준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 업체들도 나트륨 함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포장지에 경고 문구를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심은 2006년부터 '새우탕 큰사발' 등 시범 제품에 MSG(글루타민 산 모노나트륨)을 30% 줄이고 2010년까지 MSG 무첨가 제품을 농심 라면 전체의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오뚜기도 단계적으로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포장지에 '스프를 적절하게 조절해서 섭취 하십시오' 등의 경고 문구를 넣을 예정이다. 여기에 라면의 주재료인 밀가루 대신 현미, 감자, 상황버섯, 콩 등을 이용한 이른바 '웰빙라면'을 내놔 소비자들에게 건강식품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의 '쌀라면', 농심의 '감자면', 해표의 '현미라면', 새롬식품의 '보리라면'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만 맞추다보니 신제품도 여기에 맞춰 개발해온 게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식습관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점차적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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